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기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나홍진,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와 ‘호프’가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제79회 칸 영화제에 각각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경쟁 부문 진출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올해 한국인 최초로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또 다른 방식으로 칸과 인연을 이어갑니다.


칸 영화제가 선택한 공포, ‘호프’
포스터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황금종려상을 향한 도전에 나섭니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그리고 테일러 러셀까지 출연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작품은 비무장지대 인근 항구 마을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목격되면서 벌어지는 SF 스릴러입니다.
‘곡성’에 이어 나홍진 감독과 재회한 황정민은 시골 파출소장 범석 역을 맡아 교만함과 책임감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내면을 그려냅니다. 조인성은 호포항에서 사냥과 낚시로 살아가는 청년 성기 역으로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거칠고 강렬한 에너지를 예고하죠.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스타가 된 정호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대담한 경찰 성애 역으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각자의 색이 뚜렷한 배우들이 한 화면 안에서 맞부딪히며 완성되는, 지독하게 인간적인 나홍진 표 SF 앙상블. ‘호프’는 칸 영화제 첫 공개 후 2026년 여름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홍진 그 지독함의 기록
한국 영화계에서 장인 정신과 지독함을 논할 때 나홍진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하는 한 컷을 위해 수십 번의 테이크를 반복하고, 조명과 날씨 같은 미세한 조건까지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그. 이렇게 탄생한 완성본은 언제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숨통을 조이죠. 지독한 리얼리즘 연출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칸과 인연을 이어온 나홍진 감독이 이번 ‘호프’로 마침내 경쟁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이로써 데뷔부터 현재까지 그가 연출한 모든 영화가 칸에 초청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관객이 영화관 문을 나설 때 기운이 쏙 빠지게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매 작품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 온 그가 이번엔 SF 장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특유의 지독한 연출이 미지의 존재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종(種)의 탄생, ‘군체’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 부문의 뜨거운 감자라면,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칸의 밤을 깨우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산행’, ‘악녀’ 등 대중성과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잡은 작품들이 거쳐 간 이 부문에서 연상호 감독은 특유의 유니버스(일명 연니버스)를 확장하며 전 세계 관객들을 전율케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집단 감염 사태를 다룬 ‘군체’는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선 ‘진화형 재난’을 예고합니다. 짐승처럼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이 점점 지능을 갖추고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사냥하는 모습은 기존 재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하죠.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전지현이 냉철한 생명공학자 권세정 역을, 구교환이 생존자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미스터리한 열쇠를 쥔 서영철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두 배우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죠.
‘부산행’으로 K-좀비의 서막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이 ‘군체’를 통해 선보일 새로운 종의 탄생과 파멸의 서사. 올여름 칸 영화제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2026년 5월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경계 없는 상상력의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의 기괴한 상상력에서 시작해 K-좀비의 거대한 서막을 열기까지. 연상호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장르이자 한국 영화가 가진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날카로운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강렬한 장르적 쾌감과 함께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해 왔죠. 이번 작품으로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부산행’, ‘반도’에 이어 네 번째 칸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매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쌓아온 기록에서 예측할 수 있듯 이번에도 그는 ‘진화하는 감염체’라는 전례 없는 소재로 또 한 번 경계를 허뭅니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인간과 괴물이 뒤섞이는 순간, 연상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떤 공포를 빚어낼지 기대됩니다.

한국인 최초,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4년 전, ‘헤어질 결심’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엔 한국인 최초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칸을 다시 찾습니다. 황금종려상을 향해 도전하던 자리에서 이제는 그 영예를 결정하는 자리에 올랐는데요.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 역시 “박 감독의 탁월한 재능을 기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그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습니다. 거장 박찬욱 감독이 써 내려가는 한국 영화와 칸의 이야기, 이렇게 또 다른 방식으로 계속됩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세 감독이 참석하는 2026 제79회 칸 영화제. 오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남부의 눈부신 휴양지, 칸의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