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식 휴식: 선택적 멈춤

갈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갈구하고 과도하게 소비하는 삶. 게다가 쉴 틈 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 사회. 잠깐의 멈춤, 쉼을 ‘게으름’으로 간주하는 시대.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면 곧장 새로운 정보가 우수수 쏟아지고, 잠깐 눈을 감았다 떠도 금세 뒤처진 느낌이 든다. 게을러 보이지 않으려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우리는 무언가를 쉴 새 없이 좇는다. 기성세대와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SNS에 노출된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무수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비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애초에 정보를 거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기에 그만큼 빠르게 지쳐버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 Z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추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 무기력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영감을 받는다. 어느덧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나 틱톡에서 큰 인기를 끈 ‘베드 로팅(bed rotting)’ 해시태그가 그 증거다. 이런 현상이 문화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휴식을 단순한 멈춤과 단절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베드 로팅의 숨과 쉼

10대와 20대 초반을 팬데믹 속에서 보낸 Z세대는 강제적이고 통제된 상황에서 처음으로 쉼을 경험했다.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휴식법을 체득했고, 그 경험은 이후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제 휴식은 더 이상 게으름이 아니라 하나의 리추얼로 받아들여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틱톡에서 바이럴 되며 트렌드로 급부상한 베드 로팅. 말 그대로 ‘침대에서 썩는 것’을 의미하는 이 키워드는 집 안 또는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생산성에 대한 압박 없이 그 순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베드 로팅 같은 시간은 뇌과학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를 활성화해 정신적 회복을 도와줘요. 복잡하게 얽힌 일상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고가 확장되는 것처럼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진 교수가 설명하는 베드 로팅의 긍정적 효과다. 다만 베드 로팅을 과하게 지속하다 보면 회복을 위한 휴식이 회피성으로 변질돼 무기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어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의욕이 저하된 상태가 지속된다면 쉼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거죠.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쉼 이후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해요. 감각은 돌아왔는지, 감정은 정리됐는지, 몸은 가벼워졌는지.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지, 다시 나만의 리듬을 찾을 욕구가 있는지. 감각과 감정, 신체 반응, 욕구, 루틴 등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체크하는 거죠.” 김희진 교수가 제시하는 팁을 숙지하길.

CLARINS 엑스트라-퍼밍 링클-스무딩, 리바이탈라이징 나이트 크림. 50ml, 16만3천원.
AVEDA 샴푸어 컴포지션 오일. 50ml, 5만4천원.
NONFICTION 롱 어텀 센티드 캔들. 200g, 8만3천원.

온전히 누워서 즐기는 뷰티 리추얼

틱톡 조회수 약 4억만 뷰를 기록하며 트렌드로 자리 잡은 베드 로팅 영상은 이전까지 치장하기 바빴던 SNS상의 모습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유튜브를 무음으로 틀어두거나, 침대에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대부분. 이처럼 방 안,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움직임 없이도 나를 돌볼 수 있는 셀프 케어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침대에서 머무는 행위에서 나아가 휴식 속에서 감각을 회복하고 나를 돌보는 리추얼로 삼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이트 크림, 아로마 오일, 홈 센트 등 홈 뷰티템이 많이 출시되는 것도 그 이유. 특히 틱톡에서는 아이 패치, V라인 턱 마스크에 숙면 보조 밴드를 활용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구강 호흡 패턴을 개선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숙면 보조 밴드가 슬립 테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 필로 또한 베드 로팅에서 빠질 수 없는 제품이다. 아이 필로 안에 든 녹두가 눈가 미세 근육의 이완을 도와 눈의 피로를 덜고 안구의 열감을 낮춰주기 때문.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약 20분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휴식이 깊은 숙면으로 이어지는 루틴이 완성된다.

지속 가능한 자기 회복법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기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일시적인 무기력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되, 그 시간을 나를 위한 감각적 루틴으로 채워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침대 위에서 나를 돌보는 감각을 잃지 말고, 그 시간을 지나치게 길게 유지하지 말아야 한다. 두 발 전진을 위해 한 발 후퇴하는 마음가짐으로. 스톱(STOP)이 아닌 일시 정지(PAUSE)처럼.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하기는 단순한 정지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가장 섬세하고 묵묵한 자기 회복법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