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종료한 태민. ‘태민은 태민이다’의 명제를 증명할 방법을 지금 소개합니다.

샤이니(SHINee) 태민이 소속사 없음 상태, ‘무소속’이 되었습니다. 지난 2월 24일, 태민의 소속사인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BPM)는 공식적으로 ‘태민과의 전속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밝혔죠. 태민이 데뷔 이후 16년 가까운 기간 몸을 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2024년 4월, BPM으로 이적 사실을 밝힌 지 1년 10개월만의 일입니다.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태민이 BPM과 빠르게 이별하게 된 데에는 최근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 소속사을 둘러싼 논란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태민, 이무진, 비비지(VIVIZ), 하성운 등이 소속된 BPM은 2023년 차가원 회장이 MC몽과 공동 설립한 원헌드레드레이블의 자회사로, 최근 차가원 회장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더보이즈와 첸, 백현, 시우민 등 소속사와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를 둘러싼 미정산금 및 압류 등 여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죠.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부 매체를 통해 태민 또한 정산 문제는 물론이고 사비로 스태프의 급여를 지급해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태민은 작년 하반기 총 11회에 걸친 일본 아레나 공연에 이어 추가로 진행된 1월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석매진된 단독 공연까지, ‘Veil’ 투어를 성공리에 갓 마친 상태입니다. 이런 태민이 비교적 빠르고 안전하게 전속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던 상황 자체에 대해 국내외 팬들은 안도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는 분위기입니다.
2008년 5월 5인조(온유, 종현, 키, 민호, 태민)로 데뷔해 올해 데뷔 18주년을 앞둔 샤이니는 K-팝 씬에 상징적이고 독특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그룹입니다. ‘컨템포러리’라는 콘셉트를 데뷔 초부터 명시하며 명확한 스타일링과 무대, 곡 스타일로 주목 받았고, 데뷔곡인 ‘누난 너무 예뻐(Replay)’는 지금까지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커버 무대나 챌린지를 한 번쯤은 선보이는 곡으로 남아있죠.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던 만 14살의 나이에 팀의 막내로 데뷔한 태민은 데뷔와 동시에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을 한몸에 받습니다.

