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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역사를 품은 9.3평 이호영

눅서울

“제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3년 전쯤부터 호텔에 가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어요. 유명 관광지보다는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주로 가게 되고요. 에어비앤비 덕분에 누군가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진짜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고, 그를 계기로 내 삶이 풍요로워진 만큼 나의 공간 역시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졌죠. 눅서울은 80년 된 주택이잖아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건물을 주인 한 사람이 독식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후암동의 3층짜리 허름한 목조 주택은 20여년간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한 이호영씨의 손길이 닿으며 ‘눅서울’로서 새 삶을 얻었다. 원형을 보존하며 새 모습을 갖추기 위해 공들인 과정을 듣고 있자니 이곳을 하룻밤 자고 떠나는 게스트하우스라 부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정도 산책하다 이 집을 발견했어요. 축대에 옆집 것까지 포함해 7대의 가스 계량기가 붙어 있었는데 그 풍경이 마치 설치 작품 같더군요. 막상 들어서니 9.3평의 작은 공간에는 35년간 할머니가 살면서 쌓아온 살림들이 가득했어요. 본래의 목조 구조는 다 가려져 있고 열 겹의 벽지가 덧붙어 옛 건축의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죠. 신기하게도 온갖 잡동사니 속에 숨겨져 있을 건축 요소들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지저분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두 개의 창이 서울역 방향으로 열려 있다는 점도 이 집을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그는 김승회 건축가와 함께 집안 곳곳을 세심히 뜯고 더하기 시작했다. 공간의 독창성과 옛것과 오늘의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숙제였다. 옛 기둥과 벽을 그대로 노출하고, 창틀은 실리콘이 아닌 각재 마감을 하는 등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타인과 함께 나누는 공간이지만 어머니가 60년간 사용한 고가구와 딸이 유학하며 모은 프리츠 한센 의자, 아르테미데 조명 등 귀한 오브제가 무심히 놓여 있다.

 

해외에서 온 여행객이 대부분이지만 건축이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눅서울의 주요 게스트다. 처음 눅서울을 방문하는 이들은 공간 소개와 더불어 주인의 취향으로 엄선한 후암동 주변의 아름다운 산책길과 맛집, 감각적인 카페 등을 추천받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집주인의 성향대로 요란한 관광지보다는 역사 깊은 후암동 산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다들 의미있다고 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의미 없는 재미, 재미 없는 의미는 오래갈 수 없어요.” 그는 지금 눅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눅서울2’를 준비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2나길 6-2
문의 010-9366-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