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니스는 이제 새롭거나 거창한 트렌드가 아닌 일상적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웰니스의 대한 관심은 실천 방식과 루틴을 넘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웰니스는 이제 ‘무엇’을 하느냐에서 ‘어디’에서, 어떤 감각을 온전하게 경험하느냐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요즘 SNS에서 자주 포착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웰니스 서드 스페이스(Wellness Third Space). 사우나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배스하우스에서 탕에 몸을 담근 채 이야기를 나누고, 콜드 플런지를 마친 뒤 차를 마시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혼자 회복하되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는 새로운 웰니스의 풍경. 그 뿌리에는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1989년 저서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제시한 ‘제3의 장소(Third Place)’ 개념이 있다. 집을 첫 번째 장소, 일터를 두 번째 장소라고 할 때, 세 번째 장소는 그 밖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쉬고 대화하며 관계를 쌓는 공간이 된다. 올든버그가 주목한 것은 거창한 공공시설이나 특별한 목적을 가진 장소가 아니다. 카페와 펍, 도서관이나 미용실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일상의 장소일 뿐이다. 웰니스 서드 스페이스는 올든버그의 서드 플레이스 기능을 오늘날 웰니스 공간에 적용한 확장형 표현에 가깝다. 핵심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경험에 있는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머물고 반복적으로 찾으며 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안 소속감과 사회적 연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서드 플레이스를 집과 직장 밖에서 상호작용과 사회적 지지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로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웰니스의 성격이 달라진 데 있다. 웰니스는 더 이상 혼자 운동하고 명상하는 자기 관리 루틴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사회적 연결과 외로움을 공중 보건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처럼 오늘날의 웰니스에는 타인과 함께 머물고 느슨하게 연결되는 경험이 포함된다. 사우나의 열과 콜드 플런지의 냉기, 요가와 호흡, 차와 휴식을 함께 경험하며 각자의 몸을 돌보는 동시에 완전히 혼자이지는 않은 상태. 웰니스 서드 스페이스는 개인적 자기관리를 공동의 회복 경험으로 확장한다. 공간형 웰니스의 성장은 산업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 기관 GWI(Global Wellness Institute)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경제는 2024년 6조8천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으며, 웰니스 부동산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웰니스 부동산은 고급 주거 시설에만 머물지 않고 호텔과 업무 공간, 시니어 리빙, 의료 시설, 학생 주거 공간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웰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자체가 하나의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공간은 이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뉴욕의 아더십(Othership)은 사우나와 아이스 배스, 가이드 호흡 세션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고, 세션 전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셜 커머스를 마련했다. 몸의 자극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한 공간 안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한 방식이다. 배스하우스(Bathhouse)는 온탕과 사우나, 스팀 룸, 콜드 플런지와 라운지를 한데 구성해 하루 일정 가운데 오래 머무는 생활형 웰니스 공간을 내세운다. 뉴욕의 멤버십 클럽 모스(Moss)는 한발 더 나아간다. 다이닝과 문화 프로그램, 조용한 업무 공간, 스포츠 코트, 사우나와 라운지를 한 건물 안에 구성해 집과 클럽, 문화 공간의 경계를 흐린다. 이곳에서 웰니스는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루의 동선과 생활 방식 전체에 스며든다. 공간이 웰니스를 만든다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것.


3 (깊이) 박의준 대목장과 함께하는 한옥 이야기.
도시의 웰니스 서드 스페이스가 낯선 사람들과 같은 리듬을 공유하며 일상 속에서 회복하는 장소라면, 또 다른 웰니스 공간은 일상을 잠시 떠나 장소 자체의 감각에 몸을 맡기게 한다. 집과 직장 사이 제3의 공간을 넘어 자연과 건축, 지역의 시간이 회복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웰니스 데스티네이션. 강원도 영월의 더한옥헤리티지 ‘라온재’에서 경험하는 웰니스가 그렇다. 한옥과 자연이 빚어내는 고요 속에서 차를 마시고 인피니티 풀에서 플로팅 사운드 배스를 온몸으로 느끼며 대목장이 들려주는 한옥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차의 온기와 물의 흐름, 소리의 울림과 대자연의 생기, 그리고 공간에 축적된 시간의 감각을 통해 웰니스를 보다 한국적 방식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라온재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고요·흐름·온기·생기·깊이, 다섯 가지 결로 각기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고요’에서는 티 클래스 시간으로 호흡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흐름’에서는 플로팅 사운드 배스를 통해 물과 소리, 몸의 움직임을 연결한다. 나무를 직접 다루는 목공예는 ‘온기’로, 제철 재료의 맛과 질감을 온전히 느끼는 있는 쿠킹 클래스는 ‘생기’로 이어진다. 마지막 ‘깊이’에서는 대목장과 함께 한옥의 구조와 그 공간에 깃든 장인정신을 들여다본다. 다섯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감각을 깨우지만, 결국 라온재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고요와 흐름 안에서 하나의 웰니스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한옥의 처마와 물, 나무와 빛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몸의 속도를 늦추고 감각을 깨우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 장치다. 웰니스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지만, 그것을 오래 남는 경험으로 완성하는 것은 결국 공간의 힘이다.
그렇다고 웰니스를 위해 늘 집을 떠나 특정 공간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집 역시 가장 가까운 웰니스 스페이스가 될 수 있다. ‘홈 바이옴(Home Biome)’은 집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공기와 빛, 온도와 습도, 소리와 재료, 미생물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생활 생태계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실제로 영국연구혁신기구(UKRI)가 지원한 홈 바이옴(Home Biome Project)는 집 안 먼지와 공기 속 화학적 · 생물학적 요소를 조사하며 주거 환경과 건강의 관계를 탐구한다. 집에서 즐기는 웰니스는 거창한 시설이나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매일의 환경을 조율하는 일에 가깝다. 아침에는 햇볕과 환기로 몸의 리듬을 깨우고, 저녁에는 조도와 소리를 낮춰 휴식의 조건을 만든다. 온도와 습도, 공기 질을 살피고, 차를 우리고 식물을 돌보며 잠시 각종 모니터에서 벗어나는 일. 공간의 상태를 바꾸는 작은 선택이 곧 몸의 상태를 돌보는 일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문헌 에서는 주거의 과밀, 실내 온도, 안전, 접근성 등을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다룬다. 건강한 삶은 의료나 운동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머무는 환경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집에서는 환경을 설계하고, 도시에서는 타인과 느슨하게 연결되며, 때로는 일상을 떠나 장소의 기억 속에서 깊이 회복한다. 결국 웰니스 스페이스는 특정 시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상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식에 가깝다. 우리가 머무는 곳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웰니스는 특별한 경험을 넘어 매일의 삶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