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향을 지니고 태어난다. 좋은 향수는 그 향을 덮어버리기보다, 그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취향과 분위기를 덧입힌다. 그래서 어떤 향수는 특정 향의 이름보다 하나의 분위기처럼 기억된다. 샤넬의 N°5가 바로 그런 향수다. 뚜렷한 하나의 향으로 정의되기보다, 각자가 다르게 느끼고 기억하는 ‘추상적인 향수’라는 개념을 남겼다. 그리고 2026년, 그 향이 새로운 해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N°5 오 드 뚜왈렛’이라는 이름으로.

N°5 오 드 뚜왈렛의 출시와 함께 공개된 N°5의 새로운 모델인 마고 로비와 함께한 캠페인

N°5 오 드 뚜왈렛의 탄생 이야기

1924년에 출시된 N°5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재해석한 보틀

샤넬의 상징적인 향수 N°5는 처음부터 조금 달랐다. 하나의 꽃을 그대로 담아낸 향수가 아니었다. 장미나 쟈스민 같은 이름으로 설명되기보다, 여러 향이 겹겹이 어우러져 하나의 분위기를 남기는 향. 그래서 N°5는 ‘추상적인 향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향은 추상적이지만, 그 향이 탄생하게 된 의도는 무엇보다 분명했다. 1921년, 특정 노트가 아닌 진귀하고 강렬한 ‘여성의 향기를 지닌 여성용 향수’를 원했던 가브리엘 샤넬. 그리고 그녀의 구상을 향으로 구현해낸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 두 사람의 협업을 통해 알데하이드를 사용한 전례 없는 조향의 향수 N°5 빠르펭이 탄생했다.

이어 1924년에는 우디 노트를 강조한 N°5 오 드 뚜왈렛이 등장하며 N°5의 향을 또 다른 결로 확장했다. 그리고 2026년, 샤넬은 1924년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N°5 오 드 뚜왈렛을 선보이며 그 이야기를 이어간다.

N°5를 재해석한 추상적인 우디 플로럴 향

플로럴과 우디. 서로 다른 결의 두 향이 만난다고 하면 쉽게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가볍고 화사한 꽃의 향과 차분하고 깊이 있는 우디 향이 지닌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 하지만, N°5 오 드 뚜왈렛은 서로 다른 향의 결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풀어낸다. 장미와 쟈스민, 일랑일랑이 어우러진 플로랄 부케에 알데하이드가 더해지며 향의 인상이 또렷해지고, 이어 샌달우드와 베티버가 깊이를 더해 은은한 우디 여운을 남긴다.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의 설명처럼, 이 향수는 은은한 우디 노트가 돋보이는 모던하고 추상적인 플로랄 향으로 우아하면서도 복합적인 뉘앙스를 드러낸다.

디자인 역시 N°5의 헤리티지를 이어간다. 이번 에디션은 1924년 오리지널 N°5 오 드 뚜왈렛 보틀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드러운 곡선이 더해진 스퀘어 보틀과 원통형 캡, 라벨 대신 블랙 컬러로 표현된 N°5 로고. 장식을 최소화한 간결한 형태는 오히려 향수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서로 다른 향의 결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하나의 인상. N°5 오 드 뚜왈렛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 속에서 또렷한 여운을 남긴다. 설명하기 어려운 그 잔향이야말로 N°5가 지닌 추상적인 아름다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