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틈새에서, 지나온 삶을 복습하며.
연극 <비밀통로>의 무대에 선 배우들이 빚어낸
치열하고도 순수한 찰나들.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김선호 셔츠, 카디건, 재킷이 레이어드된 코트 YCH, 안에 입은 톱 Recto, 팬츠와 슈즈 모두 Ami,
워치 Vintage Patek Philippe by Beantique,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승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Coach, 슈즈 Differ Shoe.
양경원 재킷 StU, 팬츠 Noice, 슈즈 Coach, 안경 Balenciaga,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시형 재킷과 베스트 모두 Etro, 슈즈 Clarks Originals,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이시형 재킷과 베스트 모두 Etro,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승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Coach.

이시형 & 강승호

<비밀통로>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시형, 강승호, 오경주 배우가 ‘서진’ 역으로 참여하는 이번 연극이 현재 어떤 단계에 있나요?

시형 막바지 연습을 치열하게 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했으니 연습 기간이 꽤 긴 편인데, 지치는 단계는 지나간 듯해요. 관객을 만날 날이 가까워져서 설렙니다.

배우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을 때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시형 승호가 첫날 조금 수줍어한 게 기억나요.
승호 그랬나요?
시형 네.(웃음) 나중에야 승호가 테토 성향이란 걸 알았죠.
승호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그런가 봐요.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은데….(웃음) 시형이 형의 첫 인상은 살짝 차가운 느낌이 있었는데요. 연습하다 보니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놀랐어요. 이토록 화목하고 활기찬 현장이 드물거든요.

시형 저희 되게 친해요.(웃음) 거의 매일 보고 있고, 승호의 취미인 서핑을 함께 즐기러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어요. 오늘 함께하지 못한 배우들까지 6명 전부 사이가 좋습니다. 그만큼 무대에서 상향 평준화된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동일한 역할을 맡는 배우들은 무대에 같이 서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함께 연습하는 시간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승호 한 역할에 대해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시형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하나의 텍스트를 바라보는 시점에도 차이가 있거든요. 승호나 경주의 연기를 보면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은데?” 하면서 해석의 여지를 넓힐 수 있더라고요.

민새롬 연출가와는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눴나요? <온 더 비트> <젤리피쉬>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에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분이에요.

승호 제게는 <비밀통로>가 민새롬 연출님과 함께하는 세 번째 공식 작품인데요. 연출님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세요.(웃 음) 그 말이 때로는 재미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는데, 그때의 에너지가 큰 도움이 돼요.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잖아요. 연출님을 보면서 스스로 안다고 착각한 지점에 대해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시형 전 연출님의 공연을 관람한 적은 있지만, 직접 뵌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승호가 말했다시피 무심코 지나갈 법한 부분들을 세심하게 짚으면서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분인 듯해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마냥 재미있게 느껴진 부분에서도 고민할 점을 찾고 있어요.
승호 대사에 담긴 여러 레이어를 놓치지 않고 쌓아가려 하시는 것 같아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시형 ‘체크인’, ‘체크아웃’을 했어요. 예를 들어 연습 시작 전, “체크인하겠습니다” 하면 각자 오늘의 상태를 공유하는 거예요. 본인의 컨디션과 에너지에 대해서요.
승호 “파이팅 합시다” 같은 말은 안 되는 거죠. 시형이 형은 보통 시작 할 때 “좀 졸립니다”, 끝날 때 “이제 깼습니다”.(일동 웃음) 아무리 무던한 사람도 연습할 땐 엄청난 긴장감 속에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점을 미리 알아두면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연기에도 마음을 더 쓸 수 있더라고요.
시형 어, 그런데 먼저 인터뷰한 배우들은 이 얘기를 안 했나요?

했습니다.(웃음)

시형 했죠?
승호 경원이 형인가요?
시형 이 얘기를 안 했을 리가 없어.(웃음)

연극 제목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비밀통로’라는 단어가 어떻게 와닿았나요?

승호 제목에 ‘비밀’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알 수 없는 것들을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시형 전 우리 연극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생을 마무리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대기실 같은 곳에 ‘비밀통로’라는 표현이 제격인 것 같더라고요.
승호 관객에게는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비밀통로가 비현실적인 곳으로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진짜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서진이란 인물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진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어떤 표현이 좋을까요?

