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눈앞에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는 하루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모여 결국엔 자존감이 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뒤로 그런 날들로 한 해를 꽉 채웠다. 그러다 보니 마치 영광의 상처처럼 소소한 질병이 자주 나타나 마음의 에너지마저 쇠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음의 온도만큼 몸이 따라주길 바라는 염원에서, 실현 가능하고 어렵지 않은 사소한 습관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이런 습관들도 성실하게 기르다 보면 분명 자존감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의 또 다른 부분이 될 거라 믿는다.
#따뜻한음료
가장 먼저 바꾼 습관은 차가운 음료를 따뜻한 음료로 대체하고, 카페인을 줄인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한파 속에서도 ‘얼죽아’를 외치다 목감기가 한 달 동안 이어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나서야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실제로 따뜻한 물은 몸의 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금 두 달째 실천하는 중인데 놀라울 정도로 기침이 줄어 만족스럽다.
#꾸준한운동
감량을 목표로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지금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감량이 아닌, 지구력과 면역력 증진을 위해 한다. 처음에는 몸의 선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좋아서 무게 증량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유산소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왠지 몸이 무겁고 마음이 우울한 날에도 운동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심신이 산뜻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실제로 운동을 할 때 나오는 호르몬은 항우울제로 처방하는 성분과 동일하다고 한다. 웨이트트레이닝 또한 성실함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혈당제한
자주 아프면서 혈당에 관심이 많아졌다. 조금만 무리해도 지치고 피곤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싫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식전에 애사비 먹기, 식후엔 무조건 걷기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식사할 때 채소를 가장 먼저 먹는 것이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아 혈당 스파이크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식이섬유를 먼저 먹으면 천천히 소화되고 인슐린 반응을 안정화시켜 혈당이 오르는 것을 방지해주는 원리다. 몇 달간 채소를 먼저 먹는 습관을 들이니 포만감이 생겨 밥을 많이 먹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식사 후에 급격히 졸리거나 피곤한 느낌이 줄었다.
#면역력증진
일이 많아서, 친구와 만나는 게 좋아서 등등 온갖 구실로 집에서 휴식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회복한 지 2주 만에 다시 걸린 감기로 찾은 병원의 의사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나요?”라는 당연하면서 뜻밖의 말을 건넸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굴던 지난날이 생각났다. 그래서 지난달엔 최대한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해가 미처 지기도 전에 집에 도착하니, 창밖으로 신비로운 색으로 물든 노을 지는 하늘이 보였다. 숨을 들이마시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몸의 아픈 구석을 마사지하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홀로 휴식하는 것이 이토록 몸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왜 진작 몰랐을까. 쉼이 있어야 도약도 있다는 큰 진리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