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과 로모그래피의 콜라보레이션 아이템.
록 페스티벌을 함께했던 선글라스.
CHRISTIAN DIOR BEAUTY 디올 베르니 #999. 10ml, 4만3천원.
LUSH 바디 스프레이 #더티. 200ml, 7만원.
KISS ME 히로인 메이크 스무스 리퀴드 아이라이너 #브라운.
0.4ml, 1만8천원.
그 시절을 닮은 데이비드 라샤펠의 화보집.

Be Bold

20대는 참으로 유난스러웠다. 취향도, 생각도, 옷차림도 정제되지 않았기에 어울리기보단 튀는 쪽을 택했다. 모두가 페일 핑크에 촘촘히 주얼 스톤을 얹을 때 크리스챤 디올 뷰티 디올 베르니 #999가 연상되는 새빨간 색을 열 손가락에 빼곡히 칠하고 다녔고, 부드럽기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 키스미 히로인 메이크 스무스 리퀴드 아이라이너 #브라운으로 눈꼬리를 하늘 높이 치솟게 그렸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모습으로 록 페스티벌을 누비며 그 당시 꿈꾸던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삶을 마음껏 즐겼다. 뒤돌아보면 어설픈 스무 살 여자아이였지만 청춘이기에 반짝였다. 또 향수에 대해선 얼마나 고집스러웠는지, 마음에 드는 향수는 접근 불가의 고가였고 드러그스토어에 즐비한 향수는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그러던 중, 촬영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 모델에게서 풍기는 강렬한 향에 사로잡혔다. 바로 러쉬 바디 스프레이 #더티. 향수와 데오도란트의 모호한 경계에 서서 외형 따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한 스프레이 패키지가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나의 향기를 드디어 찾은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매일 뿌리고 다녔다. 지금은 지난날을 지우고 부드러워진 얼굴을 찾아가며 그에 맞는 아이템으로 화장대를 채우지만, 가끔 팽팽하던 어린 날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땐, 호기롭게 반짝이던 메이크업을 재현하며 웃어보곤 한다.

<마리끌레르> 김경주 뷰티 마켓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