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을 넘어 독보적 가치와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로 살아남는 것

“K-패션이라는 이름보다도, 각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와 세계관 자체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경 아모멘토(Amomento) 대표

나에게 ‘K-패션’이라는 정의는 여전히 어렵다. K-패션이라는 말이 있다면 J-패션(일본)이나 F-패션(프랑스)처럼 국가의 이니셜을 같은 방식으로 지칭하는 표현도 존재할까? 왜 유독 한국 패션에만 ‘K’가 접두어처럼 붙게 되었을까. 이 단어는 과연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것일까, 아니면 세계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표현일까. 나는 이 질문 자체가 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시대에 ‘K’가 붙는 단어 자체가 강력한 트렌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작은 나라 정도로 인식되거나, 어떤 이들에게는 아예 낯선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변화에는 K-팝 같은 문화 콘텐츠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과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인의 속성, 그리고 SNS 친화적 특성이 자연스럽게 K-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읽히게 된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동시대의 전 세계 젊은 세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K-패션은 특정한 스타일이라기보다 동시대의 다양한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모이고 확산되는 하나의 장면이 아닐까.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K-패션이라는 말이 조금 모호하다고 느껴진다.

패션은 본질적으로 국가나 지역의 이름보다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고유한 세계관으로 읽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터. 그래서 나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K-패션이라는 이름 아래 독보적 가치와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가 얼마나 남을 수 있을까. 나는 한국 패션 신에 등장하는 브랜드들이 K-패션이라는 흐름 속에서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똥별이 아니라,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행성처럼 길이 남기를 바란다. 내가 이끄는 아모멘토는 물론이거니와 한배를 탄 동시대 브랜드의 순항을 기원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K-패션이라는 이름보다도, 각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와 세계관 자체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