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제 휘슬이 울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2025년은 스트레이 키즈가 새롭게 출발하는 기점이 될 거예요.
마리끌레르 코리아와 오랜만에 재회했어요. 2021년 초겨울 즈음에 첫 단독 화보를 촬영한 이후 3년여 만이에요. 와, 아직 3년밖에 안 됐어요?(웃음) 한참 전의 일처럼 느껴지네요. 그게 제가 제일 예쁘게 나온 화보가 아니었나 싶어요. 또 한 번 기회가 생겨서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이번에 함께한 커버 작업은 지방시 뷰티의 앰배서더로서 진행한 첫 화보이기도 하죠. 촬영은 어땠나요? 뷰티 화보를 촬영해본 경험은 드물어서 긴장을 좀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해요. 주얼리를 전부 빼는 등 저를 꾸며주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본연의 모습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통해 오직 얼굴만으로 승부를 건 최초의 화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황현진이라는 사람 자체의 매력을 알아봐주신 덕분에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키위 머리’로 처음 찍는 화보라는 점도 의미가 있고요.(웃음)
최근 스트레이 키즈의 월드 투어 <dominATE>를 이어가고 있어요. 3월부터는 라틴아메리카, 일본, 북미, 유럽 등지의 스타디움 무대에 오른다고요. 너어무 설레요. 스타디움 투어인 만큼 더더욱 기다려지고요. 지난해 밀라노와 런던 등지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참여했을 때, 관객 수가 그간의 공연 중 역대급으로 많아서 진짜 신났거든요. 이번에는 얼마나 큰 도파민이 터질지 기대돼요. 공연장 크기가 커질수록 스트레이 키즈와 우리의 음악을 반기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걸 실감해요. 그게 빌보드 차트 순위를 비롯한 수치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확장된 투어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스트레이 키즈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pop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해왔어요. 그 시선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부담이 아닌 감사만을 느끼려고 해요. 반응이 좋으면 기뻐하고, 아쉬운 점은 적극적으로 고쳐가면서 한층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공연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엄청 커요. 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무대, 그곳에서 공연하는 저 자신, 제 모습을 바라봐주는 관객을 모두 사랑해요. 삼박자가 다 맞는 거죠.
그동안 공연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밝혀왔죠. 같은 곡을 선보이더라도 무대마다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텐데, 그만큼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여겨질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추억을 오롯이 보관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꾸준히 일기를 쓰며 남겨보려고도 해봤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스테이(스트레이 키즈의 팬덤)는 다 기억해줘요. 스테이랑 수다를 떨다 보면 ‘맞아, 그때 그랬지!’ 하면서 소중한 장면이 하나둘씩 떠오르곤 해요. 제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순간들이 팬들의 머릿속에 적혀 있는 거죠. 그 사실이 참 고맙고 기뻐요. 한 사람의 청춘을 수만 명이 함께 간직해준다는 게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제 영혼을 팬들이 어루만지면서 더욱 단단히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쉬운 일이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요. 대단한 사랑이죠. 제가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에 재능과 노력을 쏟으면서 점점 큰 결실을 맺고, 나아가 사랑까지 받는다는 건 이상적인 직업의 특성이 아닐까 싶어요. 그 과정을 즐긴다는 것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느껴졌는데 어떤가요? 물론 언제나 즐겁기만 할 수는 없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즐거움에는 힘듦이 당연히 따르는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직업이고, 이 일을 통해 누리는 즐거움이 있으니 힘들어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 정도라면 계속할 만하겠다 싶고요. 돈독한 멤버들이 곁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혼자가 아닌 여덟 명이 함께 으으 하고 있으니까요.
멤버들과 함께 이뤄갈 꿈들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도 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특정한 목표를 이뤄내기보다는 멤버들 모두 이 삶에 만족하는 날이 언젠가 오면 좋겠어요. 데뷔한 지 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들 야망이 크다 보니 쉽게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그게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하려고요.
야망을 품고 나아가는 스트레이 키즈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럭비 선수들 같아요. 럭비는 개개인의 능력치와 투지를 키우고, 팀워크도 잘 발휘해야 승률이 높아지는 스포츠잖아요. 스트레이 키즈도 저마다 열정을 지닌 채 다 같이 으아아악 하며 달려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본격적인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제 휘슬이 울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2025년은 스트레이 키즈가 새롭게 출발하는 기점이 될 거예요.
새해를 맞아 공개한 연간 계획이 알찬 이유가 있었군요. 난리도 아니에요.(웃음) 1년 동안 아주 바쁠 예정인데, 우리가 그러고 싶다고 했어요. 두 장의 앨범을 비롯한 작업물을 많이 내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무대도 자주 선보이려고 해요. 올해의 행보를 전부 기대해주면 좋겠어요.
