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채 피부를 향한 새로운 전략
글레이즈 도넛 스킨. 헤일리 비버가 쏘아 올린 이 달콤한 키워드는 ‘머메이드 스킨’, ‘젤로 스킨’, ‘글로 스킨’ 또는 ‘꿀’과 ‘버터’로 표현되는 수많은 뷰티 트렌드를 낳았다. 이름만 보면 각기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바로 촉촉하고 균일하게 빛나는 건강한 피부. 지금 시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피부는 더 이상 표면적 아름다움이란 시각적 프레임에 머무르지 않는다. 건강한 피부는 곧 젊음의 상징이자, 콰이어트 럭셔리의 정수이며, 웰니스 시대의 감각에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수록 메이크업으로 얻는 일시적 광채보다 본연의 피부에서 뿜어 나오는 진정한 빛에 대한 갈망이 더욱 강해졌다. 그 결과 스킨케어 시장은 어느 때보다 ‘성분’에 집중하고 있다. 나아신아마이드, 펩타이드, 비타민 C, 레티놀 등 피부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스타 성분이 떠오르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성분은? 바로 PDRN이다.

K-뷰티가 만든 PDRN 신드롬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은 DNA의 일부로, 세포 재생과 피부 회복을 돕는 고기능성 성분이다. 특히 연어의 정자에서 추출한 PDRN은 사람의 DNA와 유사해 피부 침투력이 뛰어나며, 손상된 세포의 회복과 염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연어 주사’, ‘리쥬란 힐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시술의 핵심이 바로 이 연어 유래 PDRN으로, 피부 깊숙이 전달될 때 피부가 스스로 재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PDRN이 시술을 넘어 홈 케어 영역으로 확장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PDRN의 효과를 손쉽게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확실한 효과를 보증하는 고기능성 화장품을 찾는 트렌드가 있다. 피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PDRN은 피부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화장품 형태로 진화하며, 단순히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고급 성분에서 벗어나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고효능 스킨케어 요소로 자리 잡게 했다.
사실 PDRN은 이탈리아에서 처음 연구 개발한 성분인데, 이를 전 세계적 스킨케어 키워드로 끌어올린 건 K-뷰티다. 그 중심에는 PDRN을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대표적 시술인 리쥬란 힐러가 있었다. 리쥬란은 국내 최초로 PDRN 기반의 스킨 부스터를 상업화하며, PDRN의 효과를 피부 재생과 회복의 강력한 해결책으로 각인했다. 시술에서 입증된 효과는 화장품 개발로 이어졌고, PDRN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차세대 재생 성분으로 주목받으며 K-뷰티의 혁신적 기술을 대표하는 성분으로 자리매김했다. 리쥬란 코스메틱 관계자는 “PDRN을 주성분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화장품이 꾸준히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진행한 K-뷰티 팝업 행사에 참여했을 때도, 현지 소비자들이 PDRN 성분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해외 소비자뿐만 아니라 바이어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시장 역시 세럼, 크림, 마스크팩 등을 넘어 보다 다양한 카테고리로 PDRN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닥터그루트는 ‘아쿠아 PDRN 헤어라인 부스터샷’을 출시하며 두피와 모발에 PDRN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리쥬란 코스메틱 또한 얼굴을 넘어 보디까지 아우르는 제품을 선보이며, 얼굴에만 사용하던 고가의 연어 DNA 성분을 전신 케어에 적용하는 시도를 했다.

연어 DNA의 다음 단계, 식물성 PDRN
화장품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PDRN은 연어 정자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연어의 DNA가 인체와 유전적으로 95% 이상 일치해 면역반응이 적고, 피부 재생과 회복, 보습과 탄력 증진 효과 또한 뛰어나 항노화 효과를 기대하는 트렌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연어는 PDRN을 추출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일 뿐 비건 뷰티, 지속 가능성 등이 중요한 키워드인 만큼 미생물 발효 기술이나 식물 추출 DNA를 이용한 비동물성 PDRN 개발도 활발하다. 최근 ‘압솔뤼 롱지비티 써밋’으로 한국을 찾은 랑콤의 인터내셔널 사이언티픽 디렉터 애니 블랙(Annie Black) 박사는 동물성 원료를 피하고 장미에서 추출한 PDRN을 사용하는 혁신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압솔뤼 로즈 PDRN은 의료용 연어 유래 PDRN보다 몇 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입니다. 필라그린 생성이 152%, 콜라겐 타입 1이 166%, 콜라겐 타입 3가 124% 증가했고, 세포의 수명 및 에너지대사 촉진 효과도 입증되었습니다.” 아이오페는 자사 특허 기술로 녹차 유산균 DNA 핵산에서 추출한 식물성 PDRN을 사용해 만든 ‘PDRN 카페인샷’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피부의 근본적인 회복을 돕고, 고효능 화장품 효과를 증폭하는 핵심 성분을 식물성으로 구현해 피부 타입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안티에이징의 시작
PDRN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효과를 보이지만, 다른 성분과 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가장 기본적인 조합은 히알루론산이다. PDRN이 피부를 재생하고 회복시키는 동안 히알루론산은 피부에 수분 장벽을 세워 피부를 더욱 탄탄하고 밀도 있게 만든다. 다음은 비타민 C. 미백 효과가 뛰어나고, 과다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를 밝고 투명하게 가꾸는데, 여기에 PDRN이 더해지면 더욱 생기 있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그리고 최근 뷰티계의 핫한 신예 니들샷. 미세 침이 피부 깊숙이 PDRN을 전달하며 유효 성분의 효과가 한층 빠르고 강력해진다. 이 밖에도 병풀 추출물, 세라마이드 등 PDRN과 다양한 피부 개선 성분을 조합한 포뮬러가 제품으로 출시되며 제품군 자체도 더욱 정교하게 진화 중이다.
전문가들은 PDRN이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최근 아시아 뷰티 트렌드가 직접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고효능 성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트렌드를 견인한 성분이 바로 PDRN이죠.” 아누아의 양지윤 프로덕트 매니저는 PDRN이 자극 없이 순한 성분이니만큼 피부 타입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랑콤의 인터내셔널 사이언티픽 디렉터 애니 블랙 박사도 PDRN의 미래를 낙관했다. “PDRN은 한국의 피부과 스킨케어에서 시작되었지만,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임상적으로 입증된 활성 성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그 인기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PDRN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뷰티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PDRN은 단순히 피부를 개선하는 기능성 성분을 넘어 노화의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적 스킨케어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 세계 뷰티 신은 즉각적인 리프팅이나 일시적인 광채가 아닌, 지속 가능한 회복과 본연의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PDRN은 바로 이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갈 가장 강력한 해답이다.

DR.GROOT 아쿠아 PDRN 헤어라인 부스터샷. 15ml, 2만5천원.



REJURAN COSMETICS 인리치드 바디 트리트먼트. 300ml, 5만원.
LANCÔME 압솔뤼 롱지비티 더 소프트 크림. 60ml, 55만원.
ANUA PDRN 히알루론산 캡슐 100 세럼. 30ml, 3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