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L BEAUTY 루쥬 르 꾸뛰르 더 마뜨 #푸시아 페티쉬. 3.8g, 가격 미정.
입시 준비에 고통받던 내게 힘내라며 아빠가 사다 준 꽃 인형.
SHU UEMURA 블랑:크로마 브라이트닝 UV 쿠션 파운데이션. 13g, 가격 미정.
청춘을 기록한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MISSHA 퍼펙트 아이래쉬 컬러. 2천5백원.

Be Now

아직 충분히 젊고 한창때라고 생각하는 나이 서른. 여전히 청춘이라 믿지만, 더 젊고 반짝이던 때를 떠올리면 20대 초반의 모습이 상기된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재수라는 인생의 쓴맛을 경험했고, 처음 마주한 부담과 불안이 마음을 옥죄어 힘들었다. 어느 날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던 미술 학원에서 냅다 뛰쳐나와 며칠 동안 학원에 가지 않고 방황했다. 그땐 잠들기 전 휴대폰으로 뷰티 제품을 구경하면서 하나씩 사는 것이 소소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어쩌면 그게 나만의 작은 돌파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 모은 뷰티 아이템들은 지금도 화장대 한편을 지키고 있다. 생애 첫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제품인 슈에무라 블랑크로마 브라이트닝 UV 쿠션 파운데이션은 당시 베어브릭 캐릭터 스티커를 증정한다는 말에 혹해서 구매한 기억이 생생하다. 또 지금은 피부 톤에 맞지 않아 절대 바르지 못할 푸크시아 핑크 컬러의 입생로랑 루쥬 르 꾸뛰르 더 마뜨는 퍼스널 컬러의 중요성을 모르던 내 청춘을 대변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 작은 뷰티템에 더없이 반짝이던 내 2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문득 신기하고 가슴 뭉클하다. 고등학생 때 구매해서 벌써 10년이 넘도록 속눈썹 컬링을 담당하고 있는 미샤 뷰러에는 스크래치가 가득하지만 여전히 새것처럼 반짝거린다. 마치 현재진행형인 내 청춘 같다!

<마리끌레르> 송현아 뷰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