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ES

HERMES

ZOE GHERTNER

사실 맑게 정제된 조 게트너의 사진을 설명하는 데 그리 많은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 피사체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면을 자연스레 담아내는 그녀의 사진엔 속임수 같은 과도한 리터칭이나 왜곡은 없으니까. 대신 빛과 인물, 오브제를 다루는 고요한 시선이 조용한 울림을 안길 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서른 두 살 그녀는 유독 빛에 집착하고 집중한다. 오직 자연광만으로 촬영하고 여전히 필름 작업 또한 놓지 않는다. 특히 제품이나 스틸 라이프 사진에선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감성이 톡톡히 빛을 발한다. 마치 필터로 걸러낸 듯, 깨끗하고 담백한 흑백사진은 또 얼마나 세련된지! 이런 우아함 속에 발휘되는 뜻밖의 위트도 흥미롭다. 그건 셀린느와 에르메스, 샤넬처럼 유행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하우스들이 그녀를 즐겨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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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EY WEIR

파인 아트를 전공한 스물여덟 살 할리 위어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금세 얼굴이 붉혀진다. 인물과 사물을 막론하고 은밀한 구석까지 깊이 탐미한 사진들은 야릇하고 농염하다. “보통 사람들은 좀 떨어져서 사진을 찍죠. 하지만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닌 게 아니라, 사람의 몸에 초점을 맞춘 작업 방식은 익숙한 것들마저 사적인 긴장감을 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스텔라 매카트니, 캘빈 클라인, 자크뮈스, <보그> <i-D><CR> <셀프서비스> <팝> 매거진까지 그녀에게 손짓한 여러 클라이언트만 보아도 그녀의 색이 얼마나 짙고 매혹적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 “제 작업의 일차 목표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 있어요.”

 

 

 

 

JAMIE HAWKESWORTH

조나단 앤더슨과 함께 완전히 새로워진 로에베의 새 광고 캠페인이 화제가 되면서 이를 찍은 제이미 혹스워스 역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영화처럼 벌어진 일이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에서 포착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죠.” 영국에서 법의학을 공부하며 범죄 현장 사진을 찍던 그는 그렇게 사진에 빠져들어 독학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홀로 기차 여행을 하며 영국 10대들을 찍고 기록한 사진들이 스타일리스트 벤자민 브루노의 눈길을 끌면서 <맨 어바웃 타운> 매거진의 화보로 패션계에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 그의 설명처럼 평범한 날들에서 포착한 기괴하고 특이한 순간들, 또 이를 강조한 이미지들은 전형적인 패션 사진과 또 다른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띤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엔 늘 예상치 못한 드라마가 잔상을 남긴다. 최근 <홀리데이> 매거진의 촬영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고 하니, 제이미의 렌즈에 담긴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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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 COLOMBO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물세 살의 레아 콜롬보. 열아홉 살 무렵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에 실릴 쇼 백스테이지 사진을 찍으며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그 시절부터 예사롭지 않은 감각으로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지금, 여자인지 남자인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 매력적인 외모와 스타일만큼 강렬한 사진으로 베트멍과 고샤 루브친스키, 로타 볼코바를 잇는 패션계의 핫한 존재로 거듭났다. 물론 그녀가 이 잘나가는 절친들과 함께 한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유스, 쿨 키즈, 젠더리스, 스트리트와 언더그라운드, 관습과 질서를 깨뜨린 태도와 취향들이 그녀의 사진을 대변한다. “1990년대 사진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삶, 주변의 사람들, 여행의 즐거움이 영감을 주죠.” 혼란과 고요함 사이에 병치된 모스크바의 스케이드보더들을 찍은 사진들을 비롯해 자유롭게 빛과 색이 혼재된 작업들은 폭죽같이 터지는 젊음과 거침없는 날것의 순간들로 동공을 신선하게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