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ALAÏA COLLECTION
블루바르 라스파유, 장 누벨이 설계한 옛 카르티에 재단 건물. 피터 뮐리에는 이 베뉴에서 알라이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마지막 컬렉션을 발표했다. 7월 1일부로 베르사체의 수장이 되는 피터 뮐리에가 5년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모든 것을 덜어내는 것. 그는 쇼노트에 적었다. “단순하고, 순수하며, 본질적인 것들. 모든 것을 덜어내고 알라이아의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참고로, 알라이아는 통상적인 F/W 대신 ‘서머 폴(Summer Fall)’이라는 독자적 시즌 명칭을 쓴다. 아제딘 알라이아 시절부터 패션 캘린더에 얽매이지 않았던 전통의 연장선으로, 이번 컬렉션 역시 공식 명칭은 ‘Summer Fall 2026’이다.)
컬렉션은 몸에 밀착되는 저지 탱크 드레스로 시작됐다. 장식도, 디테일도,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도 없다. 오직 원단과 몸 사이의 긴장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알라이아의 출발점이다. 창립자 아제딘 알라이아가 평생 탐구한 주제, 즉 옷을 통해 여성의 몸을 찬양하는 일. 뮐리에는 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탱크 드레스 이후 컬렉션은 점차 밀도를 더해간다. 시폰과 투명한 저지 위에 악어가죽을 상감한 드레스는 아제딘이 가장 사랑했던 기법에 대한 오마주다. 몸을 감싸는 벨벳 수트는 정밀한 커팅으로 신체의 윤곽을 따르면서도 무게감 없이 흐른다. 트라페즈 실루엣의 더블 브레스티드 오버코트는 직선적 구조를 세우고, 그 아래로 니트 스웨터와 플레어 페플럼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카프스킨 코트는 허리에서 살짝 벌어지며, 축융 처리한 로덴과 가공을 덜어낸 울과 라텍스 등 탁월한 기술로 얻어낸 꾸밈 없는 소재들이 정교한 커팅과 만나 알라이아다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뮐리에는 룩에서 액세서리를 최소화했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이 컬렉션이 그 자체로 아제딘의 작업에 대한 성찰이자 뮐리에 자신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실루엣은 변하고, 소재는 진화하며,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몸을 중심에 두는 철학은 변하지 않는다.
컬렉션의 절정은 러플이었다. 촘촘하게 겹겹이 쌓인 러플 스커트가 무대를 채울 때, 지극히 절제된 오프닝과 더욱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엄격한 직선에서 출발해 풍성한 볼륨으로 피어나는 구조. 이 흐름은 마치 뮐리에가 알라이아에서 보낸 5년을 압축한 것만 같다. 재임 기간 하우스의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운 디자이너의 마지막 컬렉션이 화려함이 아닌 본질로 귀결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관객석 전체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사이에서 라프 시몬스, 마티유 블라지의 모습도 보였다. 좌석마다 놓인 것은 런웨이 사진이 아니라, 일본 사진작가 케이조 키타지마가 촬영한 알라이아 아틀리에 장인들의 초상화집. 나의 알라이아가 아닌, 우리의 알라이아. 그것이 피터 뮐리에가 이 하우스에 남기고 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