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조희란 의상 감독은 시나리오의 첫인상과 잔상을 바탕으로 인물의 스타일을 구체화하며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 영화 호프에서 조희란 감독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웨스턴 무드와 빈티지 의상으로 인물의 매력을 강조했습니다.
  • 조희란 감독은 후배들에게 단편이나 독립영화에서 직접 스타일을 책임져보며 시야를 넓히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시나리오 속 희미한 잔상을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로 완성하는 의상 감독 조희란. 최근 영화 <호프>를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코리언즈> 등을 통해 커리어의 새로운 가능성과 창작의 즐거움을 되찾은 그와 나눈 이야기.

영화 의상은 시나리오 속 인물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끊임없이 상상력이 요구되는 작업일 것 같아요.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시나리오의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읽고 난 직후 머릿속에 남는 잔상이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찾아보고 수집하면서 막연하던 인상과 스타일을 구체화하죠. 그 과정에서 작품에 얼마나 호기심을 느끼는지, 무엇보다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후 감독님과 미팅하며 제가 수집한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인물의 스타일을 조금씩 구체화해나가요. 돌이켜보면 저는 지금까지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조금은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까요. 입봉하기 전에는 조상경 실장님 팀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고요.

패션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영화 속 캐릭터의 생동감, 리얼리티를 위해 스타일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나 사진을 즐겨 보죠. 여행을 가도 유독 재미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웃음) 그런 분들은 꼭 사진이나 메모, 그림 등으로 기록해두는 편이에요. 그들의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때로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레퍼런스가 되거든요. 요즘 에는 계속 일만 하다 보니 일하는 현장과 주변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 영화 <아웃백> 촬영을 위해 호주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흥미로운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났죠. 빈티지를 워낙 좋아해서 일본에도 자주 가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서브컬처로 유명한 도쿄 고엔지 거리에 들러 작품에 필요한 빈티지를 대량으로 구입하곤 하죠. <호프>에도 일본에서 구해온 빈티지 의상이 많이 등장했고요.

영화 <호프>의 경찰복 샘플과 스타일 레퍼런스.

영화 <호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 감독으로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나 색채가 있었나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세계관에서 의상은 어디까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나요? 사실 <호프>의 시대적 배경은 제가 직접 살아본 시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조금 더 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대극은 고증과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스타일이 살짝 초라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인물 저마다의 매력을 살린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스타일로 말이죠. 조인성 배우가 연기한 ‘고성기’와 친구들은 웨스턴 무드를 살려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했어요. 반면 황정민 배우와 정호연 배우가 연기한 ‘고범석’과 ‘임성애’는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판타지적 요소가 약간 담긴 경찰복을 입혔어요. 검은색 경찰복에 웨스턴 부츠를 매치했죠. 감독님이 영화 속 배경은 고성이 될 수도 있고, 화성이 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저에게는 상상력을 더 마음껏 펼쳐도 좋다는 의미로 다가왔죠. 경찰복은 실제로 열 벌이 넘는 버전을 만들어 감독님과 함께 결정했어요. 색상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바지 핏도 부츠 컷부터 스트레이트 핏까지 여러 가지로 제작했죠. 조금 더 힙하고 재미있는 요소로 채워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무척 즐거웠어요. <호프>의 스타일을 두고 너무 미국적이다, 비현실적이다 하는 반응도 있지만, 좋아해주신 분들도 많았고요.

영화 <호프>의 경찰복 샘플과 스타일 레퍼런스.

영화 <호프>에서 본인만 아는, 지금 이 순간 관객에게 알리고 싶은 패션 디테일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조인성 배우는 키가 크고 팔도 굉장히 길잖아요. 그래서 극 중 고성기에게 꼭 맞는 데님 트러커 재킷을 구하는 일이 정말 어려웠어요. 일본 고엔지에서 친하게 지내는 빈티지 숍 사장님들뿐 아니라 그분들이 거래하는 해외 업체들까지 수소문한 끝에 사이즈와 컨디션이 모두 좋은 재킷 세 벌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죠. 1970년대에 생산된 리(Lee) 제품 두 벌과 리바이스(Levi’s) 제품 한 벌이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그중 리의 스톰 라이더가 조인성 배우와 아주 잘 어울렸어요. 연한 색상보다 진한 색상이 훨씬 젊고 활기찬 인상을 주더라고요. 결국 그 제품을 최종 선택했고, 같은 모델을 복각한 데님 트러커 재킷을 여벌로 제작해 촬영을 진행했어요. 자세히 보면 액션 신에서는 다른 재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필모그래피를 보니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의 의상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어떤 계기로 영화 의상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친구가 의상팀 막내를 구하는데 같이 해볼 생각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한번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떠나지 못하게 되었어요.

