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지키는 뜻밖의 방법

선선한 바람이 감도는 9월. 갑작스럽게 건조해진 날씨에 매년 이맘때면 에디터는 목감기를 연중행사처럼 달고 산다.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닌지, 이비인후과를 찾으면 몇 달 전과 달리 환자가 부쩍 늘어난 탓에 한 시간 이상 대기는 기본. 진료 중 예방법에 대해 조언하던 김선우 이비인후과 김선우 원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을 땐, 양치질을 평소보다 더 자주 하세요. 입안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거든요. 하루에 세 번 하던 것을 네 번으로 늘려도 좋아요. 미지근한 물을 많이 드시고요.” 목감기에 걸렸을 때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이야 수백 번도 더 들었지만, 양치를 자주 하라고? 실제로 구강 내에는 수백 종의 세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몸의 면역 체계와 상호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구강 질환에 걸리면 전반적인 몸의 면역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타고난 면역 약체에 온갖 잔병치레를 달고 사는 터라, 어떤 사이보다 밀접하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이 둘의 상관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구강 질환과 면역력의 상관관계

먼저 날씨가 추워지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원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피부와 근육, 혈관 등 여러 기관에서 에너지를 끌어다 쓴다. 이때 갑자기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면역 기능 또한 저하되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양한 질환이 나타나는데, 이 중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증상이 구내염과 편도염이다. 특히 우리 입은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유해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에 구강 질환에 걸리면 바로 연결된 편도와 인후에도 크게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세균은 이뿐만 아니라 잇몸과 혀에도 넓게 퍼져 있고, 위치에 따라 서식하는 세균의 종류도 다르다. 의사들이 양치질을 할 때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하라고 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이처럼 구강 질환이 생기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또 면역력이 떨어지면 구강 질환이 생기는 등 상호작용을 하며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잇새의 좁고 미세한 부위를 찾아서

앞서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구강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곧 면역력을 지키는 일. 흔히 알고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올바른 양치질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배우는 이 사실이 새롭진 않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면 치아 표면에 들러붙는 끈끈하고 투명한 막인 치태가 생기는데 이것을 48시간 이내에 제거하지 않으면, 입안의 수많은 박테리아와 엉겨 붙어 치석이 된다. 치석이 오랫동안 방치된 구강은 각종 염증이 생기기 쉬운데, 특히 잇몸 부근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때 잇몸에 쌓인 음식물과 치태를 제거하기 위해 흔히 치실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치실로 잇새를 문지르다 피가 난 경험이 다들 있을 것. 이 때문에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치실을 사용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면, 이미 잇몸에 염증이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잇새를 닦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칫솔질로 닦이지 않는 부위가 분명 있어요. 요즘은 치아 사이와 잇몸을 닦을 수 있는 두 줄 모 칫솔이나 치간 칫솔, 치실 등 다양한 도구로 보이지 않는 국소 부위 관리에 더욱 힘쓰는 추세죠.” 닥터 미니쉬 치과의 김성호 원장은 치아 사이를 닦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구강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농도가 낮은 소금물이나 유효 성분 농축액으로 가글을 하거나 구강 유산균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위해

구강 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대두하며 떠오른 또 하나의 잇템은 혀 클리너다. 보통 혀의 백태나 구취가 심한 사람이 쓰는 특수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 관념이 조금 달라져 전반적인 구강 관리를 위한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혀는 표면이 거칠고 습한 환경이라 세균이 쉽게 번식하는 곳이다. 특히 혀 표면에 증식하는 세균들이 휘발성 황화합물(VSCs)를 생성하기 때문에 아무리 양치질을 잘해도 혀를 닦지 않으면 구취가 나는 것이다. “혀 클리너는 표면에 붙어 있는 유해균과 치태를 물리적으로 제거해 구강 내 전반적인 세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구강 상태와 혀의 민감도를 잘 확인하고 선택해야 해요.” 김성호 원장의 조언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은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치태 제거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금속 소재는 치태 제거 효과가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지만, 혀 표면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자극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본인의 상태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내 면역력은 무너지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바로잡기 어렵다.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다진 마음에, 자꾸만 약해지는 면역력과 몸이 그 다짐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몸을 지킬 의무가 있다. 나를 오롯이 돌보는 듯한 이 세심하고 소소한 루틴이 쌓여 습관이 되면 조금 더 삶을 정렬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칫솔질로 닦이지 않는 부위가 분명 있어요. 요즘은 치아 사이와 잇몸을 닦을 수 있는 두 줄 모 칫솔이나 치간 칫솔, 치실 등 다양한 도구로 보이지 않는 국소 부위 관리에 더욱 힘쓰는 추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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