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우미우의 2027 S/S 컬렉션 ‘HERE AND NOW’는 스포츠웨어와 프레피 룩, 이브닝웨어를 한자리에 불러모으며 예상 밖의 균형을 만들어냈습니다.
- 테일러드 재킷 안에 자리한 기능성 브라 톱부터 단정한 벨트 대신 질끈 묶은 로프까지, 위트와 대비가 돋보이는 피스들이 런웨이를 채웠습니다.
- 이날 아이들 민니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 트와이스 모모는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미우미우 룩으로 쇼장을 빛냈습니다.
우아함의 경계를 넓힌 미우미우의 새 컬렉션 ‘HERE AND NOW’.
미우치아 프라다가 다시 그리는 우아함
지난 10월 4일(현지 시간), 파리 팔레 디에나(Palais d’Iéna)에서 미우미우(Miu Miu)의 2027 S/S 컬렉션 ‘히어 앤 나우(HERE AND NOW)’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쇼장을 채운 음악은 이색적인 비트 위로 여러 개의 선율이 뒤엉키며 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는데요. 제각기의 소리가 겹쳐 예상 밖의 조화를 만든 음악처럼, 런웨이에서도 하나의 옷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룩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뒤섞였습니다. 단정한 체크 재킷 안에 기능성 톱을 겹쳐 입고, 스포츠 브라 톱의 가장자리에는 파티 룩에서 볼 법한 반짝이는 장식을 둘렀죠. 여기에 이브닝드레스와 수영복처럼 좀처럼 한자리에 놓이지 않던 옷들까지 전부 불러모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그는 이번 시즌 익숙한 옷에 새로운 상황과 쓰임을 더하며 당연하게 여겨 온 우아함의 기준을 다시 바라봤습니다.








체육관과 파티장을 오가는 옷장
미우미우가 그리는 하루는 유독 분주한데요. 운동을 마친 뒤 이어지는 학교 수업에 저녁 약속까지. 런웨이의 옷차림은 하루의 여러 장면을 한꺼번에 품고 있었습니다. 넉넉한 체크 재킷 아래로 몸에 붙는 스포츠 톱을 받쳐 입는가 하면, 골반까지 내려온 플리츠 스커트 사이로는 스윔웨어와 쇼츠를 슬쩍 보여주었습니다. 막 운동을 마친 차림에 교복 재킷 하나만 걸친 채 그대로 저녁 약속으로 향하는 듯한 모습이었죠. 여기에 미우미우 특유의 프레피한 감각을 살린 킬트도 여러 차례 등장했고요.
한편 트랙 팬츠에는 블라우스와 반듯한 재킷을 더하고, 칵테일 드레스 아래에는 투박한 스니커즈를 신기며 우아한 룩 속에 스포티한 기운을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스포츠 브라 톱이 자주 등장했는데요. 미우미우는 이를 옷 안에 숨기는 대신 겉으로 꺼내 보이며 하나의 완성된 피스처럼 다루었습니다. 달라붙는 기능성 톱 위에 겹겹이 레이어링하거나, 밑단에 장식을 넣은 채 반듯한 테일러드 재킷과 함께 매치하는 식으로요. 반짝이는 플리츠 스커트에 스포츠 브라 톱을 매치한 지지 하디드(Gigi Hadid)의 피날레 룩은 이번 시즌의 장난기 넘치는 에너지를 가장 세련되게 보여주었는데요. 여기에 런웨이 곳곳에 팬츠와 스커트 허리 위로 이너웨어가 슬쩍 엿보이는 스타일링까지 더해지며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하나의 룩 안에 나란히 놓았죠. 속옷과 겉옷, 운동복과 외출복, 낮과 밤, 캐주얼과 포멀처럼 익숙한 경계를 자유롭게 흐려 온 미우치아 프라다의 실험은 이번 컬렉션에서도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반듯함을 벗어난 디테일
익숙한 옷에 낯선 표정을 더한 건 컬렉션 곳곳에 자리한 작은 디테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커트와 팬츠의 허리에는 반듯한 벨트 대신 투박한 로프를 질끈 묶고, 단추나 지퍼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신발 끈을 묶듯 X자로 교차한 끈을 끼웠죠. 랭글러(Wrangler)와 손잡고 선보인 빈티지 데님에도 해당 디테일을 더하며 시간이 쌓인 옷에 동시대의 감각을 불어넣었습니다. 끈을 얼마나 조이고 느슨하게 푸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실루엣을 발견하는 것도 이번 쇼의 묘미였고요. 여기에 맨살 위를 휘감으며 그 자체로 마치 하나의 톱처럼 모습을 바꾼 실크 리본 역시 시선을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는데요. 미우미우 특유의 위트 있는 실험 정신은 옷의 표면을 다루는 방식에도 녹아있었습니다. 스웨이드에는 왁스를 입혀 오래 입은 듯 자연스러운 균열을 만들었고, 새틴에는 구김과 주름을 남겨 시간이 스며든 듯한 흔적을 더했죠.
뉴발란스(New Balance)와는 협업 5년 차를 맞아 가벼운 레이싱화인 RC150도 새롭게 다듬었습니다. 시원한 메시 소재에 대비되는 색의 끈을 더하며 운동화의 기능적인 요소까지 스타일링의 일부로 끌어들였죠. 새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익숙한 것의 쓰임과 표정을 바꾸는 것. 이번 시즌 미우미우가 말하는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는 옷을 입는 법에서 옷을 만드는 법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습니다.


프런트 로를 빛낸 민니, 연준, 모모
옷의 쓰임과 인상을 새롭게 바꿔놓은 이번 컬렉션의 메시지를 담아내듯, 이날 프런트 로를 찾은 셀럽들의 스타일 역시 한가지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일일 특파원으로 변신한 아이들 민니는 브라운 레더 재킷에 짧은 미니 스커트를 더해 발랄하고 반항적인 기운을 동시에 드러냈는데요. 힘 있는 레더와 경쾌한 미니 스커트의 대비가 민니 특유의 통통 튀는 에너지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한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은 잔잔한 체크 재킷 안에 스트라이프 셔츠를 받쳐 입고, 단정한 그레이 팬츠와 브라운 벨트로 마무리한 프레피 룩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올해 4월 미우미우 최초의 ‘프렌드 오브 하우스(Friend of the House)’로 선정된 바 있죠. 반듯한 테일러링 사이로 셔츠의 거친 밑단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번 컬렉션을 관통한 정돈된 옷차림 속 흐트러짐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트와이스 모모는 한결 차분한 프레피 룩으로 쇼장을 빛냈습니다. 짙은 테일러드 재킷 속에 화이트 셔츠와 짧은 브라운 니트를 차곡차곡 겹쳐 입고 얇은 테와 큼직한 알이 대비되는 틴티드 선글라스를 더해 긱시크 무드를 유쾌하고 세련되게 풀어냈죠. 정해진 정답 대신 원하는 대로 완성하는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 이보다 더 미우미우다운 컬렉션이 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