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 러스트글래스 립스틱 #씨 쉬어. 3g, 4만3천원.
GLOSSIER 글라우드 페인트 심리스 치크 #퍼프. 10ml, 가격 미정.
그 시절 닥터드레가 엄청나게 유행했지만, 너무 비싸 사지 못해 대체 아이템으로 애용한 레드 이어폰.
지금은 자취를 감춘 스카이 휴대폰.
LE LABO 떼누아29. 50ml, 31만원.
시력이 나빠졌다며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산 빨간 안경. 사실 시력엔 문제가 없었다.

Be Healed

10대와 20대를 돌아보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나아가고 싶은 의지, 그리고 때때로 꺾이는 좌절감이 반복되는 시절이었다.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과 <프로젝트 런웨이> 등 패션과 뷰티 프로그램을 보며 막연히 포토그래퍼를 꿈꿨고, 시간이 지나 에디터 어시스턴트라는 위치에 도착했다. 이 시절을 조금만 더 버티면 꿈에 닿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살았지만, 그런 생각과 이상이 몸집을 부풀릴수록 이상하게 마음은 더 힘들었다.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더 가꾸며 거울 속 나를 다독였다. 가장 좋아하는 맥 러스트글래스 립스틱 #씨 쉬어 컬러를 입술에 바르고, 처음으로 직구한 글로시에 클라우드 페인트 크림 블러셔를 볼에 얹었다. 어시스턴트 시절 선배들의 제품을 정리하다가 마주한 향긋한 르 라보 떼누아29로 몸 전체를 감싸며 부정적 기운을 털어냈다.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가득 채우자.’ 자꾸만 무너질 땐 이 마음을 떠올리며 행동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조금은 괜찮아졌고, 앞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 지난 청춘, 그리고 지금의 청춘도 이런 마음이라면 몰아치는 좌절에도 여전히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리끌레르> 김상은 뷰티 비주얼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