현진 씨가 홀로 선보일 작업물도 기대돼요. 퍼포먼스뿐 아니라 랩과 보컬에서도 고유의 색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So Good’과 ‘낙서장(Quill Pen)’을 비롯한 자작곡도 꾸준히 공개하고 있고요. 음악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 흥미로워요. 공개하지 않은 자작곡도 꽤 쌓였는데, 얼마 전에도 하나 작업해서 창빈이 형한테 들어봐달라고 했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작물을 완성했을 때 뿌듯한 기분이 들고,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인정 욕구도 솔직히 있어요. 음악을 통해 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요즘은 저를 표현하는 여러 수단 중에서 음악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음악을 매개로 나를 표현해내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저 자신을 표출하고 싶다는 욕심은 별로 없어요. 그저 제 마음을 음악으로 들려주는 행위 자체가 좋아요. 꺼내 보이고 싶은 정서를 저 나름의 방식으로 펼쳐낸 곡을 만들었을 때, 그 음악을 아껴주고 따라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이상적이에요.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저만의 감성을 나누고 싶어요. 주입보다는 공유에 가까워요. 무작정 ‘내 감성을 가져!’ 하는 게 아니라 ‘난 이런 감성이 좋아. 넌 어때?’라고 묻는 거죠. 저와 비슷한 감성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현진만의 감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요? 음… 아름다운 걸 좋아해요. 인간의 예쁜 마음을 그러모으려 하는 편이고 바람, 꽃, 바다 같은 무해한 자연에도 끌려요. 몽글몽글, 나풀나풀한 것들이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지향하기도 해요. 제가 굉장히 심미적인 사람이거든요. 원래 미술을 좋아하는데 소품이나 가구, 인테리어도 유심히 살피게 되었어요. 해외에 나가면 현지의 상징적인 오브제를 직접 감상하고 그 유래나 의미를 찾아보는 식이죠.
현진 씨의 방은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요. 방이 참 예쁘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기가 막히죠.(웃음) 예전엔 멋들어진 공간을 갖고 싶어 스틸이나 유리로 된 소품이 많았는데, 차가운 소재라 그런지 방에서 냉기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차츰 원목 가구를 배치하고, 식물도 들였더니 분위기가 따뜻해졌어요.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저를 반겨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나한테 중요한 건 근사한 방이 아니구나. 내게는 온기가 감도는 공간이 필요했구나.’
관심사를 내 삶에 유용하게 활용한 거네요. 그러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무엇이든 한번 파고들면 끝을 봐야 하는 편이에요.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기 시작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관심사의 영역을 넘어서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걸 다 잘해내고 싶은데 여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런 제 성향을 받아들이려고 해요. 심심하지 않은 삶을 살겠구나 싶어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걸 수도 있지만(웃음), 노력 중이에요. 요즘 빠진 취미는 눈여겨본 꽃을 구해 예쁘게 꽂아두거나 말리는 거예요. 최근에는 4~5년 전부터 가끔씩 다니던 공방을 찾아가 도자기를 제대로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음악부터 미술과 도예까지, 예술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면 남다른 미감이 생기기도 하죠. 현진 씨가 지닌 미감은 어디에서 형성된 것 같나요? 관심이요. 관심을 가져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초록색에 눈길을 줄 때, 소음과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의 도로변에 자라난 아주 작은 풀을 발견할 수 있어요. 평소 하찮게 여기고 무심코 지나치던 그 푸른 식물이 예뻐 보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초록색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산과 나무, 메마른 가지, 갈색 낙엽도 좋아하게 될 테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의 범위를 스스로 늘려가는 거네요. ‘난 이런 것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가다 보면 그 범위가 끝없이 확장되는 것 같아요. 3년 뒤의 제가 낚시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 그때 물고기를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앞으로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 생각하다 보면 다가올 내일을 좀 더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 소소한 무언가를 좋아하려는 태도, 그 자체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렇죠. 최근에 읽은 책 내용이 떠오르네요. 똑같은 물건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쓰레기인지 아닌지가 갈린다고 하더라고요. 새것도 버리면 쓰레기가 되고, 남들이 쓰레기로 여긴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쓰레기통 같다면 그 무엇이 들어와도 쓰레기처럼 느껴질 거예요. 아무리 예쁜 것, 좋은 말도 내게 와서 버려지는 거죠. 그 반면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질 때, 나한테 버려진 것들마저 빈티지 오브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평소 제 마음을 아름답게 비워두려고 해요. 시들어버린 꽃도 소중히 대하는 꽃집처럼요.
그런 마음을 지닐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면을 지니면 바깥을 향한 날 선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함부로 미워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런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해요. 모두가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하기를 바라요.
아름다운 내면에 대해 깊고 넓게 고민해왔다는 게 느껴져요. 삶을 건강하게 일궈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운이 좋았어요.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무언가를 새롭게 접한 것도 아닌데 혼자 고민하다 보니 스스로 지금의 생각에 다다랐거든요. 내면이 한결 평안해진 상태예요. 받아들일 것과 흘려보낼 것을 현명하게 구분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기꺼이 찾아내 겸허히 누리는 게 제 인생의 장기 투어예요. 그게 아름다운 사람의 자질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웃음) 현진 씨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걸요. 그런가요? 그럼 저는 아름다운 사람이네요.(웃음)
받아들일 것과 흘려보낼 것을 현명하게 구분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기꺼이 찾아내 겸허히 누리는 게
제 인생의 장기 투어예요. 그게 아름다운 사람의 자질이 아닐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