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긴 뒤 따뜻한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볼에는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고, 장갑을 벗은 손에는 실내의 온기가 번진다. 겨울 여행이 오래 기억되는 건 이처럼 서로 다른 감각이 한 장면 안에 겹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샤넬이 레 조 드 샤넬 파리-생모리츠에 담은 것도 바로 이런 겨울의 대비다. 싱그러운 배 어코드로 시작해 로즈를 지나 머스크 앰버의 포근한 잔향으로 이어지는 향은 생모리츠의 맑은 공기와 아늑한 온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향수의 이름처럼,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알프스의 겨울 휴양지 생모리츠다. 가브리엘 샤넬은 가까운 이들과 이곳을 찾아 설원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저녁이면 호텔 살롱에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눈 위에서 속도를 즐기고, 해가 지면 따뜻한 실내에서 긴장을 풀던 곳. 생모리츠에서 보낸 겨울의 기억은 레 조 드 샤넬 컬렉션 최초의 겨울 향수로 이어졌다.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가 이번 향에서 주목한 것은 겨울의 추위보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온기였다.
“저는 겨울을 친밀하고 아늑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가장 아끼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익숙함과 편안함처럼 말이죠.”
샤넬 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
그가 말한 온기는 향의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파리-생모리츠는 겨울 향수라고 해서 처음부터 묵직하거나 짙지 않다. 오히려 첫 향은 예상보다 산뜻하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배 어코드다. 잘 익은 배를 베어 물었을 때처럼 싱그럽고 풍부한 과즙감이 퍼지며 향을 밝게 연다. 그 뒤로 로즈가 이어지면서 첫 향의 신선함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시간이 흐르면 머스크 앰버 노트가 피부 가까이에 은은하게 남는다. 서로 어우러진 이 노트들이 피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인상으로 드러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누군가에게는 배의 청량함이 먼저 선명하게 느껴지고, 또 다른 피부에서는 머스크의 깊은 잔향이 비교적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파리-생모리츠는 시향지에서의 첫인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피부에 직접 뿌려보는 편이 좋다. 시간이 흐르며 어떤 노트가 가장 또렷하게 남는지 살펴보는 과정까지가 이 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겨울에 어울리는 새로운 향을 찾고 있다면, 샤넬 레 조 드 샤넬 파리-생모리츠를 기억해둘 것. 올겨울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