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과 백남준 에스테이트가 협력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회고전 ‘백남준: Rewind / Repeat’을 개최한다.

전 세계에 18개의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글로벌 갤러리 네트워크 가고시안이 백남준 에스테이트와 협업한 전시 ‘백남준: Rewind / Repeat’이 오는 4월 1일부터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에서 막을 올립니다.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 약 25년 만에 열리는 에스테이트 협력 개인전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죠.
시간을 되감아 재생하다
전시의 제목 ‘Rewind / Repeat’은 이번 회고전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요. 백남준이 다뤄온 시간, 기술, 이미지의 순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키워드입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던 그의 시도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디지털 환경을 예견한 실험으로 읽히기도 하죠.
도쿄대학교에서 음악과 미술을 공부한 그는 1950년대 초부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플럭서스 그룹에 합류했으며, 그로부터 8년 후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회화, 퍼포먼스, 전자 매체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했죠.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예견하고, 기술이 문화의 흐름을 형성해 갈 방향을 앞서 내다봤습니다.


신체, 기술 그리고 퍼포먼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 중 하나는 1969년 작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입니다. 투명한 구조 안에 삽입된 소형 텔레비전이 음악가이자 퍼포먼스 작가인 샬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의 신체와 결합하며, 연주와 동시에 이미지가 변형되는 장면을 만들어내죠.
무어만은 1969년 뉴욕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TV as a Creative Medium’의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이 작품을 처음 선보였는데요. 첼로 연주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따라 텔레비전 화면의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구성해 백남준이 탐구해 온 ‘전자기기의 인간화’를 구현했습니다.

백남준의 대표 작품 ‘골드 TV 부처’는 그의 사유를 응축한 작업입니다. 금박 불상이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구조는 명상과 미디어, 동양과 서양의 사유와 현대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하죠. 빈티지 라디오를 조합해 만든 ‘베이클라이트 로봇’ 역시 상징적인 작품인데요. 중고 시장에서 수집한 빈티지 라디오를 개조해 영상이 재생되도록 만든 작품이죠. 여섯 대 라디오의 다이얼을 TV 모니터로 교체하고, 공상과학 영화와 빈티지 로봇 완구 영상, 초기 비디오 편집 장면을 결합한 특별 영상을 상영합니다.

초기 실험에서 확장된 세계까지
이번 전시는 특정 시기 작품에 머물지 않습니다. 1960년대 초기 설치 작업인 ‘미디어 샌드위치’부터 2000년대 작업인 ‘무제 [케이지 컴포지트](Untitled [Cage Composite])’까지 이어지며, 그의 실험이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죠.
전자공학 잡지, 레코드판, 인쇄 이미지 등을 결합한 초기 작업은 이미 매체의 혼합과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었고, 이후 작업에서는 영상과 조각, 퍼포먼스가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죠. 지금의 미디어 아트가 가진 복합적인 구조는 이미 이 시기부터 백남준에 의해 예고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서울이라는 장소가 갖는 의미
이번 전시가 열리는 APMA 캐비닛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서울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프로젝트 공간이죠.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이 공간에서 백남준의 작업을 마주한다는 점은 그의 예술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합니다. 기술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다시 기술을 해석하는 흐름을 가장 먼저 제시했던 이름, 백남준. 그가 태어난 도시, 서울에서 그의 작업을 ‘되감아 다시 재생’하는 이번 회고전은 그 출발점과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