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C&D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9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7>에 참여한 정미정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모든 작업은 개인적 기억과 그것이 변형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사진을 기억의 기록으로 삼되, 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 오랜 시간 수집해온 이미지를 다시 배열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개입되고, 그 결과 작품 안에는 서로 다른 기억이 겹쳐지며 변화하는 과정이 담긴다. 이를 통해 내가 감각하는 시간성을 회화로 풀어내고 있다.

회상 과정에서 떠오르는 특정한 이미지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먼저 특정 장소나 순간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과 감정을 사진과 메모의 형태로 기록해두고, 잡지나 미디어에서 수집한 이미지들과 함께 다시 꺼내보며 기억을 되짚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모인 여러 기억의 조각을 겹치고, 삭제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한 화면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여러 레이어를 쌓아 올려 상이 겹치고 흔들리는 듯한 표현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 그와 연결된 여러 기억이 동시에 떠오르듯, 화면에서도 이미지가 중첩되며 흔들리는 인상이 느껴지길 바랐다. 이를 위해 유화의 글레이징(glazing) 기법으로 색을 겹겹이 쌓으며 의도한 색과 우연한 색이 함께 드러나도록 한다. 이는 기억이 혼재되고 점차 흐릿해지는 과정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모호한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다.

유화를 활용해 레이어를 쌓아가며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유화는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릴수록 색이 깊어지는 재료다.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여러 색을 덧대어 칠하는 과정에서 의도한 색과 예상치 못한 색이 함께 나타난다. 유화 특유의 물성이 화면에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기억의 층위와 시간의 깊이를 드러낸다.

작품이 관람객에게 어떻게 가닿길 바라나?
특정한 감상 방식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화면의 색과 구조, 겹쳐진 형태를 먼저 바라본 뒤 그 장면이 주는 감정과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주길 바란다. 작품 속 풍경은 아주 낯설기보다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처럼 다가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기억이나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