태민은 2014년 8월 첫 솔로 미니 앨범 ‘ACE’를 일찌감치 발표합니다. 당시 SM 소속의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낸 것은 태민이 최초였습니다. 2015년 샤이니 종현이 ‘BASE’를 발표하며 그 뒤를 이었죠. SM이 샤이니, 그리고 태민의 아티스트로서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 태민이 만들어낸 성과는 K-팝 아티스트가 솔로로 거둘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첫 솔로 타이틀곡이었던 ‘괴도(Danger)’ 가 아직은 샤이니의 음악적 색채가 남아있는 느낌이 있었다면 2016년 처음 선보인 첫 정규 앨범 ‘Press It’의 ‘Press Your Number’와 ‘Drip Drop’, ‘Soldier’로 태민은 사운드와 퍼포먼스 양면에서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실제로 ‘Press It’ 앨범에는 “I can call this one my most personal album to date(이 앨범이 지금까지 제가 만든 앨범 중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죠.
이어서 일본에서 솔로 데뷔를 한 태민은 2017년 두 번째 앨범 ‘MOVE’로 ‘무브병’을 일으키는데 성공합니다. 퍼포머로서 태민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새긴 순간이죠. 이어진 ‘WANT’ 활동까지, 태민은 데뷔 초 소년 이미지를 지우고 센슈얼하고 섹시한 솔로 아티스트로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2019년 결성된 슈퍼엠(SuperM) 활동을 병행하며 2020년 세 번째 정규 앨범 ‘Never Gonna Dance Again’을 발표하게 돼요. 프롤로그 싱글 ‘2 KIDS’로 시작을 알리고, Act 1과 Act 2로 나뉘어 총 18곡을 선보인 이 시리즈는 태민 스스로도 당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시기로 꼽는 ‘작품’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인 엑소 카이와 함께 대표적인 댄서로 꼽혀온 태민이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앨범명에서 선언하다니요! ‘Criminal’과 ‘이데아(IDEA:理想)’등, 현재 솔로 아티스트 태민의 상징이 된 퇴폐미, 그리고 종교적 요소를 미적 오브제 혹은 연출 모티프로서 활용하는 감각이 가시화된 것도 이 즈음입니다. 2021년 5월 군 입대 전 선보였던 곡 ‘Advice’의 가사는 지금 보면 태민이 자기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더 참신하게 상상력 좀 발휘해 봐 네가 쫓던 토르소를 부숴대 난/ 이건 너를 위한 One Advice”.
2023년 4월 제대 후 태민은 곧바로 전력질주를 시작합니다. 샤이니로서는 붐뱁과 트랩을 베이스로 한 ‘HARD’와 ‘JUICE’로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고, 솔로로서는 ‘Guilty’라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무브’를 만드는데 성공하죠. 이처럼 끝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온 덕분일까요?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히며 태민은 ‘탬또롤(태민이 또 롤모델)’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데뷔 연도가 15년 이상 차이나는 4세대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롤모델’로 꼽히는 점은 놀랍습니다. 2022년 데뷔한 &TEAM의 후마는 후마 팬들도 인정하는 태민 ‘덕후’죠. 2024년 MBC <가요대제전> 무대에서는 ‘샤이니 키즈’로 샤이니의 일본 무대에 선 적 있던 엔하이픈 니키와 함께 ‘Guilty’ 무대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4번째 미니 앨범 ‘Guilty’는 SM과 함께한 마지막 솔로 작업이 됩니다.
새로운 소속사로 옮기고 처음으로 선보인 앨범 ‘ETERNAL’ 발매를 얼마 앞두지 않고 태민을 만난 적 있어요. 솔로로서 첫 월드 투어 계획 또한 막 발표된 상태였죠. 첫 월드 투어의 이름으로 ‘Ephemeral Gaze(일시적 응시)’를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태민이 했던 대답이 생각이 납니다.
“아주 일찍부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시선(Gaze)라는 것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감사한 한편, 늘 수반되는 불필요한 오해들을 겪다 보면 내가 시선에 노출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어떤 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보는 거죠. 그런데 시선을 인식하는 주체는 결국 ‘저’ 거든요.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무대 위에서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태민은 이후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더 넓어진 시장과 해외 무대를 통해, 전 저와 저희(샤이니)의 가능성을 계속 열고 싶어요.”라고 했던 말 그대로 ‘Ephemeral Gaze’ 투어는 2024년 8월 시작해 약 8개월간 총 20개국 28개 지역 공연이라는 대장정을 완성합니다. 샤이니 월드 투어로도 찾지 못했던 헬싱키,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브뤼셀 등 유럽 도시를 방문하죠. 그 말미를 장식하는 서울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2025년 4월 이틀간 개최됐던 ‘Ephemeral Gaze Finale’의 공연은 정말이지 훌륭했습니다. 아름다웠고요. 소년부터 메시아까지, 모든 콘셉트와 연출을 넘나들며 몸이 부숴져라 춤추고 노래하고 공연 마지막 결국 눈물을 터뜨리는 태민을 보면서 ‘K-팝’이라는 매혹적이면서도 가학적인 씬 안에서 끝없이 자신을 연마해온 한 사람이 버텨낸 무게를 상상하지 않기란 어려웠습니다.


주변의 소란스러움과 관계없이 태민은 ‘켈리 클락슨 쇼’에 출연해 미국 TV 쇼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래미 뮤지엄의 무대에 올랐으며, 아마존 뮤직에서 NBA와 협업해 작년12월 새롭게 런칭한 글로벌 퍼포먼스 시리즈 ‘인 더 페인트’에 ‘Sexy In The Air’와 미공개곡 ‘Long Way Home’을 선보였어요. 그리고 다가오는 4월에는 ‘코첼라’ 무대 입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K-팝 남자 솔로 아티스트로서 최초의 기록이죠. 태민은 지난 3월 6일 공개된 <빌보드>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코첼라 데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말 신이 나요. 세트리스트를 짜고, 신곡들을 연습하는 한편, 무대 스태프부터 세트, 안무와 어울리는 댄서까지 공연 준비와 관련된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기고 있어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어요.

스스로 전달자가 되어 콘셉추얼한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는 태민의 아티스트적인 면모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찾아 듣는 태민의 솔로곡은 ‘2 KIDS’와 ‘SAD KIDS’입니다. 어린 시절의 방황과 서투름, 혼란을 고백하는 내밀한 가사가 직접적으로 와닿기도 하고, 결국 태민은 ‘아이’라는 단어와 굉장히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는 순수하고 집요할 정도로 성실하게 하나의 길을 걸어왔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십 수년 전 동그란 얼굴로 활짝 웃던 10대 소년의 모습이 여전히 겹쳐 보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ETERNAL’ 앨범에는 이런 문구의 스티커가 들어있었어요. ‘Taemin is Taemin, No Matter What’. 태민은 태민일 것입니다. 어디에 있든, 앞으로 무얼 하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