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탤리언 뷰티의 귀환


지난해 컬렉션 취재를 위해 밀라노에 방문했을 당시,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한국 귀환을 예고하는 소식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한국 상륙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요즘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화장품이 대세라지만, 화장대에 툭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꽉 찬 듯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럭셔리 뷰티가 그리울 때도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돌체앤가바나 뷰티는 효과와 기능을 뛰어넘어 심미적 만족감까지 채워주는 ‘글램 뷰티’의 표본이다. 숱하게 지고 피는 브랜드 사이에서, 그것도 럭셔리 뷰티가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다니! 그 화려한 조우를 애타게 기다리길 몇 달, 10월 24일 드디어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티스틱 터치를 가미한 마스터 클래스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한국 상륙과 동시에 ‘로즈 글로우 쿠션’의 론칭을 알리는 첫 공식 일정이 성수동에서 마스터 클래스로 진행되었다. 이날 현장에는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CEO 잔루카 토니올로(Gianluca Toniolo)가 방문해 패션 하우스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식한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아이덴티티를 직접 설명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자리에는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키 아이템을 모두 담은 키트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피붓결을 보드랍게 만드는 프라이머부터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이라이너, 피부 톤을 가볍게 정돈해주는 스킨 틴트와 짙고 풍부한 컬러의 리퀴드 립스틱 등 브랜드의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그대로 응축한 제품 라인업으로 보는 이들을 설레게 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총 세 차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세션은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투 나오코(Scintu Naoko)의 ‘프레시 룩’ 클래스! 에밀리아 클라크와 조디 코머 등 할리우드 여배우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그는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제품으로 간결하고 깔끔한 무드를 연출하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그가 메인으로 활용한 아이템은 베르가못 글로우 프라이머와 로즈 글로우 쿠션. 베이스 프렙 단계에 벨벳처럼 보드라운 텍스처를 지닌 ‘베르가못 글로우 프라이머’를 얼굴 중앙을 중심으로 마사지하듯 바르고, ‘로즈 글로우 쿠션’으로 광채를 입히는 식이었다. 이미 수많은 제품을 경험한 에디터로서 크게 관심이 가는 제품군이 아니었지만, 피부에 광채가 겹겹이 쌓이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 있으려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로즈 글로우 쿠션이 놀라웠는데, 알고 보니 이탈리아산 로즈힙 꽃 추출물의 힘이라고. 여기에 스킨케어 제품에 자주 사용하는 나이아신아마이드까지 담아 피부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용감까지 모두 갖춘, 그야말로 육각형 쿠션 콤팩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서는 메이크업 크리에이터이자 돌체앤가바나 뷰티 글로벌 아티스트인 셀린 버나츠(Celine Bernaerts)의 마스카라와 리퀴드 립스틱을 활용한 ‘플로리스 룩’, 그리고 다양한 펄과 컬러로 구성한 ‘아이 데어 유 팔레트’를 활용한 제이크 워든(Jake Warden)의 ‘볼드 룩’ 등 일상생활과 홀리데이 파티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을 선보였다. 이날 오후 마스터 클래스가 끝난 후에는 칵테일파티가 이어져 그야말로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낮과 밤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하우스의 정체성을 접목한 럭셔리 뷰티


누군가는 럭셔리 뷰티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에 론칭한 뷰티 브랜드만 3만5천여 개에 이르는 이 시대에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으니까. 하지만 뷰티가 지닌 가치는 단순히 높은 품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뷰티 인사이더일수록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꼼꼼히 따져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 돌체앤가바나 뷰티는 하우스만이 구현할 수 있는 훌륭한 기능에 럭셔리 하우스의 노하우를 가미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대담하고 자유로운 메이크업 플레이를 제안하는 그들의 비주얼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일탈을 꿈꾸고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우리가 돌체앤가바나 뷰티의 컴백을 그토록 바란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전적이고 우아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지닌 여성, 즉 헤리티지가 겹겹이 쌓인 유서 깊은 브랜드임에도 지극히 동시대적인 돌체앤가바나 뷰티가 그리는 담대한 여성상이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이들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