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러닝에 빠지다!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에디터에게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그것을 포기하고, 심지어 목에서 피맛이 나도록 뜀박질을 하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5월말에 하프마라톤을 뛰겠노라 결심한 후, 4월을 코앞에 둔 이 시기에 저녁마다 맥주잔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연습이 필요했다.
지난주 초보자를 위한 러닝 프로그램인 레디-셋-고(ready-set-go)런을 해본 후 조금 자신감이 붙은지라, 이번 주에는 속도 향상을 위한 스피드(speed)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나이키올림픽 매장에 모여 옷을 갈아입고 한국체육대학교 트랙으로 집합한 참가자들. 간단한 몸풀기 후에 그룹을 나눠 러닝을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러닝 초보를 위한 오렌지 그룹은 200m, 400m, 600m, 800m를 차례로 뛴 후, 다시 거꾸로 내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잘 뛰는 상위 그룹은 1200m도 뛴다) 물론 중간에 아주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두긴 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600m와 800m를 뛰는 중간에 ‘숨이 차서 죽을 것 같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순간이 살짝 오긴 했지만 나름 할만했다는 것. 그리고 뛰고 난 후에도 목에서 살짝 피맛이 났던 잠시를 제외하면 꽤나 괜찮았다는 것. 그래서 든 생각인데 몇 번 더 연습하면 오렌지 그룹보다 한 단계 높은 퍼플 그룹으로 자체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 그리고 요 러닝 프로그램에 따라오는 즐거움이 하나 더 있는데 입맛이 똑 떨어져 물 외에 다른 음식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다는 것. 실제로 땀을 흠뻑 흘린데다 물만 두 병을 들이켰더니 다음날 몸무게가 0.8kg이나 줄어있었다. 건강과 다이어트,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다니, 이 정도면 맥주대신 러닝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