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니멀리스트라 생각하며 살아왔건만,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던 나. 조금은 내려놓고, 비워도 보고, 잠깐 멈춰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 디톡스를 키워드로 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행하는 것이 2025년의 목표다.

 

#무기력디톡스

새해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은 바로 요가 명상.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허리가 저릿해오는 순간이 있다.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거북목에 등허리가 굽은 것은 알아차리고 황급히 자세를 고쳐보지만 이내 편한 자세로 돌아오는 것이 문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을 끊었던 요가원에 다시 등록했다. 2주간은 굳은 몸을 푸느라 힘들었지만, 3주 차가 되자 어깨가 활짝 펴지면서 자세가 많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주변 지인들이 혹시 키가 큰 것이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바르게 선 나 자신을 마주하니 다시는 거북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굳세졌다.

 

#레몬디톡스

몇 년 전, 레몬 디톡스가 유행했다. 3일간 공복을 유지하며 레몬수만 마시는 방법이다. 어릴 때 뭣 모르고 시작했다 하루 만에 실패했는데, 늘 ‘배고파’를 외치던 내가 레몬수만 먹고 버티기엔 가혹했다. 지금은 바쁜 업무 탓에 1일 1식이 삶이 되었기에 ‘다시 해볼까?’ 하는 도전 의식이 생겨났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모두에게 “오늘부터 3일 동안 레몬수만 마실 거예요!”라고 선언했다. 동료들이 다양한 메뉴로 유혹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일 차는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지만 역시나 2일 차가 고비였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드디어 대망의 3일 차!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나의 디톡스는 실질적인 몸무게 감량과 쏙 빠진 부기로 당당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외적인 변화도 마음에 들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돼 자동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는 효과도 봤다.

 

#옷장디톡스

미니멀리스트를 꿈꿔왔지만 사실 맥시멀리스트였던 나. 사소한 것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데 그렇게 하나씩 쌓인 짐은 탑이 되어 무너지기 일보 직전!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정신을 본받아 옷장을 열어 1년 동안 선택받지 못한 옷들을 모두 꺼내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얼마나 불필요한 소유를 이어왔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툭하면 입을 옷이 없다며 의식 없이 소비해온 나날이 스쳐 지나갔다. 그냥 버리기엔 여전히 깨끗하고 말끔한 옷을 골라 이 옷들이 더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했다. 마음이 두 배는 따스해졌다.

 

#디지털디톡스

어느 날 휴대폰 사용량을 확인해보니 하루 평균 9~10시간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 7시간, 근무 시간 9시간을 빼면 8시간이 남는데 말이다. 디지털 중독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리만큼 많은 시간을 휴대폰을 쳐다보는 데 써온 것이다. 새해에는 디지털 세상이 아닌 실생활에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휴대폰 잠금 앱을 다운로드해 하루에 1시간씩 제한 시간을 설정했다. 겨우 1시간이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평소 읽고 싶던 책을 펼치고 명상 등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게다가 휴대폰만 보느라 지나치던 세상의 더 많은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포착하며 나의 마음을 전하게 됐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