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의 홀로서기?
지난 4월 3일, 마크가 SM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종료를 알렸습니다. 10년 만에 홀로 닻을 올리기로 결심한 마크는 어디로 향할까요? 돌아보면 데뷔곡 ‘일곱 번째 감각’에서부터 스스로를 ‘탐험가(Explorer)’라고 지칭하기도 한 마크의 배는 단 한 번도 정박한 적 없습니다.
“10년 동안 나같은 놈은 못 봤네. 100 못할 바에 아예 안 할게” 작년 4월 7일 공개된 마크의 노래 ‘1999’ 가사입니다. 생애 첫 정규 솔로 앨범을 낸 아티스트의 흔한 자기 과시로 넘기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가사였죠. 왜냐면 앳된 얼굴로 ‘Uh, and that’s a long ass ride’를 읊조리던 내뱉던 16살 때부터 마크는 자기만의 독보적인 리듬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당시 무대 위 모든 멤버가 특별했지만 형들 사이 유난히 작아 보이던 귀여운 눈썹의 소년이 남긴 인상은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K-팝 시스템 최전선에 있는 SM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SM 루키즈로 트레이닝을 받아온 소년이 이렇게나 덜 ‘정형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게 다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NCT에게 마크란?
2016년 4월 6일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과 10일 ‘WITHOUT YOU’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NCT는 엑소 이후 처음으로 나온 SM의 보이그룹으로 등장과 동시에 기대를 모았습니다. NCT의 비전은 확고했고, 다소 과감했습니다. NCT(Neo Culture Technology)라는 이름 하에 여러 멤버들이 각기 다른 그룹으로 활동하고, 때로는 그룹의 경계없이 유닛(NCT U)으로 유동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취지였으니까요. 마크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이 체제를 대중에게 몸소 설명하고 증명하는 멤버였어요. 처음 NCT U를 통해 얼굴을 드러낸 뒤, 그해 7월에는 NCT 127로, 이후 8월에는 NCT DREAM 멤버로 연이어 데뷔를 합니다.

지난해 개최된 KCON LA의 첫째 날, 마크는 예정된 NCT 127 단체 무대에 앞서 미국에서 첫 솔로 스테이지를 펼쳤습니다. 공연일은 현지 시각으로 8월 1일. 한국 시간으로는 마크의 생일인 8월 2일이라 괜히 뜻깊게 느껴졌어요. 당시 공연장 전광판은 마크를 ‘NCT World’s Trademark(NCT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소개했는데요. 장난스럽지만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여러 팀과 유닛을 오가며 보여준 마크의 성실한 활동량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크는 NCT 시스템이 지향하는 네오한 이미지에 가장 자연스럽게 기여하는 멤버이기도 했어요. 토론토와 뉴욕, 밴쿠버 등 다양한 배경에서 성장하며 갖게 된 무국적성과 타고난 순수한 에너지는 물론 능력도 뛰어났죠. 출중한 춤 실력은 NCT가 소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의 범주를 넓히는 데 기여했고, 특히 기존 SM 보이그룹에게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졌던 랩 부문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팀에 힙합과 랩이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NCT 127이 데뷔곡이었던 ‘소방차(Fire Truck)’부터 시작해 ‘Simon Says’, ‘Ay-Yo’, ‘질주(2Baddies)’, ‘삐그덕(WALK)’ 같은 무드의 곡을 소화하며 팀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었던 데에는 태용과 마크를 비롯한 랩 멤버들의 역할 또한 컸다고 생각해요. ‘내 Van(My Van)’, NCT U로 선보였던 ‘Misfit’ 같은 트랙에서 보여준 탁월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SM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였던 마크
한편 SM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했습니다. NCT DREAM을 잠시 졸업했던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SM에서 선보인 7명의 연합 그룹 ‘슈퍼엠(SuperM)’ 활동에 박차를 가했죠. 비록 슈퍼엠 활동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데뷔 앨범으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K팝 아티스트, 코로나였던 당시 세계 최초의 온라인 콘서트의 시작을 여는 등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NCT 127과 NCT DREAM으로서의 월드 투어를 오가는 동시에 2018년 <NCT 2018 EMPATHY>로 시작해 2020년 <NCT RESONANCE>, 2021년 <Universe>, 2023년 <Golden Age>까지 NCT 전원이 참여하는 중요한 활동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NCT NATION: TO THE WORLD’ 콘서트 투어가 펼쳐집니다. 