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자외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겨울은 해가 짧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 새벽인가 싶을 만큼 어두컴컴한 기운이 가장 먼저 피부에 스치고, 해도 일찍 져 아직 이른 시간에 어둑어둑해진다. 해가 길지 않은 데다 여름만큼 햇살이 쨍쨍 내리쬐지 않으며 추운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그 때문인지 겨울 햇빛과 자외선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한 친구가 “선크림은 여름에만 잘 바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며 자기는 겨울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가 약하니까 괜찮을 거야.’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는데 뭐 어때!’ 겨울 자외선, 정말 이렇게 소홀히 여겨도 괜찮은 걸까?
겨울에는 여름만큼 햇빛이 강하지 않지만, 사계절 내내 존재하는 UVA 때문에 겨울에도 자외선을 간과해선 안 된다. 파장이 긴 UVA는 유리를 쉽게 투과해 창문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생활 공간을 포함한 실내는 물론 자동차 안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 때문에 생활 자외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생활 자외선은 여름철 햇빛처럼 피부가 붉어지거나 껍질이 벗겨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파장이 길어 그만큼 침투력이 강력하다. 따라서 피부 표피를 거쳐 진피, 피하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UVA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에 기미나 잡티 같은 색소침착이 나타날 수 있고, 피부 노화와 피부 톤 불균형, 심하면 피부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 피부암재단 회장 데버라 사노프(Debora S. Sarnoff) 박사는 태양의 자외선은 대부분 구름과 안개를 통과하므로 흐린 날의 자외선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눈이 쌓인 곳이나 고도가 높은 지역 역시 자외선에 취약하고, 여기에 건조한 겨울 공기와 자외선이 만나면 피부 장벽이 한없이 약해지기 때문에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강렬한 겨울 자외선
겨울에 즐기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스키, 눈썰매, 스케이트 등이 떠오른다. 투명하다 못해 시릴 만큼 새하얀 눈과 얼음이 깔려 빛이 나는 곳. 이렇게 하얗고 투명할수록 햇빛 반사율이 높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스팔트나 모래사장 위로 떨어지는 자외선의 반사율은 평균 10% 정도에 그치지만, 눈밭은 최대 80%까지 반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자외선은 굳건하다. 산악 지대, 특히 설산에서는 자외선의 존재감이 더욱 강해지는데, 해발 1000m마다 자외선의 세기는 약 10~12%씩 증가한다. 스키장도 마찬가지다. 산을 깎아 만든 스키장은 보통 2000~3000m 고도에 위치해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따라서 스키장은 태양에서 직접 받는 자외선과 눈에 반사된 자외선, 그리고 고도의 영향으로 받는 자외선까지, 2배 이상의 자외선 에너지를 받는 셈. 따지고 보면 한여름의 모래사장보다 겨울 스키장의 자외선 위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예방과 복구를 위한 근본적인 루틴
이렇듯 수많은 이유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겨울철, 취약한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 올바른 뷰티 루틴을 정립할 때다. 지난 한 해 동안 인기 키워드였던 ‘저속 노화’는 특히 젠지들이 열광하면서 트렌드로 급부상했는데, 건강한 루틴을 습관화해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말한다. 건강에 이롭고 긍정적인 습관으로 채운 저속 노화 루틴에는 선케어도 포함된다. 앞서 강조했듯, 자외선은 피부 노화에 치명적이므로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 겨울에는 2~3시간마다 선크림을 덧바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피부 자극을 줄인 무기 자차와 부드럽게 발리는 유기 자차의 장점만 살린 혼합 자차 선크림을 선택하면 도움이 될 것. 촉촉한 제형의 워터 타입 혹은 세럼형 선크림을 선택하면 뻑뻑하거나 밀리는 현상 없이 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또한 계절에 특화된 스킨케어 지침을 따르면 피부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지킬 수 있다. 찬 바람에 민감해진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피부 장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 만큼 히알루론산과 항산화 효능을 지닌 페이스 오일, 피부 재생을 돕는 나이트 크림으로 나이트 케어 루틴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으로 기미와 색소침착이 나타났다면 미백 효능을 지닌 니아신아마이드 성분의 제품으로 피부 컨디션을 되돌리자. 마지막으로 마일드한 스크럽제를 사용해 겨울철 묵은 각질을 벗겨내고 자외선 차단 효과를 가진 립밤을 수시로 덧발라 충분한 보습과 함께 자외선을 막아보길. 근본적인 루틴만 잘 지킨다면 겨울 자외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피부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