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D TIME IN YOUR HANDS

예술과 과학에 뿌리를 두고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의 비전을 제시하는 럭셔리 하우스 라프레리. 라프레리는 지난 몇 년 간 각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주체적인 여성들을 응원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하고 있다. 스스로 시간의 주체가 되어 삶의 비전을 결정하고 라프레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방향을 같이 하는 우아하고 열정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라프레리 인터뷰 윤정원 파운드리 서울 디렉터

한국 미술 생태계의 뉴웨이브
윤정원/파운드리 서울 디렉터

아트 마켓의 호황과 세계적 관심이 모이는 한국 미술계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공간 가운데 파운드리 서울이 있다. 이태원로 삼거리, 아티스트와 협업해 건물 전면에 작품을 입힌 실험적인 파사드로 시선을 모으는 6층 건물, 그 지하에 2021년 6월에 개관한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파운드리 서울이 자리한다.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뉴욕대학교(NYU)에서 예술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학교에서 미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파운드리 서울 디렉터 윤정원은 신생 갤러리를 단기간에 한남동과 이태원의 갤러리 워크를 지탱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요인은 다름 아닌 동시대성이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철학을 다루는 동시에 ‘지금 여기’의 정서와 이슈를 환기하는 것, 지금까지 파운드리 서울에서 열린 전시들은 언뜻 양가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가치를 모두 충족한다. “동시대 예술을 소개하는 갤러리스트로서 예술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큰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어요. 예술 그 자체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며, 동시에 창의적 방식으로 다양한 시대적/사회적 이슈를 조명하고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예술과 사회는 함께 이해해야 하죠.”

이런 의미에서 라프레리 하우스가 브랜드 기원에 기반해 아트 페어, 문화 예술 기관, 저명하거나 역량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이어가는 유의미한 관계는 윤정원 디렉터에게 큰 영감을 준다. 라프레리 하우스에 아름다움은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연을 보존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포함한다. 라프레리는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CAL)의 역량 있는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젊은 세대의 창의적 재능을 지원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아름다운 것을 보존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빙하학과와 빙하 연구를 후원하는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해 스위스의 자연뿐 아니라 전세계와 다음 세대를 위한 자연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는 심대한 자각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운드리 서울에서도 지난해 강혁(KANGHYUK)의 전시 <Repeat>로 자연과 예술의 유대를 공고히 했다. “<Repeat>는 많은분이 큰 관심과 공감을 표해주어 파운드리 서울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준 전시이기도 합니다. 최강혁과 손상락으로 이뤄진 디자인 듀오이자 동명의 패션 레이블인 강혁은 에어백,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대량생산한 공산품을 재료로 인공물이 변형되는 한 순간을 포착한 평면 작업 6점과 공업용 경첩을 재료로 멸종위기 동물의 역동적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 4점을 선보였어요. 강혁의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창작 과정은 고정된 주형을 가지고 크기와 형태가 같은 사물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복제하는 대량생산과 철저하게 정반대 지점에 위치하죠. 그러나 대량생산한 인공물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신 오히려 경외의 마음을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독특해요. 기능성에 밀려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대량생산품의 고유한 심미성을 직관하고 이를 전면에 이끌어내 기능성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거든요. 라프레리가 역사적 작품의 보존과 세대를 초월하는 문화 예술 감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저는 파운드리 서울을 통해 독창적 방식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동시대 작품을 많은 사람이 더욱 오래도록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 윤정원 디렉터는 오롯이 파운드리 서울의 비전과 방향성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만든 가치를 모두의 가치로 승화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통시적이며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의 가치를 새삼 깨달으면서 보낸 날들. “라프레리와 맺은 인연 덕분에 요즘 저는 젊음과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대담하게 도전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작품 활동이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고, 또 그 작품 속에 과거 많은 아티스트의 혁신적인 시도와 도전 정신이 녹아 있는 모습을 보며 시대를 관통하는 창의성과 아름다움의 놀라운 힘에 다시금 경외심이 샘솟아요.” 윤정원 디렉터는 전시를 기획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면서도 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된 시공간이 필요할 때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간다. “일이 아니라 온전히 작품을 즐기고 감상하기 위해 전시를 찾는 일은 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새로운 아티스트를 마주하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몰두하는 시간이 저에겐 마법 같은 순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잠깐이라도 확보하려고 노력하죠.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완전히 전환되고 회복되며 충전되는 소중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계는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학예사, 컬렉터, 평론가 등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쉼 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다. 현대미술의 생태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며 윤정원 디렉터는 모든 순간 예술의 존재 이유를 고찰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예술은 인간의 근본적인 것, 본질적인 것을 조명하고 표현하고 전달해요.동시에 관객에게 감각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무한한 세계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다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하죠. 결국 예술은 사람들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재확인시키고 전달과 수용, 표현과 이해를 거쳐 시공간을 넘어 서로 소통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회복시키며 나아가게 하죠. 따라서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가치가 상충하는 오늘날의 삶에서 우리의 본래 모습과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예술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적극적으로 기록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물음으로 끝난 윤정원 디렉터의 말은 앞으로도 지극하게 예술을 발견하고 지원하고 공유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