일이 적성에 잘 맞으셨나요? 전혀 안 맞았죠.(웃음) 그때는 지금보다 작업 환경이 훨씬 열악하고 힘들던, 말 그대로 야만의 시대였거든요. 그런데 당시 조인성 배우가 제게 해준 조언이 있어요.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끝내보고 진로를 고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아마 그 분은 기억 못 할 테지만, 저는 그 말에 큰 힘을 얻었어요. 그렇게 막내 때 본 배우를 약 20년 만에 <호프>에서 다시 만났죠. 저한테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작품 속에서 배우가 멋지게 연기했고, 의상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죠.

그간 해온 작업 자료를 모아둔 영화 의상 제작 의뢰서.

영화 의상의 어떤 매력에 사로잡혀 20년 가까이 특별한 커리어를 이어오게 되었나요? 무엇보다 이 일은 늘 새롭다는 점이 좋아요. 정해진 공식대로만 흘러가는 일도 아니고,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과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죠. 일을 하다 보면 3, 6, 9년 차에 고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 역시 의상 감독으로 입봉한 뒤 9년쯤 됐을 때 <호프>를 만났어요. 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함께한 작품들도 모두 좋았 지만, 돌이켜보면 그즈음에는 약간 번아웃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호프>를 작업하면서 그런 기분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재미있었죠. 의상 감독으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 작품 안에서 그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계는 무척 진보적일 것 같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면도 있어요. 작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거나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호프>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어요. 감독님은 미감이 워낙 뛰어나고 의상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고민하는 분이지만, 함께 그림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작품을 마치고 1년쯤 지났을 때,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감독님께 문자를 보낸 적도 있어요.

그때 감독님은 어떤 답장을 보냈나요?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답장이 왔어요. 저는 이 작품을 아주 오래 기다렸어요. 2023년에 크랭크인했으니 개봉하기까지 약 3년을 기다린 셈이죠. <호프>는 오랜만에 가슴이 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호프> 이후 지금까지 함께한 작품도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요.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귀띔해줄 수 있나요? 최근에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인 <코리언즈>를 마쳤고, 지금은 영화 <아웃백>을 작업하고 있어요.

영화 의상을 준비하고 완성해가는 모든 과정에서 지금도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크랭크인하는 순간이 가장 긴장됐다면, 지금은 개봉하는 순간이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만, 편집 과정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작업을 마친 뒤 몇 년이 지나 한 편의 종합예술로 완성된 결과물을 마주하면 기분이 참 묘해요. 요즘 들어 더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기대돼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가 참여한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를 봤는데, 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편집점도 있고 작품 자체도 무척 재미 있더라고요.(웃음) 오랜만에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잖아요. 의견이 엇갈리거나 어려움이 생길 때 이를 풀어가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나요? 예전에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유연해졌어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상대방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그때는 그냥 ‘다음에 써먹어야지’ 하고 생각해요.(웃음) 영화에서는 결국 감독님이 그리는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앞으로 영화 의상 감독 조희란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나요? 작품 안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서로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미래의 영화 의상 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화 의상 감독은 말 그대로 의상으로 영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개성이 뚜렷하고 경험도 풍부한 젊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저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스타일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영화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줬으면 해요. 더 자유롭고 나은 환경에서요. 팀원들에게도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기회가 된다면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부터라도 꼭 의상 감독으로 일해보라고 권해요. 영화 촬영 현장에서 팀원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소중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방식으로 의상 스타일을 이끌고 책임져보는 경험 역시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자신이 서 있는 위치도 달라질 테니까요. 직접 기획하고 세팅해보는 것만큼 값진 경험은 없다고 생각해요.

Q&A
AI 마리봇의 Q&A
A
시나리오를 읽은 직후 머릿속에 남는 잔상과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상의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감독과 논의하며 스타일을 구체화합니다.
A
사람 구경을 즐겨 하며 다큐멘터리나 사진, 여행 중 만난 흥미로운 사람들의 옷차림을 기록해 영감을 얻습니다. 빈티지를 구매하러 도쿄 고엔지 거리도 자주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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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에만 집중해 초라해지는 것을 피하고 힙하고 재미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고성기 일당은 웨스턴 무드를, 경찰 인물들은 현실성에 판타지를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