3시간 훌쩍 넘는 공연에서 마크는 단연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무대에 오른 멤버였습니다. 마크의 선창으로 “No matter what they say No matter what they do We gon’ resonate resonate”가 드넓은 공연장에 울려퍼지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23년과 2025년에는 SMTOWN의 새 앨범 발매 및 공연도 있었죠. 특히 SM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던 2025년 ‘SMTOWN LIVE 2025-26 : THE CULTURE, THE FUTURE’ 투어는 북미와 남미, 영국, 일본, 태국 등까지 꽤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어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물론 각종 매체와 브랜드와의 작업도 가장 많은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틈틈이 개인 음악 작업 또한 멈추지 않았습니다. 끝없는 팀 활동 속에서 오직 자기만을 위한 음악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2022년 2월 4일은 마크의 첫 솔로곡 ‘Child’가 세상에 나온 날입니다. ‘Child’가 마크가 가진 서정적이고 세심한 단면을 드러내는 곡이었다면 그 다음 2023년 4월 7일에 선보인 위트 있는 힙합 트랙 ‘Golden Hour’로 또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Child’부터 마크의 솔로 앨범까지 음악적 여정을 함께 해온 프로듀서 드레스(dress)는 한 인터뷰에서 ‘마크는 투어 중에도 항상 녹음 장비를 챙겨 호텔에 가져간다’라며 음악 작업을 향한 마크의 열정을 언급한 바 있죠.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200’부터 시작해 ‘프락치 (Fraktsiya)’, 스트롱 듀오 콤비인 해찬과 함께 한 곡 ‘+82 Pressin’’ 공개에 이어 2025년 4월 7일,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크의 첫 번째 솔로 앨범 <The Firstfruit>는 그런 고민과 긴 시간을 거쳐 탄생한 앨범입니다. NCT 멤버 중에서는 태용, 텐, 재현, 유타, 도영의 뒤를 이은 솔로 앨범 프로젝트이자 스킷(Skit)을 포함해 총 13개의 트랙으로 알차게 꾸려진 앨범은 첫 주 54만 장의 판매를 기록해요. 빌보드 스태프가 꼽은 2025년 최고의 K-팝 앨범 1위로 선정되는 등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크는 어떻게 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었을까요? 아마 활동을 하는 내내 마크 스스로도 수없이 받았을 질문일 거예요. 2020년 슈퍼엠 인터뷰로 만났을 때 저 또한 비슷한 물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이 많은 곡과 춤을 어떻게 외울 수 있는지, 퍼포먼스 뿐 아니라 멤버들 및 팬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모든 활동에 어떻게 기복없이 근면하게 임할 수 있는지, 그 동력이 궁금했거든요. 당시 “곡마다 가진 에너지가 원동력이 돼요. 한 곡으로 100번 활동을 하더라도 또 다른 곡은 처음이니까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어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다른 것처럼요.”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사실 완전히 납득이 가지는 않았어요. 마크라는 사람의 기저에 음악과 팬을 향한 사랑이나 주어진 상황에 대한 책임감과 감사함, 성공을 향한 열망 같은 것 외에 더 단단한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신앙이라는 사실을 실감한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였어요.
마크 가족의 신실함은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바지만 공식적으로 종교 이야기가 수면 위에 드러났던 것은 2023년 8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4부작 다큐멘터리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을 연극적인 연출로 재현하는 등 다소 독특한 구석이 있었는데요. 마크의 이야기는 ‘나는 너를 세상의 정상에 올리기 위해 키웠고, 이는 세상에 내가 너를 키웠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다.’라는 출애굽기 9:16의 구절을 어머니가 꿈에서 들으셨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마크는 무대에 서고 퍼포머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자기 운명인 것 같다고 말하죠. 가수 활동은 마크에게 일종의 소명이자, 넓은 개념의 사역이기도 한 겁니다. 2024년 개인 인터뷰로 마주했을 때 마크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 다양한 팀에 속해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해낼 수 있는 일이니까 주어진 거죠”라는 말을 했어요. 종교적인 맥락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말하면 제 많은 면이 신앙과 연관되어 있다’라고 답했죠.

