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탈모라니!

탈모로 걱정하는 이들의 넋두리를 들을 때 솔직히 나는 숱이 많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최근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을 한 것에 대해 벌을 받는 중이다. 요즘 수챗구멍을 막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머리카락 뭉치, 아침에 이부자리를 정리하다 베개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자주 마주하며 ‘나도 혹시 탈모?’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거다. 수술 치료나 모발 이식을 추천받을까 봐 탈모 병원을 찾는 건 겁이 났다. 진입 장벽이 낮은 탈모 전문 헤드스파를 검색했다. 2005년 설립 이래 탈모 치료에만 집중해왔다는 이문원한의원이 눈에 들어와 바로 진료 예약을 했다. 현미경으로 두피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은 꽤 흥미로웠다. 대충 봐도 울긋불긋 잔뜩 화난 것처럼 보이는 내 두피, 괜찮을까?

“두피가 많이 붉네요. 각질도 많아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줄어든 경향은 있지만, 탈모라고 진단하긴 어려워요. 추측하건대 20대 때 숱이 꽤 많은 편이었을 거예요. 사람들은 자꾸 10대, 20대 때 머리 숱과 비교하면서 탈모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자연스러운 거거든요. 나이 들면서 잔주름이 느는 것처럼 숱이 줄어드는 현상이라고 보면 돼요.” 탈모가 아니라는 그의 진단에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하지만 지금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야근 후 늦은 시간 소음이 걱정돼 머리를 충분히 말리지 않고 자면 탈모가 가속화되고 새 모발의 발모가 느려질 거란 원장의 권고는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이제부터 아침 저녁으로 클렌징을 꼼꼼하게 하는 것만큼 두피 케어에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피 스케일링과 재생 프로그램을 처방받았다. 두피 스케일링은 모낭 하나하나를 문질러 꼭 두피를 세신하는 듯 개운했고, 재생 프로그램은 두피 컨디션을 끌어올려 발모에 도움이 되는 마스크를 두툼하게 발라 제대로 보양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좋았던 건 두피에 스팀을 쐬어주는 동안 받은 데콜테 마사지! 목과 어깨가 아픈 마감 기간에 여길 와도 좋겠단 생각도 했다. 샴푸한 뒤 두피 보습과 발모 촉진 효과가 있는 에센스를 분사한 다음 스파 룸 옆에 있는 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헤어스타일링을 받았다. 세심하게 구성된 헤드스파 코스에 감동하며, 어느 새 정기적으로 스파를 받으면 어떨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헤드스파를 자주 받는다고 한들, 나이 들어서도 풍성한 ‘슈퍼헤어’를 꿈꾼다면 집에서 데일리 두피 케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기본일 거다. 손바닥으로 비벼 만든 샴푸 거품으로 머리감기,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로 두피를 충분히 불린 뒤 샴푸하기, 56~57도 정도의 헤어드라이어 바람으로 두피를 완벽하게 말리기, 양산이나 모자를 사용해 두피로 쏟아지는 자외선 차단하기, 절대 두피를 손가락으로 긁어 세균 감염을 일으키지 않기! 참지 못할 정도로 두피가 가려울 때는 손가락 관절로 꾹꾹 눌러주라는 것이 이문원 원장의 조언이다. 요즘 부쩍 탈모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면 현재 내 두피 상태가 어떤지 검사부터 받아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두피의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 두피에 더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겠단 다짐이 드는 것만으로 우리 두피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