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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샤넬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엔 그랑 팔레가 근사한 공항 터미널로 변신했다. ‘샤넬 에어라인’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보딩 카운터엔 남녀 승무원이 꽤 리얼하게 서 있었고, 도착지를 명시한 보드에는 서울을 비롯해 그간 샤넬이 로컬 쇼를 개최한 도시들이 죽 나열돼 있었다. 그렇다면 칼 라거펠트가 변주한 ‘공항 패션’은 어떨까? 파스텔 톤을 주조로 구성한 멀티컬러 트위드 점프수트를 입은 에디 캠벨이 쇼의 시작을 알린 후 비행기를 지오메트릭 패턴으로 그려낸 니트, 클래식한 트위드 스커트 수트, 고운 플로럴 프린트 프릴로 라이닝한 화이트 룩을 거쳐 메탈 디테일과 거친 가죽의 세련된 믹스 매치까지 쇼는 여느 때보다 다채로운 소재와 스타일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포인트는 보는 즐거움을 더할 액세서리들. LED 라이트를 반짝이는 하이테크 무드의 벨크로 테이프 샌들, 샤넬의 2.55 백을 고급스럽게 변주한 수트케이스, 미러 렌즈 선글라스는 물론 샤넬 로고로 장식한 비행기 모양 배지까지 포인트가 된 액세서리에는 칼의 위트 넘치는 심미안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피날레에 함께 선 카라 델레바인뿐만 아니라 프런트로에 앉은 릴리 로즈 뎁의 취향까지 제대로 저격했을 쇼, 쇼, 쇼!

CéLINE

시종일관 피비 필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했다. 여인의 관능미를 매혹적으로 드러내는 슬립 드레스. 디자이너의 의도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관객에게 닿았고 그녀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선 덴마크 아티스트 FOS가 선사한 오렌지, 옐로, 블루 컬러 블록 텐트부터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빛, 고즈넉한 석양이 연상될 만큼 예뻤다. 대부분의 룩에 매치된 V자형 레이스 슬립 톱과 슬립 드레스는 실크와 니트, 가죽을 한데 조합해 한결 더 특별해 보였고, 피비 필로 특유의 로맨틱한 여성성을 고스란히 대변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의 코트 역시 좋았다. 풍선처럼 봉긋하게 솟은 퍼프소매 블라우스나 몸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발레리나 니트 드레스(등을 따라 끈을 길게 늘어뜨려 뒷모습까지 신경 쓴 세심함을 보라!)는 또 어떤가. 곳곳에 배치된 가죽 에이프런 튜닉이나 잘생긴 와이드 팬츠에서도 컬렉션 전체의 균형을 맞추려는 피비 필로의 영민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여심을 올랑거리게 만든 세린느는 역시(!) 세린느였다.

Dior

청보랏빛 델피늄으로 뒤덮인 산기슭을 루브르 박물관 중앙 정원에 옮겨놓은 디올. 마치 꽃의 동굴에 들어온 듯한 쇼장은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때만 해도 라프 시몬스가 이렇게 갑자기 디올에 이별을 고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 어찌 됐건 그가 디올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인 옷들은 기이하게도 미래적이면서 로맨틱한 기운이 느껴졌다. 빅토리안 스타일의 언더웨어를 받쳐 입은 투명한 바이어스 컷 드레스는 오버사이즈로 재해석된 바 재킷, 새틴 소재의 가녀린 슬립 드레스, 코튼 슈미즈와 어우러진 러프한 니트, 플리팅 기법을 가미한 테일러드 재킷 등의 룩으로 이어졌다. 관능과 절제, 여성성과 남성성, 클래식과 컨템퍼러리가 한데 어우러진 새롭고 부드러운 퓨처리즘이 탄생한 것. 이토록 아름답고 현대적인 디올 레이디를 탄생시킨 채 홀연히 디올을 떠나는 그에게 아쉬움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Stella McCartney

평소 스텔라 매카트니를 좋아하는 에디터에게 또 한 가지 위시 아이템이 생겼다. 그 주인공은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플래드 체크 폴로 셔츠 드레스. 보디라인을 따라 길고 가늘게 흐르는 실루엣이며 단추를 사선으로 단 센스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단지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구성하고 싶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디자이너가 한 말마따나 쇼에 등장한 옷들은 전부 여인의 환상을 실용적으로 변주한 모습이었다. 정적인 뉴트럴 컬러가 파리 런웨이를 지배한 가운데 톡톡 튀는 원색의 조합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긴 스텔라 매카트니 표 페미닌 룩이 유독 돋보인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게다가 형광빛이 감도는 그린과 오렌지, 핫핑크, 레드, 옐로의 섹시한 컬러 매치와 비대칭 컷 플리츠 톱, 롱스커트의 감각적인 레이어드까지 더해졌으니! 프런트로에 앉은 수키 워터하우스의 눈이 반짝거린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