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VIN

블랙 아이라인이 트렌드에서 제외된 적은 없지만 이번 시즌처럼 자유로운 스타일이 감지된 건 참 오랜만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리퀴드 아이라이너 하나만으로 저마다 독특한 감성을 표출했으니. 목탄을 뭉갠 듯 투박하게 발라 표범의 얼룩처럼 섹시한 라인을 완성한 제이슨 우 쇼의 메이크업을 보라. 눈가에 두루 뭉술한 선 하나를 그렸을 뿐인데 얼마나 매혹적인지. 타이어 자국 같은 랑방 쇼의 터프한 라인 또한 그와 견줄 만하다. 빨대 주름에 아이라이너를 묻혀 눈두덩에 쿡 찍는 영상을 보는 순간, 나와 함께 보던 동료는 눈을 마주치며 흐뭇하게 웃었다. 우아한 모즈 룩을 연상시키는 캐츠아이를 연출한 에뎀과 펜디, 눈 외곽을 가느다란 선으로 감싸 의외의 여성미가 느껴지는 로샤스, 바스키아의 그림처럼 장난기 가득한 유돈 초이의 드로잉까지!

이번 시즌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라인 드로잉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아이라이너를 짧게 쥐고 눈가에 선을 긋는 연습에 돌입하자. “라인을 그릴 때는 신중하세요. 아이라인은 눈매를 돋보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워, 화려한 느낌, 때로는 저항적인 면모까지 수많은 것을 반영하니까요.” 맥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처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뭔지 한 번 생각해본 다음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