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C&D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9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7>에 참여한 이진이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내 작업은 사회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경험과 집단적 움직임, 나아가 동시대 사건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서로 맞물리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평소 접하는 뉴스 이미지나 일상의 장면에서 단서를 수집해 이를 재구성하고 중첩시키며, 서로 다른 시간과 맥락이 한 화면에 다층적으로 공존하도록 만든다.

동시대의 다양한 이미지와 정보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해왔다. 자신만의 관찰 습관이나 기록 방식을 소개한다면?
뉴스 이미지와 기사,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살펴보며 마음에 남는 장면을 무작위로 저장해두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꺼내 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한 자료가 오래도록 가슴에 맺히는 이유가 반드시 사회적 사건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화면 구석에 놓인 작은 사물이나 인물의 사소한 몸짓,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 광경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질문하는 시간이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

지난 18개월간의 돌봄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 ‘겹쳐진 궤도’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다.
매일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는 돌봄의 시간 속에서, 작가이자 엄마로서 스스로의 위치를 고민하게 됐다. 이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육아가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가 유지되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총 40점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표면에는 미묘하게 다른 리사주(Lissajous) 곡선 패턴이 각자의 궤도를 그리며 놓인다. 이 곡선은 임신 40주라는 시간의 단위와 돌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 아래에는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이미지가 겹쳐지는데, 돌봄의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신체적 수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양적 재료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대 사회구조를 다루는 작업에서 한국화라는 매체가 지니는 강점은 무엇이라 보나?
비단 위에서 먹과 안료가 스며들고 겹쳐지는 과정에서 고유한 시간성과 층위가 생겨난다. 물을 머금은 먹이 비단결을 따라 천천히 번지고, 그 위에 얹힌 안료가 마르며 얇은 막을 형성한다. 형상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며 미묘하게 변화하는 이러한 재료의 성질은 내가 바라보는 사회의 복잡한 모습과 닮아 있다. 또한 한국화의 여백은 시선이 머무는 틈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관객이 작품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여지를 남긴다.

작품이 관람객에게 어떻게 가닿길 바라나?
먼저 거리를 두고 색과 선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천천히 바라봐주길 바란다. 이후 가까이 다가가 화면 속에 숨어 있는 형상과 구조를 발견해보아도 좋겠다.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는 장면이 각자의 기억과 시선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해석되길 바란다.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작은 변화를 만들 수는 있다고 본다. 작품을 보고 난 뒤 일상의 풍경이 이전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