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귀함을 알리는 법

마리몬드 대표 윤홍조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의 원래 꿈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극단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며 불안정한 직업에 회의를 느껴 평범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 다른 학생들처럼 스펙을 쌓기 위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비즈니스 프로젝트로 해결하는 대학생 동아리인 ‘인액터스’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 ‘마리몬드’의 시작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바라보던 제 시각이 지나치게 거시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할머니들을 단순히 피해자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분들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인권운동가로서 삶을 살았던 거예요.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어야 하죠. 그런 생각으로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졸업을 앞두고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할머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창업하기로 했어요.”

시작은 불확실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플라워 패턴이었고, 플라워 패턴에 집중하며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의 압화(눌러 말린 꽃을 활용해 그린 그림)를 활용하다 지금은 좀 더 많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꽃을 헌정하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플라워 패턴은 휴대폰 케이스와 가방, 옷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완성되고,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NGO 단체에 기부한다. 3명이 지하 공간에서 시작한 회사는 이제 직원 수가 54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매 출이 45억원을 넘었으며 올해는 그 두 배 정도를 예상할 만큼 부쩍 상승해 일정 궤도에 올랐다.

“사업이 성장할수록 처음에 추구했던 가치가 무너지진 않을까 불안할 때가 있어요. 또 그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튕겨나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요. 어떤 사업이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통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성장통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경영자의 숙제인 것 같아요.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직원들과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잘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죠. ”

마리몬드의 변치 않는 가치이자 영원한 미션은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로 귀하다’이다. 처음엔 고령의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큰 결과물을 남기고 싶어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달렸다. 그런 생각으로 자신과 팀원들을 몰아붙였지만 어느 순간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팀원들이 수단이나 부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커리어가 전무한 상태에서 창업할 수 있었던 건 워낙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다만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함께한 인재들 덕분이죠. 이전에는 공익적인 일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많은 인재가 이 분야로 넘어오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 희망이 있다면 좋은 인재가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마리몬드의 두 번째 동반자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는 거라는 할머니들의 말씀과 가르침을 이어받은 결과다. 사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원래는 타운홀 미팅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이제는 모든 팀원이 두 달에 한 번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나가려고 해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사업에 치중하지 않고 어떤 마음 가짐으로 할머니들을 동반자로서 대할 것인지 되새기려고 합니다. 마리몬드가 언젠가는 우리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회사가 모인 멀티 브랜드 그룹이 되길 바라요. 본래의 문화와 가치를 잃지 않고 다양한 회사가 하나의 그룹으로 공존하는 거죠.”

마리몬드 인간의 존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회사. 동반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꽃을 할머니들에게 헌정하고 그 꽃을 모티프로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리빙 아이템 등을 디자인한다. 문의 marymo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