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는 보통 어떤 식으로 메이크업을 진행하나요? 커머셜 작업은 보통 클라이언트가 전체적인 기획을 다 지정해요. 예를 들어 내년에 나올 메이크업 룩이라면 왜 이런 컨셉트를 정했는지, 어떤 무드로 가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요. 그걸 기반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제안서를 쓰거나, 브랜드 측이 사전에 계획을 하기도 해요. 다른 점은 대부분 ‘왜 이런 메이크업을 제안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 하죠. 그래서 저는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서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요. 패션 촬영은 보통 전체적인 무드만 제시하고, ‘메이크업은 네가 구성해봐’ 하는 식으로 자유롭게 맡겨요. 그럼 저는 다시 참고 자료를 모으고, 촬영 며칠 전에 미팅을 하면서 모델의 캐릭터에 맞는 메이크업을 제안하죠.

클라이언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제안을 많이 따르는 편이군요. 맞아요. 클라이언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많은 아카이브를 가진 사람을 선호해요. 훌륭한 레퍼런스가 있으면 바로 채택하기도 하고, 브랜드 쪽 아이디어가 더 낫다고 판단되면 그걸 따르기도 하죠. 여러 옵션을 두고 살펴보며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보통의 협업 촬영 현장에선 브랜드가 원하는 룩이 명확해서 아이와 립, 블러셔 같은 디테일까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안에서 아티스트의 터치를 가미하는 식이에요. 그렇군요. 파리에서는 예를 들어 마스카라를 새로 론칭한다거나 파운데이션처럼 제품 중심의 캠페인이라면 기본 방향은 제시하지만, 그 외의 해석은 열려 있어요. 예를 들어 파운데이션의 광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달라는 식의 주문이 들어오면 그에 맞춰 조율해요. 조금 더 과감하게 갈지, 아니면 힘을 뺄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죠. 특히 뷰티 화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메이크업 룩을 직접 짜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런 작업이 훨씬 흥미로워요.

아티스트들이 짠 룩을 볼 때마다 전문가의 감각이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런 작업을 자주 해보고 싶지만, 기회가 흔치 않아서 아쉽거든요. 사전 계획 과정을 함께 하면 좋은 점이 전체적인 구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촬영 전에 클로즈업 숏이 있는지 꼭 물어봐요. 만약 립이 메인일 거라 생각하고 구성했는데 풀숏으로 들어가면 제 의도가 무의미해지니까요. 전체적인 그림을 함께 그리는 게 제일 좋아요.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그만큼 결과물의 밀도가 높아요. 왜 이 메이크업이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지는 거죠.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영감이 있을 것 같아요. 도시의 미감이 작업에도 영향을 주나요? 그럼요. 제가 파리에 산 지 벌써 19년이 됐어요. 살면서 많이 바뀌었죠. 예전에 더 활동적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차분하고 중심을 잡게 된 것 같아요. 도시 자체가 조용하고, 그 고요함이 제 작업에도 영향을 줘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이 깊어지고요. 파리는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게 많아요. 집에서 20분만 걸어 나가도 갤러리가 있고, 그냥 커피 한잔 마시며 돌아다니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가요. 그 속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일하지 않는 시간에 오히려 생각이 정리되고, 다음 작업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한국은 공기의 흐름 자체가 달라서 이런 여유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파리에선 일과 휴식이 확실히 나뉘고, 멈춰 있는 시간이 삶의 일부예요.

도시의 리듬이 서울에 비해 조금 느리게 느껴지나 봐요. 네,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요. 갤러리나 박물관에 가는 것도 그 흐름의 일부고요. 이런 시간이 제겐 꼭 필요한 휴식이에요. 여행자로서는 파리가 화려한 이미지가 강한데, 사는 사람 입장에선 다르겠네요. 맞아요. 패션위크 기간에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게 끝나면 도시가 한없이 조용해요. 그 고요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그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요.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작업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작업은 어떻게 전개하나요? 최근에 한 바이레도 캠페인이 생각나네요. 속눈썹을 강조한 작업인데, 레퍼런스가 상당히 추상적이었어요. 하루에 다섯 가지 룩을 찍어야 했고, 그중 하나가 마스카라를 중심으로 한 룩이었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다른 오브제를 쓰지 않고, 오직 마스카라만으로 질감을 쌓았죠. 굳으면서 형태가 생기니까, 그걸 반복해서 쌓고 조각하듯 만든 거예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온전히 제 손으로 완성한 오브제라서 애착이 커요.

전 다른 오브제를 사용한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전 복잡한 방식보다 화장품 자체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다른 재료가 꼭 필요한 게 아니면 화장품만으로 해결하죠. 그야말로 한 올 한 올 붙였어요. 택시 타고 이동할 때에도 박스에 조심히 담아 갔어요.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 무척 소중했죠.

