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대란 무엇일까. 오늘날 호스피탈리티는 단순히 숙박과 서비스를 넘어
우리의 감각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과 관계 맺는 태도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
머무는 이를 배려하는 공간의 설계, 숙소 밖 일상과 연결되는 경험까지.

여행과 공간을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9인의 필자가
자신이 경험한 숙소를 떠올리며 오늘날 변화하는 환대의 정수를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기준.

건물 하나가 동네가 될 때: 머무는 동안 우리는 조금 자란다

오후 3시, 로비에는 두 가지 속도의 시간이 흘러간다. 내일이면 캐리어를 끌고 떠날 사람의 시간과 이곳에서 벌써 3백 번째 아침을 맞은 사람의 시간. 둘은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각자의 화면을 들여다보지만, 서로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 무심함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이곳이 애써 지켜온 분위기에 가깝다.

뉴리빙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문을 연 ‘맹그로브 동대문(Mangrove Dongdaemun)’은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 한복판에 있다. 도시의 밀도가 가장 촘촘하게 쌓인 자리다.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관계가 너무 많아 지치거나, 누구와도 이어지지 못해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이 건물 안에는 서로를 알아봐도 좋고 모른 채 스쳐도 괜찮은, 느슨하고 다정한 작은 동네가 있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정해진 순서표라기보다 낯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스칠 수 있는 작은 핑곗거리에 가깝다. 화요일 저녁 15층 캔틴에서는 거주자가 자란 동네의 음식을 소개하고, 이곳에 막 도착한 여행자와 반년째 살고 있는 사람이 같은 조리대 앞에 나란히 선다. 요가 클래스와 북 토크도 열리지만, 가장 좋은 순간은 늘 시간표 바깥에서 온다.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훌륭한 계획이란 “계획하지 않은 것을 위한 계획”이어야 한다고 했다. 방 하나가 여러 얼굴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스쳐가는 숙소였다가, 누군가의 취향이 쌓인 집이 되고, 어떤 날엔 작은 전시장이 되기도 하는 곳. 머무는 사람은 그저 소비하는 손님으로 남지 않고, 어느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된다.

맹그로브 동대문

맹그로브의 환대는 모든 경험을 대신 정해주는 게 아니라, 머무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관계의 농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연결될 가능성은 열어두되,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똑같은 무게로 지켜준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공용 공간은 필요할 때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을 자유를 남겨둔다.

닷시티(.city)라는 맹그로브의 도메인은 한 건물 안에 동네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라운지에서 우연히 겹치는 시간, 누군가의 방에서 열린 작은 전시, 필요한 물건을 조용히 나누는 손길, 골목을 함께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도시의 조각들이 있다. 이곳은 여행객이 머무는 곳이라기보다 잠시 살아보는 도시에 가깝다. 하루든 1년이든, 우리는 스쳐가는 동안에도 조금씩 더 넓어지고, 더 나다워진다. 느슨하게 모두와 연결된 채. 조강태 MGRV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