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ÈS BEAUTY 네일 에나멜 #84 그리 에땅. 15ml, 가격 미정.

여름휴가를 언제 갔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자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은 괜히 시큰둥해졌고, 군대에 다녀온 직후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고, 일을 시작한 뒤에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쉬 움직이지 못했다. 작년에도 선배들은 먼저 휴가를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은 또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SNS 속 사람들의 행복한 여름휴가 사진을 들여다보며 괜히 부러워하고, 혼자 배 아파하기 바빴으니까. 그래서일까, 올해는 여름이 성큼 다가오자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요즘 다들 간다는 발리에 가야 하나, 아니면 이왕 떠나는 김에 몰디브까지 통 크게 가봐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물론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룰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 여름만큼은 꼭 어디로든 떠나 밤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싶다. 지긋지긋한 다이어트를 끝내고, 꽉 끼는 블랙 브리프 스윔웨어를 입은 채 손끝에는 에르메스 뷰티의 네일 에나멜 #84 그리 에땅을 바르고 말이다. 올여름만큼은 바쁘다는 핑계 대신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오래 미뤄둔 계절을 천천히 즐겨보고 싶다. 늘 춥고 외로웠던 지난 계절의 밤들에는 이제 안녕을 고하며 그렇게 밤하늘 아래 가만히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현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