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보이스 채널로 연결된 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이들. 누군가는 과감하게 판을 흔들고, 누군가는 빈틈을 메우며, 누군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로 향하는 길을 연다. 이렇듯 서로 다른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비로소 하나의 승부가 완성된다. 수많은 선택과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수록 서로를 향한 믿음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 레드불 게이밍 팀 T1의 다섯 선수가 말하는 도전과 결속 그리고 승리를 넘어 더 앞으로 나아가는 힘.

케리아

류민석 선수

모든 라인의 움직임을 깊이 이해하고, 정해진 틀 너머의 플레이를 설계하는 류민석. 폭넓은 챔피언 선택과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서포터의 익숙한 문법을 비튼다. 역할의 경계를 넓히며 T1의 전략에 새로운 선택지를 더하는 그는 오늘날 최고의 서포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부터 T1의 서포터 자리를 지켜오고 있어요.
처음 T1에 합류했을 때는 부담감이 컸어요. T1이 워낙 상징적인 팀이다 보니 ‘내가 이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입단했어요. 돌아보면 실제로 그 시간 동안 값진 경험을 쌓았어요. 팀 안에서 생활하며 T1의 위상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됐고요. 성장의 속도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려온 방향대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포터라는 역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포터는 여러 라인에 개입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이거든요. 그만큼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역할이고요. 다만 그런 플레이를 만들어내려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읽고, 어디에 개입해야 하는지, 팀을 위해 어떤 움직임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죠.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특별히 해온 연습 방식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서포터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도 많이 플레이해봤어요. 잘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도 서포터 선수들만 본 게 아니라, 다른 라인 선수들의 플레이도 굉장히 많이 봤고요. 서포터는 결국 여러 라인에 개입해야 하는 포지션이니까요.

강렬한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역대급 천재 괴물’, 줄여서 ‘역천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현시점에서 최고의 서포터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 그런 별명과 자신의 플레이를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최근 들어 저를 ‘가장 잘하는 서포터’로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해요. 사실 그런 평가를 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 꾸준히 노력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 수식어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욱 발전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늘 화보 주제가 ‘함께’이니만큼 팀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특히 페이커 선수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드러나는 장면이 종종 포착되는데요. 한 팀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페이커 선수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프로로서 갖춰야 할 자세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책임을 다하고 늘 모범을 보이려는 태도죠. 말로 표현하면 조금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페이커 선수는 실제로 그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요. 플레이에서도 배울 점이 많지만, 오히려 경기 밖에서 보여주는 태도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오너 선수와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잖아요. 함께 플레이하면서 오너 선수에게 영향을 받았거나 배운 부분이 있나요?
어릴 때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 고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선수일수록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오너 선수는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팀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요. 자신의 생각만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죠. 오너 선수를 보며 그런 유연한 태도를 배웠어요.

지금 케리아 선수가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팀워크라는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팀원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고,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각자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팀 안에서 ‘내가 이만큼 신뢰받고 있구나’ 혹은 ‘나는 팀원들을 이만큼 믿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큰 경기를 앞두면 아무래도 부담이나 압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팀원들이 제 몫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 부담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 하기보다 함께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또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팀원들이 믿고 따라와주는 순간에도 그렇게 느껴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팬들 사이에서 ‘케리아 표정론’이 나올 만큼 경기 중 느끼는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선수라는 인상을 줘요. 그런 성향이 경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나요? 또 지금은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감정적인 성향 덕분에 오히려 플레이어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정도가 지나쳐 시합이나 연습 때 잘 풀릴 수 있는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죠.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면서 경기력도 함께 좋아졌다고 느껴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요.

감정적인 면이 오히려 도움이 된 부분도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승부욕이 강하고, 앞서 말했듯이 감정적인 편이에요. 스스로 세운 목표에는 반드시 도달하겠다는 집념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순간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어요. 목표가 뚜렷한 만큼 감정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동시에 그 열망이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실어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