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으면 항상 신경 쓰이는 수치가 있었다. 콜레스테롤 말이다. 검진 결과표에는 총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으로 나뉘어 수치가 나오는데, 몇년 전부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정상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놀라 그동안 튀김과 각종 기름진 과자를 즐겨 먹었던 것을 자책하며 수치 옆의 설명을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며 심지어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그럼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하다는 뜻일까?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 것인지 궁금해 수 가정의학과 서인애 원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HDL 콜레스테롤은 한마디로 혈관 청소부라고 보면 됩니다. 혈액 속에 있는, 동맥경화를 유발해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회수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녀는 여기에 덧붙여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남자의 경우 40, 여자의 경우 50이 안 된다면 언제든 동맥경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되레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 경우의 위험성을 알려주었다. 잘못된 상식으로 괜한 걱정을 했다 싶으니 콜레스테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 싶어졌다.

콜레스테롤은 지방 성분의 일종으로 건강에 해로운 것이란 선입견이 강하지만 사실 우리 몸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다.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세포의 세포막과 지단백 등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지단백과 결합해 에너지를 만들거나 스테로이드라는 성호르몬을 만들고 지방의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한다. 지단백은 생리화학적 특징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저밀도 지단백과 결합한 콜레스테롤을 LDL(Low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 고밀도 지단백과 결합한 콜레스테롤을 HDL(High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이라 부르는 것. 이 중 주목받는 것이 HDL과 LDL 콜레스테롤인데,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이다.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의 주범이기 때문. 그러니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의가 추천하는 방법은 신기하게도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라는 것. LDL과 HDL 콜레스테롤은 하나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대로다. 동물성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는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불포화지방산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운동량을 늘리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 말이다. 여기에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도 챙겨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이 200mg/dL 이하, LDL 콜레스테롤이 140mg/dL 이하,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이상. 하지만 이 수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수치의 평균값을 낸 것에 불과하니, 이보다 조금 높거나 낮다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마른 체구에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여성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 말이다. 이런 경우는 유전적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간의 크기가 작거나 간의 작용이 떨어져 콜레스테롤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것. 이런 경우라면 의사와 상의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영양자문위원회에서 ‘콜레스테롤은 과잉 섭취를 걱정할 영양소가 아니다’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내용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는 한마디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발표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은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인 남성의 적정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달걀노른자 1개 정도의 분량인 300mg/dL. 이 때문에 냉면에 들어 있는 달걀을 노른자까지 먹을 때면 괜스레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음식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관계가 없다니 말이다. 이런 발표가 나온 배경은 우리 몸속 대사 작용에 쓰이는 콜레스테롤의 20% 정도만 식품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간에서 합성한다는 데 주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인애 원장은 이런 발표는 미국의 특수한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비만이 큰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섭취와 관련해 지금까지 많은 지침을 발표해왔죠. 그 덕분에 이 두 가지가 원인이 되는 질병 발생 빈도도 많이 줄었고요. 그래서 이번 발표는 콜레스테롤 대신 설탕류 섭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어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음식은 늘 조심해서 먹는 습관이 꼭 필요해요.” 사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식품은 사람마다 체중이나 지질대사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견과류나 올리브 오일, 미역, 달걀흰자와 들기름, 생선류 같은 좋은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식품을 신경 써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DO & DON’T!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려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할까?

먹자 기름을 제거한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살코기, 껍질을 벗긴 닭고기, 생선, 조개류, 달걀흰자, 저지방 우유나 요구르트, 식물성 기름과 채소
먹지 말자 삼겹살, 내장육, 껍데기, 육류 가공식품, 마른오징어, 장어, 새우류, 달걀노른자, 생선의 알, 젓갈, 연유, 크림치즈, 인스턴트 커피, 버터, 코코넛 오일, 케이크, 초콜릿, 파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