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C&D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9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7>에 참여한 하성욱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하성욱, ‘식물’, 가죽, 종이, 218×36×36CM, 2025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주로 가죽이라는 주재료에서 출발해 이 물질이 어떤 존재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가죽은 작가로 활동하기 전 사업을 운영하면서부터 다루던 재료로, 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에는 조각의 과정을 통해 물질에 깃드는 생동감과 물질을 넘어선 존재로서 그 형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성욱, ‘빅 풋’, 가죽, 21.5×22.5×23.5CM, 2025

산업 현장에서 다루던 재료를 예술 작업의 재료로 다시 바라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수작업으로 가죽 제품을 만들며 재료 선택부터 제작,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소가죽의 생애를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양의 가죽이 사용되는 동시에 버려지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느낀 의문점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고, 이것이 점차 자본과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성욱, ‘식물’, 가죽, 혼합 시멘트, 138×12×12CM, 2025

살아 있는 동물의 피부와 상품으로 소비되는 가죽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을 ‘세 번째 피부’라 정의했다. 이 개념에 대해 소개한다면?

인간에 의해 산업화된 가죽의 생애가 끝난 이후의 생을 표현하고자 했다. 동물이 살아 숨 쉴 때의 살갗을 첫 번째 피부로, 산업 재료로 사용되기 위해 가공된 표면의 가죽을 두 번째 피부로 가정했다. 한 장의 가죽에서 품질 유지와 가치 상승을 위해 일부 부위만 사용한 뒤 폐기한 나머지 가죽이 바로 세 번째 피부다. 이는 소외된 물질이 사회적 가치의 맥락에서 벗어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또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상태다.

하성욱, ‘식물’, 가죽, 종이, 120×66×1CM, 2025

여러 가죽 조각을 모아 일정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작품이 형태를 갖춰가는 일련의 과정이 궁금하다.

폐가죽은 표면이 찢기거나 재단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사용 과정에서 가죽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게 된다. 이를 어떤 사물에 덧씌우기보다는 가죽의 윤곽 자체가 하나의 형상을 띠게 하고 싶어 형상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도록 종이를 보강재로 사용해 조각을 연결한다. 이렇게 연결된 조각들은 굴곡진 단면을 만들고, 그 굴곡이 모여 점점 하나의 형태로 확장된다.

하성욱, ‘벽’, 가죽, 69×12×16CM, 2025

작업을 하며 무엇을 배우고 있나?

작업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어왔는지를 되짚어보게 된다. 크고 작은 선택이 자의적이었는지, 타의적이었는지를 가늠하며 그 선택이 내 사고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인지하는 과정에 있다. 내가 만드는 것이 어떤 경험, 욕망, 사유로부터 왔는지 더듬으며 스스로에 대해 배워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