사진가 종 린(Zhong Lin)과 함께한 바이레도 캠페인.
별도의 오브제를 사용하지 않고 마스카라만 쌓아 완성한 예술적인 메이크업.

바이레도라서 가능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커머셜 작업에서는 그런 전위적인 시도가 쉽지 않잖아요. 맞아요. 커머셜 작업은 제약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실험적인 브랜드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저도 늘 감사하죠.

이렇게 작업하다 보면 시안과 아티스트의 감각이 부딪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조율하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들어요. 결국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럴 땐 굳이 내 의견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모두가 100% 만족할 순 없잖아요. 그럴 땐 “그럼 바꿔볼게요” 하고 유연하게 가요. 만약 제 의견을 끝까지 밀고 싶다면 개인 작업 할 때 하면 되죠. 정해진 시안 안에 굳이 내 색을 억지로 불어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팀워크의 문제네요. 그렇죠. 사람마다 스타일과 결이 다르니까요. 그걸 잘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해요. 시작부터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면, 그 하루가 훨씬 수월하고 결과물에 다 같이 만족할 수 있죠. 만약 방향이 어긋났다면 처음 기획한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쪽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전체를 먼저 구상했으니까요.

기획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거군요. 처음부터 같이 만든 게 아니라면 중간에 합류한 사람은 그 기획의 결을 따르는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만, 그게 채택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결국 그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는 건 늘 어려운 것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메이크업은 단순하고 빨라야 해요. 아이디어가 명확하면 손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모호하면 브러시만 늘어나요. 그럼 ‘이건 내 아이디어가 아니구나’ 싶죠.

그럴 때 마음이 힘들진 않나요? 브러시는 늘어나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 이거야 하고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땐 그냥 잠깐 멈춰요. 모든 걸 제가 다 판단할 순 없으니까요.

화보, 광고, 셀러브리티 메이크업 등 여러 작업을 하잖아요. 그중 어떤 작업이 가장 즐거운가요? 역시 화보요. 특히 크리에이티브한 화보. 셀럽 화보도 좋지만, 제가 제안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모델 화보 작업이 더 재밌어요. 패션쇼도 마찬가지예요. 쇼의 전체 룩 방향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든요. 오브제를 제작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때 그 과정이 즐거워요.

쇼에서는 브랜드가 메이크업 팀에서 뷰티 룩을 제안해주길 기대하기도 하나요? 네, 많이 그래요. 제가 참여한 쇼에서는 대부분 제가 제안하기를 원했어요. 그 대신 브랜드가 전체적인 무드, 공간, 룩을 공유해요. 저는 그걸 보고 아이디어를 구상하죠. 마메 쿠로구치 쇼 때였어요. 아이라인을 길게 뻗게 하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모델의 목에 걸린 줄, 그러니까 목걸이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비슷한 끈을 가방에서 찾아 관자놀이까지 길게 이어 붙이니 아주 예쁘더라고요. 아이라이너로 그린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오브제를 쓰는 걸 좋아해요. 질감, 볼륨, 텍스처가 주는 힘이 크거든요.

작업물을 보면 색을 굉장히 과감하게 쓰잖아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색은 감정의 언어”라고 한 말도 기억해요. 색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저는 색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물감의 질감, 색의 간격, 라인의 조화 같은 걸 유심히 보죠. 그림 속에서 얻은 색 조합을 캡처해두고, 그걸 기반으로 메이크업 팔레트를 구성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우산이 있는 그림이라면, 우산의 색 간격이나 대비를 메이크업으로 옮겨보는 식이에요. 그림을 모방하면서도 제 손으로 하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오죠.

아주 새로운 접근이네요. 회화에서 메이크업 질감의 영감을 얻는다는 게 퍽 인상적이에요. 그림을 보면 색의 구조가 보여요. 그게 메이크업의 레이어링과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전 화가들의 색감을 자주 연구해요. 팔레트 이미지를 수집해서 그날의 영감을 떠올리기도 해요.

그림 전시도 자주 관람하나요? 보려고 노력해요. 파리에 살면 오히려 게을러지기도 해요. 워낙 가까워서 ‘언제든 갈 수 있지’ 하게 되거든요. 그래도 어느 날은 갑자기 ‘오늘은 무조건 나가야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전시를 보고 돌아오면 하나라도 꼭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요.

저도 시안 작업을 하다 보면 소설이나 시처럼 다른 영역에서 주제를 가져오기도 해요. 그 상상 속 이미지를 비주얼로 구현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깊이 공감해요. 그런 작업이야말로 이유 있는 기획이잖아요. 그게 뷰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식이죠.

