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DIOR COLLECTION
튈르리 정원의 팔각 분수 위로 거대한 온실이 세워졌다. 공원의 상징적인 초록빛 벤치 사이로 수면 위에 떠 있는 인공 수련이 담장 너머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 연작을 정원 위로 불러낸 듯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두 번째 디올 여성복 컬렉션은 이 ‘공원 안의 공원’에서 시작됐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의 의뢰로 조성되고 루이 14세의 요청으로 재설계된 이 정원은, 1667년 대중에게 개방되며 ‘아비 데상(habit décent)’ 즉, 신분에 걸맞은 복장 규정을 요구한 최초의 공공 무대였다. 보고 보이는 행위가 곧 공연이 되는 곳. 앤더슨은 쇼 노트에 보들레르의 시 「지나가는 여인에게」를 인용하며, 산책자의 찰나적 시선을 이 컬렉션의 정서적 뼈대로 삼았다.
18세기 궁정복의 형식미가 컬렉션 전반을 관통했다. 해체된 프록코트, 페플럼 재킷, 버슬 스커트가 캔디드 아몬드 색조의 샹티이 레이스와 메탈릭 자카드 위에 포개졌다. 등 뒤에서만 볼 수 있는 커다란 보우의 버슬은 산책자의 시선을 의식한 장치였다. 디올의 바 재킷은 트위드로 더 길고 느슨하게 변주되었고, 쿠튀르의 스파이럴 케이지 드레스는 부드러운 플리츠의 구름으로 되돌아왔다. 무슈 디올의 전설적인 쥐농 드레스는 도트 스위스 러플과 긴 트레인으로 경쾌하게 부활했으며, 멘즈웨어의 트롱프뢰유 하운드투스가 핸드 플리팅 재킷에 적용되어 남녀복의 경계를 흐트러뜨렸다.
주목할 것은 앤더슨이 의도적으로 넓힌 브랜드의 진입점이다. 로에베에서 11년간 브랜드 가치를 7배 끌어올린 이 디자이너는 럭셔리의 상업적 현실을 잘 안다. 아이보리 실크 트랙팬츠, 리본 자수 데님, 로브 코트 드레스처럼 부티크에서 곧바로 손이 가는 피스들이 런웨이에 올랐다. 럭셔리 시장에서 이탈한 소비자가 급증한 지금, 앤더슨은 말한다. “작은 단위로 정확하게 만드는 편이, 많이 만들고 틀리는 것보다 낫다.”
수련은 이 컬렉션의 숨겨진 서사였다. “수련은 수면 위에서 꽃을 피우는데, 그건 꽤 기적적인 일이다. 모네가 왜 집착했는지 알겠다.” 노란 중심부와 분홍 금속 꽃잎의 오버사이즈 브로치, 백과 슈즈의 입체 모티프로 수련은 반복 등장한다. 그리고 컬렉션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했다. 베네치안 자카드와 자수 레이스 위에서도 어김없이 피어난 이 꽃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앤더슨의 미학적 기교 그 자체다. 이번 디올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 장인 정신에 대한 앤더슨의 집요한 헌신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킴 존스로 하우스가 양분되었던 시대를 지나, 남성복과 여성복, 오트 쿠튀르 전 라인을 한 명의 디렉터가 통합 지휘하는 것은 무슈 디올 이후 조나단 앤더슨이 처음이다. 첫 컬렉션이 이 메종에 대한 증명이었다면, 두 번째는 유산을 자신의 손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역사에 경의를 표하되 구체제에 갇히지 않겠다는 태도 위에서, 디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