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애 최초의 뷰티 뮤즈는 누구였나? 양 갈래로 묶은 폼폼 헤어가 트레이드마크인 <작은 숙녀 링>의 링? 아니면 <가위손>의 위노나 라이더? 나의 첫 뷰티 뮤즈는 ‘세라’ 였다. 1995년 작 판타지영화 <소공녀>의 세라 말이다. 정수리에 얹은 거대한 리본 아래로 탱탱하게 구부러져 내려오던 리젤매튜스의 머리 모양은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세라는 열 살 먹은 소녀가 핑크를 졸업하겠다고 결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당시 어린 내 눈에 크림색 더블 코트와 올리브그린 컬러 교복을 입은 소녀가 현대판 공주처럼 보였던 것. 현실과는 지극히 멀지만 어딘가 모르게 꿈꾸는 듯한 동화적인 분위기는 이번 시즌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연금술사의 정원’이라는 컨셉트 아래 무려 1백20벌의 의상을 소개한 구찌, 런웨이에 호화로운 뉴 르네상스 시대를 펼친 돌체 앤 가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를 모티프로 차용한 마리 카트란주의 환상적인 컬러 스펙트럼은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꿈꾸던 스타일이다. 런웨이의 판타지아 스타일을 현실에서 시도하고 싶다면 달콤한 파스텔컬러와 은은한 진줏빛 광채로 빛나는 피부가 필수다. 입술은 매끄러운 광택이 흐르는 유리알 같은 입술이나 자두 과즙에 물든 듯한 입술로 연출해보길.
“메이크업에서 컬러는 오랜 시간 장난기 어린 모습이나 전형적인 특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여겨져왔어요. 절대 난해하지 않게 표현하세요!.” 파스텔컬러를 사용할 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의 조언처럼 섬세하되 어린아이가 바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물론 나만의 판타지 스토리를 완성할 매혹적인 향수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