하나님께 바치는 가장 소중한 첫 생산물을 지칭하는 ‘Firstfruit’가 앨범명이 된 것을 비롯해 마크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에서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인 신앙심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K-팝에서 종교가 미학적 레퍼런스가 아닌 이토록 직접적으로 쓰인 걸 처음 봐서 다소 신기할 정도였죠. 선과 도덕적인 무결함을 의미하는 ‘Righteousness’를 떠올리게 하는 활동곡명, 절대적인 존재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는 ‘Too Much’, 어머니와의 대화를 담은 12번째 트랙에서는 앨범에 신앙적인 의미를 담았다는 사실이 명시되기도 하고요. 마크가 지난 4월 3일 안녕을 고하며, 자필로 공개한 편지에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NCT를 떠나면서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느낀 ‘최고의 할 일’과 ‘목적’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그동안 마크가 자신이 가진 다른 면모들과 똑같이 솔직하게 공유한 모습을 보려하지 않는 것이겠죠.
마크가 팬들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지난 10년 간 마크를 봐온 사람이라면 편지 내내 거듭 반복되는 미안하다는 말, 이 편지 하나로 충격이 완화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는 말, 수많은 고민들의 결과가 결국 이 부족한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도 알 겁니다. 다만 누군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사랑하게 만드는 근간이 되어줬던 이유가, 정확히 그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만든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데뷔 이후 10년. 루키즈 시절까지 포함하면 12년의 시간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너무나 긴 시간이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제 고작 만 26살인 아티스트를 너무 빨리, 뜻밖의 순간에 떠나 보내게 됐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습니다. 올초부터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일곱 명으로 NCT DREAM 콘서트를 막 마친 상태이기도 했고, 곧 제대할 멤버와 함께하는 NCT 127의 활동도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솔로 정규 앨범을 낸 지 일 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솔로곡과 함께 다른 멤버들처럼 솔로 콘서트 무대에 서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 또한 마냥 자연스러웠으니까요.
NCT 멤버들의 마크를 향한 마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결정을 응원하고 싶으면서도 갑작스러운 이별에 원망과 미운 마음이 드는 것을 멤버들 또한 느낀다는 것이 팬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12살 때 마크 형을 만나 쭉 함께 자라온 지성이 버블에 남긴 “사람마다 각자의 소중한 인생이 있고, 그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건 결국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믿는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미웠지만 그 사람을 알고, 했던 수고들을 알고, 그리고 표현은 많이 못 했지만 정말 좋아하던 형의 앞길을 아주 멀리서 응원해주고 싶습니다”라는 말처럼요. 마크를 13살에 만나 함께 두 팀을 오가며 긴 시간을 함께 해온 해찬 또한 4월 5일 밤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결정을 전달드린 방식은 아쉬울 수 있지만 저희도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막막했다. 각자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 시간을 흘려 보내고 같이 계속 걸어가 보자”라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죠.


NCT의 다음 행보는?
마크가 떠나도 NCT는 NCT입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출중한 멤버들이 있고, 이들 아니면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은 멋진 곡들과 퍼포먼스, 그리고 여러 이야기가 쌓인 아름다운 가사들이 남아있죠. NCT 127은 멤버들의 빈 자리를 훌륭히 채워내는 모습을 이미 큰 무대와 콘서트 투어를 통해 보여줬고, 최근 2~3년 간 무대 위 NCT DREAM 멤버들의 성장은 사실 놀라울 정도입니다. 특히 발표 이후 멤버들이 시즈니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이 팀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기도 해요. 물론 NCT로 무대에 오른 마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적응하는 데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마크는 정말로 훌륭한 퍼포머였으니까요. 별 것 아닌 게임에 승부욕을 보이기도 하고, 엉망인 머리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녹음을 하던, 크게 얼굴을 찡그리며 깔깔 웃던, 멤버들 한 명 한 명과 소중한 관계를 맺었던 마크를 볼 수 없다는 사실도 마음이 아픕니다.

마크가 보여줄 다음 스텝
그래도 한 가지는 기대해보게 됩니다! 마크의 편지 속에 미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이죠.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들에게 인사 드리게 될 때 좋은 모습의 마크가 될 수 있게, 최선의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말, ‘이 모든 게 납득 갈 수 있게 정말로 열심히 할 것( I’ll really be working very very hard to make it all make sense)’이라는 말, 그리고 ‘See You’로 끝나는 맺음말도요. 그러고 보니 또 열심히 하겠다는 말들이긴 하네요.
삶은 생각보다 길고, 그래서 예상치 못한 상처도 받지만 또 뜻밖의 아름다움이 쌓이기도 하죠. 어떤 말들은 영원하지 않지만, 어떤 약속은 현실이 되기도 하고요. 그동안 누가 봐도 달려왔던 마크가 이제 비로소 자기 속도로 잠깐 걷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와줄 걸 안다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