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 PARIS 이타크 오 드 퍼퓸. 75ml, 36만원대.

파리는 나에게 로망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출장으로 자주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기념품을 사는 일도, 맛집을 찾아가는 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메모 파리의 ‘이타크’ 향수를 만난 것도 일 때문이었다. 컬렉션 기간에 부티크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곳에서 우연히 인생 향수를 찾고, 잊었던 파리만의 향기를 상기하며 파리에 대한 로망과 환상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다디단 향을 싫어하는 나지만, 이 달큼하면서 쿨한 향기는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무심한 파리지엔의 살냄새 같은 향이랄까? 이 향수를 뿌리고 파리에서 만난 글로벌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나에게 무슨 향수를 뿌렸느냐고 거듭 물었을 정도다. 그 이후로 나는 이 제품을 보면 파리가 생각난다. 올 하반기에 예정된 출장 때도, 이 향수를 뿌리고 다시금 빠져든 파리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작정이다.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