시형 서진이는… ‘성장캐’. 하하! 죽음으로 끝이 났는데도, 성장한다.
승호 비슷한 의미로 ‘줄기세포’. 왠지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네요.(웃음)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재킷, 플리츠, 팬츠 모두 EENK, 터틀넥 톱 HEON KIM, 슈즈 Ferragamo.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재킷 EENK, 터틀넥 톱 HEON KIM.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레더 재킷과 수트 모두 Ferragamo.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레더 재킷과 수트 모두 Ferragamo.

서진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하게 된 생각이 있다면요?

승호 서진이 지나온 삶을 계속 복습한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지금의 힘듦도 나중에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인생을 좀 더 심플하게 바라봐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인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연이란 화두도 던지는 것 같아요. 서진과 동재가 여러 생에서 인연을 이어왔다는 점이 시놉시스에 언급되어 있어요.

승호 맞아요. 살아가면서 놓칠 수 있는 지점을 곱씹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비밀통로>를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연극을 보는 분들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요. 커튼콜 때, 관객들이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분도 나와 연이 이어져 있나?’라는 궁금증을 품을 수 있다면 의미 있겠다 싶어요.
시형 저도 비슷해요. 인연이나 운명을 믿는 편인데, 이 작품에 함께하면서 ‘인연은 확실히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 진짜 좁다”라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를 알아가다 보면 과거의 어떤 연을 발견하기도 하 잖아요. 기존에 알던 사이, 이를테면 지금 인터뷰하는 승호나 기자님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테고요. <비밀통로>의 관객도 ‘나는 이 사람한테 어떤 인연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해요.

<비밀통로>가 관객을 맞이하는 극장이 대학로에 있죠. 대학로 하면 떠 오르는 추억이 있는지 궁금해요.

승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 대학로에 가봤는데, 좀 충격적이었어요. 좁은 구역에 수많 은 극장이 모여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다 예술가처럼 보였거든 요. ‘어떻게 하면 이곳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시형 저도 배우를 준비할 때 선생님과 대학로에 와본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거리의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배우분들은 거의 다 장발이었는데.
승호 장발 아니 면 삭발이었어.
시형 그래서 저도 괜히 머리를 길러보고 그랬죠.(웃음)

두 분 모두 당시에 품었던 연극배우의 꿈을 이뤘네요. 10여 년간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고요.
시형 그렇죠. 최근에 겪은 일이 떠올라요. 동료 배우의 부탁으로 한 공연 오퍼레이터와 통화했는데, 예전에 제가 참여한 연극의 관객이었어요. <쉬어매드니스>를 몇 번이나 보러 왔던 친구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제 공연을 본 후 진로를 예술 경영으로 바꿨다는 거예요. 연극배우로서 관객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무대 경험이 쌓일수록 본인에게 생기는 변화가 있다면요?

승호 연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살을 맞대면서 무수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과정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개개인의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라고요. 그 시간을 통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시형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몰입하는 작업이라 그 세계 안에서 산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저와 다른 면을 지닌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승호 맞아. 타인을 좀 더 포용하게 되는 거죠.

과정은 지난하지만, 결과가 남기는 희열도 클 것 같아요.

승호 그렇죠. 매번 어렵지만, 어려움을 뚫고 이야기를 잘 전했을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요. 어려움과 즐거움이 늘 공존합니다.
시형 어려움 반, 즐거 움 반은 아니에요. 오히려 즐거움의 비중이 적은데, 그래서 더 귀하게 여겨지더라고요. 가장 큰 즐거움은 뒤늦게 밀려오는 것 같아요. 막이 오르고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다 보면 서로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찰나가 있는데, 그땐 그 사실을 모르거든요.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알게 돼 요. ‘우리가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했구나. 과장하지도, 절제하지도 않고 그 상황에 딱 맞는 만큼의 연기를 했구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굉장한 희열이 찾아와요.
승호 특히나 2인극의 인물은 상대 배우가 어떻게 반응해주느냐에 따라 비로소 완성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무대에 함께 오른 배우에게 더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나 자신보다 상대에게 집중 하는 그 순간의 소중함으로, 그저 잘 서 있어야겠다 싶어요.

비밀통로 김선호 양경원 이시형 강승호 KimSeonho 연극
김선호 셔츠, 카디건, 재킷이 레이어드된 코트 YCH, 이너 톱 Recto, 팬츠 Ami,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승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Coach.
양경원 재킷 StU, 팬츠 Noice, 안경 Balenciaga,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시형 재킷과 베스트 모두 Etro,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