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C&D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9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7>에 참여한 윤인선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윤인선, ‘거울 파동’, 아크릴에 UV 프린트, 60×70CM, 2024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내 작업은 벡터 그래픽의 매끄러움을 유일무이한 숭고의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리추얼(ritual)이자 어떤 명상적인 순간으로 이동하는 시각적 만트라(mantra)다.

윤인선, ‘현실 이동 대기열’, 접착 시트에 디지털 프린트, 600×220CM, 2025

반복되는 직선과 스트라이프 패턴이 작업의 핵심 키워드인 ‘트랜스(trance)’와 어떻게 연결되나?

나의 벡터 그래픽 작업은 스트라이프와 기하학적인 모티프를 교차시켜 셔플(shuffle) 구조와 일종의 루프(loop)를 형성한다. 반복하고, 재배열하고, 덮어쓰는 이미지의 세계는 관람자의 일상과 자아 감각이 중단되는 무아(無我), 즉 트랜스의 순간을 기다리는 무대가 된다.

윤인선, ‘끝없는 덮어쓰기’, 아크릴에 UV 프린트, 35.5×70CM(전면),
접착 시트에 디지털 프린트, 132×260CM(후면), 2024

회화에서 디지털로 매체를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회화를 전공했고, 유화 작업으로 10년 넘게 활동했던 나에게 회화는 첫사랑이자 본향 같은 느낌이다. 특정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날 문득 계시를 받은 것처럼 모니터 앞에서 ‘디지털 회화’를 시작했다. 완벽한 직선을 무한 반복할 수 있고, 두께가 쌓이지 않는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 후로 나의 벡터 그래픽 작업은 평면, 입체, 영상, 미디어 설치 등의 인터미디어적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윤인선, ‘거울 파동’, 아크릴에 UV 프린트, 60×70CM, 2024

AI와 생성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태도로 작업해나가고 있나?

AI 기술, 생성 이미지, 미디어 콘텐츠가 주도하는 환경에서 시각예술은 수많은 도전과 해체, 그리고 가능성이 집결하는 접전지가 되었다. 예술이 기술을 전복적으로 사용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이 시대에, 디지털이 지워가는 고유성과 윤리성을 복원하는 나의 디지털 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정치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윤인선, ‘일시적 트랜스’,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각각 90×90CM, 2024

작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나?

나의 벡터 그래픽 작업은 다분히 수행적인데, 우연과 즉흥을 허용하면서 의도 밖의 결과가 도래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직관을 극대화하는 이 시간은 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경험이 되곤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을 선물처럼 조우할 때, 나는 나를 경유해 드러나는 숭고한 예술의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