맞아요. 시안이 꼭 정해진 포맷 안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상상의 여지가 있는 기획이 오히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죠. 그런 게 꼭 필요해요. 요즘 잡지들이 내추럴함만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실험적인 뷰티 화보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워요. 얼마 전 바이레도 캠페인을 함께 한 포토그래퍼 친구가 “요즘 곤충들이 많이 죽는대. 나비들도 색이 바래면서 생존하려고 한다더라”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죽음 속에서도 색이 변하는 생명력’이라는 주제를 뷰티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친구가 말하길, 그런 사회적·자연적 이슈를 작품에 녹여야 사람들이 진짜로 느낀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반성했어요. ‘요즘 난 내 일에만 몰두하느라 세상을 덜 보고 있었구나’하고요. 뷰티를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영역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어요.

줄 목걸이에서 영감 받은 마메 쿠로구치 쇼 메이크업.
줄 목걸이에서 영감 받은 마메 쿠로구치 쇼 메이크업.

깊이 공감해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가 결국 사회와 맞닿아 있잖아요. 우리 일상에도 그런 감정의 층이 많은데, 그걸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때 그 친구가 색이 바래는 나비 얘기를 하면서 색이 흐려지는 과정을 메이크업으로 표현하자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바로 ‘이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화려하다가 서서히 희미해지는 색, 그 안에 담긴 생의 여운 같은 걸 표현하는 거죠. 그런 작업은 단순히 예쁘고 멋진 걸 넘어서 ‘살아 있는 감정’을 보여주는 행위인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니까 저도 반성하게 돼요. 요즘엔 사람들의 반응이나 바이럴만 신경 쓰다 보니 예전처럼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는 기획을 잘 못 한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결국 자극적인 이미지가 화제가 되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요. 요즘엔 ‘내가 진짜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있나’ 많이 자문하게 돼요. 어떤 한 주제를 깊게 파고들수록 작가로서 지닌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고 믿어요.

뷰티 화보는 룩뿐만 아니라, 텍스트와 감정의 흐름이 함께 있어야 의미와 명분이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명분이 있어야죠. 결국 명분이 있는 작업이 결국 오래가요.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번아웃이 올 때도 있죠? 그럴 때 어떻게 버티나요? 많죠. 예전엔 조급했어요. ‘이 시기를 놓치면 절대 안 돼’ 하는 압박감이 항상 있었죠. 그런데 그 조급함이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냥 기다려요. 이 업계엔 흐름이 있어요. 항상 바쁜 시기가 있는가 하면, 멈춰야 하는 시기도 있거든요. 그걸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요즘은 그냥 많이 자고, 친구도 만나고, 멍하게 음악 들으면서 하루를 보내요. 그 시간도 결국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더라고요. 이 업계에선 ‘비어 있는 시간’을 불안해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중요해요.

업계에 있으면 다들 공감할 텐데 조급함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아요. 좀 쉬고 싶은데 죄책감이 든달까요? ‘오늘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하고요.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돼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결국 그 불안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사람이라면 당연히 드는 감정이니까요. 그걸 억누르기보다는 그냥 안고 가야 해요. ‘불안도 나의 일부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편해져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네요. 연차가 쌓이면 익숙해지긴 해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죠. 그래도 그걸 잠재우는 연습은 필요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하루, 아니면 일주일이라도.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캐치할 수 있게 평소에 감각을 유지하는 거죠.

요즘 K-뷰티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엄청나요. 한국 셀럽들의 스타일과 맞물려 K-메이크업과 스킨케어 루틴도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고요. 파리에서도 체감하나요? 엄청나요. 모델들이 “나 요즘 이 한국 브랜드 제품 써” 하면서 보여주는데 저도 모르는 브랜드가 참 많아요. 그만큼 다양해졌고 퀄리티도 좋아요. 파리에는 K-뷰티 제품만 파는 매장이 있을 정도예요. 이제 K-뷰티가 글로벌이에요. ‘코리안 뷰티’라는 인장만으로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죠. 기획력도 있고, 기술력도 우수하니까요.

스스로 정의하는 ‘본연의 아름다움’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자연스러움이요. 그건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 태도에서도 드러나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대로 흘러가는 것, 그게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날의 내 컨디션, 내 감정, 그게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나는 게 자연스러움이죠. 내 옆 사람, 내 뒤 사람도 다 똑같이 생겼는데 나 혼자 다르면 이질적으로 보이잖아요. 그래서 자아가 확실하지 않으면 다수를 따라가게 돼요. 하지만 진짜 자연스러움은 오히려 그 반대예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 ‘내가 나답게 존재하는 상태’, 그게 가장 예쁜 거예요.

저도 기사를 쓸 때 “자신감을 가지세요”라고 자주 말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누군가는 그 말을 계속 해줘야 해요. 누군가 “괜찮아, 너다워”라고 말해줘야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자기 자신을 돌아보죠.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하면 세상이 너무 똑같아질 거예요.

뷰티라는 게 단순히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드러내는 행위라는 걸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맞아요. 메이크업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그게 자연스럽다면 그건 이미 아름다운 거죠.

사진가 종 린과 함께 작업한 매거진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