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열리는 피티 우오모 110에 한국 디자이너 지용킴이 스페셜 게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 JiyongKim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남성복 박람회 피티 이미지네 우오모 110이 한국 디자이너 지용김을 스페셜 게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오는 6월, 지용킴은 피렌체 현지에서 브랜드의 미학과 디자인을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결합한 입체적인 형식으로 펼쳐 보일 예정이죠.

런웨이를 벗어난 ‘프로젝트형 전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형식의 전환입니다. 지용킴은 기존 패션쇼의 형식에서 벗어나 의복과 공간, 시간이 함께 영향을 주며 작동하는 전시를 기획했는데요. 피렌체의 포르테차 다 바소에서 펼쳐질 이 전시 프로젝트는 관람자가 이동하고 머무는 시간에 따라 다른 장면을 경험하도록 설계됩니다. 즉, 그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 그 자체보다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한층 더 다층적인 경험을 제공하게 되죠. 전시 공간에 놓인 의복은 뜨거운 피렌체의 햇볕 아래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환경과 시간에 반응하며 계속해서 달라집니다.

© Jiy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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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완성하는 디자인, Sun-Bleach

지용킴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이죠. 그의 시그니처 ‘선 블리치’ 기법은 화학적인 염색 과정을 거치지 않고 햇빛과 바람, 비와 눈 등의 자연환경에 원단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자연스러운 탈색과 풍화를 끌어내는 방식인데요. 몇 달에 걸친 시간 동안 자연은 원단에 예측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그 결과는 매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텍스타일 기법을 넘어 자연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에 가깝죠. 옷 위에 남겨진 색의 변화와 결은 자연이 만든 흔적이며 동일한 결과를 반복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지용킴의 모든 피스는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완성되죠.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데요. 여유로운 실루엣의 재킷, 입체적인 패널 구조를 가진 아우터 그리고 텍스처 대비가 강조된 블루종까지. 각 아이템은 동일한 제작 방식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텍스타일 디자인을 갖습니다.

© JiyongKim

패션을 넘어선 ‘시간의 서사’

지용킴의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의 디자인이 미학적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그는 낡고 바랜 것, 한때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던 소재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합니다. 빈티지 원단과 의복은 그의 손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자연의 개입을 통해 또 다른 형태로 태어나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시간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와도 연결됩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지금, 지용킴은 자연과 시간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해답을 제시하죠.

피티 우오모 측 역시 이러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소재의 ‘두 번째 생명’을 탐구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동시대 패션이 고민해야 할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기술적 실험과 정교한 패턴 메이킹 그리고 자연이 만든 우연성이 하나의 언어로 연결됩니다.

© JiyongKim/Pitti Immagine Uomo 110

지금 다시 묻는 패션의 의미

지용킴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옷은 어디까지가 완성된 상태인가.”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번 피티 우오모 110에서 펼쳐질 프로젝트는 이 질문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시도가 될 예정입니다. 자연이 개입한 흔적,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표면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경험.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