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외동딸로 살던 내게 어느 날 불쑥 남동생이 생겼다. 하지만 오랫동안 내게 이 아이의 존재는 미미했다. 너무 어린 동생에게, 열두 살 여자아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으니까. 동생이 커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동생이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동생은 갑자기 나를 챙겼다. 생일이어서, 승진했으니까, 갖은 이유를 들며 내게 연락했고, 그러다 종종 둘이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내가 키우다시피 한 것도 아닌데, 그다지 관심을 기울인 것도 아닌데, 그런 순간이면 자꾸만 울컥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생이 훌쩍 컸다. 동생은 아토피가 심했다. 아기 때는 진물이 심하게 나서 귀가 떨어질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피부 때문에 고통받는 동생에게 라 메르의 라 크렘므를 건넸다. 누나로서 제대로 된 선물을 해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픈 피부가 속부터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기나긴 수험 생활에 종종 무너졌을 마음도 다독일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동생이 가시밭길 같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면 곧고 당당하게 첫발을 내딛길 바라며 지방시 뷰티의 투루블-페트를 쥐여줄 생각이다. 이 상쾌한 무화과 향과 함께라면 분명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20대 초반의 동생이 너무 많은 시련을 너무 일찍 겪지 않기를. 이런 게 엄마 마음, 아니 누나 마음일까?
<마리끌레르> 김상은 뷰티 비주얼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