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보석처럼 빛나는 블루 탈리스만.

블루 탈리스만. 파란 보석 혹은 푸른 행운. 이 다면적 의미를 지닌 향수는 이름부터 마음을 동하게 한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잡을 기회가 있는 법이고, 그것을 누리는 것 역시 공평하니까.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보적 향 철학으로 마니아 층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엑스니힐로는 2023년,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블루 탈리스만 오 드 퍼퓸(Blue Talisman Eau De Parfum)을 세상에 선보였다. 말 그대로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2025년 9월에는 그 향기의 다면적인 부분을 더욱 확장해줄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Blue Talisman Extrait De Parfum)이 세상의 빛을 봤다. 이 다채로운 향 여정의 끝엔 정말 이름처럼 푸른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난 11월, 엑스니힐로의 고향 파리로 향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파리의 아침,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장소에서 프레스 데이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 언론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매체가 참석한 이 행사에는 엑스니힐로의 공동 창립자인 실비 로데이(Sylvie Loday), 올리비에 로이예르(Olivier Royere), 브누아 베르디에(Benoît Verdier), 그리고 마스터 퍼퓨머 조르디 페르난데스(Jordi Fernández)가 함께 자리해 블루 탈리스만의 정체성과 히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블루 탈리스만은 우리의 첫 부티크가 문을 연 파리 방돔 광장의 정신을 비롯해 정교함, 균형, 파리 하이 주얼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향으로 번역한 작품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지향하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오브제이기도 하고요.” 브누아의 설명은 파리에서 시작된 이 하우스가 왜 ‘블루’를 행운의 상징으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향수의 기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블루 탈리스만은 출시 이후 단숨에 엑스니힐로의 아이코닉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하우스의 ‘럭키 참(lucky charm)’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이름처럼 이 향에는 우리의 창작과 여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어 향 자체에 대한 설명은 마스터 퍼퓨머 조르디 페르난데스의 언어로 완전히 결을 달리하여 펼쳐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블루 탈리스만은 “직관적이면서도 복잡한 레이어가 살아 있는 향”이다. 많은 원료를 혼합하기보다 단 서너 가지 성분만을 엄선해 각 원료가 지닌 개성과 순도를 최대한 살아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 뿌리면 배와 베르가모트의 향이 신선한 과즙을 머금은 듯 맑게 터지고, 뒤이어 오렌지 블로섬과 재스민이 이어지며 첫 번째 변주를 보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주산 샌들우드와 바닐라가 잔향의 깊이를 더하며 피부 위에 펼쳐지는 구조는 하나의 향이 다층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페르난데스는 이를 “하나의 보석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때 완전히 다른 빛이 반사되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이 향은 단순히 밝거나 관능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변화하며 새로운 면을 드러내는 ‘다면적 구조’가 핵심이다. 프레스 데이 이후 조제프 갤러리(Galerie Joseph)에서 펼쳐진 프라이빗 디너에서는 아티스트 저스틴 와일러(Justin Weiler)와 함께한 설치 작품이 공개되었다. 그의 작품 ‘Projection’은 빛과 유리, 그림자라는 레이어의 교차로 이루어진 몰입형 구조로, 블루 탈리스만이 가진 다층적 빛과 어둠, 투명함과 깊이의 공존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듯했다. 엑스니힐로는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오가닉 협업’을 중시한다. 단순히 명성을 좇아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지닌 정체성과 세계관을 진정성 있게 존중하는 선에서 협업이 이루어진다. 이번 협업 역시 향수와 작품이 서로를 설명해주는 듯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었다.

파리에서 보낸 이 여정의 끝에서 그들이 말한 ‘푸른 행운’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향이 피부 위에서 천천히 변화하며 다른 얼굴을 보여주듯, 브랜드의 이야기도 시간이 흐르며 더 깊게 마음에 스며든다. 어쩌면 행운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기적이 아니라, 이렇게 천천히 감각을 열고 세계를 바라볼 때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블루 탈리스만의 잔향처럼 오래 남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안고 파리를 떠났다.

Interview with Ex Nihilo’s Co-founder
Benoît Verdier 엑스니힐로의 창립자 브누아 베르디에 인터뷰

블루 탈리스만은 보석에서 영감 받은 향수라고 소개되는데, 이 향을 처음 기획할 때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나요?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복잡한 이미지들이 단편적으로 떠올랐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풍경은 방돔 광장이었죠. 럭셔리 하이 주얼러들이 모여 있는 곳이자 기하학적이면서 미니멀한 구조가 아름다운 장소예요. 저는 블루 탈리스만이 마치 블루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반짝이길 바랐습니다.

블루 탈리스만과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존 블루 탈리스만이 밝고 청량한 인상이라면 엑스트레는 한층 더 강렬하고 깊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단순히 부향률을 높인 것이 아니라 기존 포뮬러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한 향입니다. 그래서 같은 향처럼 느껴지면서도 완전히 다른 무드를 만들어내죠.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어요. 이번 블루 탈리스만은 설치미술가 저스틴 와일러가 그 주인공이고요. 이 협업을 통해 블루 탈리스만의 어떤 점을 부각하고 싶었나요? 말 그대로 축하의 순간을 기념하는 향을 만들고 싶었어요. 블루 탈리스만은 엑스니힐로가 세상에 나온 지 정확히 10주년이 되던 해에 완성한 향인데, 상업적 목표 없이 시작했음에도 단숨에 주목받았거든요. 그래서 기쁨, 낙관, 에너지 같은 긍정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 되길 바랐습니다. 향을 맡는 순간 다시 돌아보고 싶을 만큼 중독적이면서도 밝은 정서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좋은 향기는 많지만, 소비자에게 깊이 가닿는 향은 많지 않아요. 블루 탈리스만이 이렇게 강력한 반응을 얻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여러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우선 향 자체가 신선한 매력을 지녔죠. 배를 톱 노트로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즉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탈리스만’이라는 이름도 직관적이면서 긍정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럭키 참처럼 행운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여기에 미니멀하고 고급스러운 보틀 디자인이 더해지고 틱토커와 셀러브리티들의 자발적 언급이 이어지며 자연스러운 오가닉 성장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블루 탈리스만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강하게 전하고 싶은 ‘감정’ 또는 ‘상징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긍정, 행운, 기쁨을 느끼길 바라요. 엑스니힐로의 향수는 대부분 신선한 향을 톱 노트로 선택합니다. 베르가모트, 시트러스, 프루티 노트처럼 첫인상이 부담스럽지 않고 밝은 요소죠. 블루 탈리스만은 특히 과즙이 터지는 듯한 신선함이 강해 “마시고 싶을 정도”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즉각적으로 후킹되는 힘이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향이 피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복잡하고 깊이 있는 구조가 드러나요. 이런 이중적인 경험이 단순히 밝은 것을 넘어 더 깊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 같아요.

엑스니힐로가 지난 몇 년간 추구해온 ‘아르티장 정신’과 현대적 럭셔리의 결합은 브랜드의 핵심 DNA라고 생각합니다. 블루 탈리스만은 이 철학을 어떻게 확장하는 제품인가요? 엑스니힐로가 말하는 현대적 럭셔리는 단순히 반짝이거나 과시적인 미학을 의미하지 않아요. 우리가 추구하는 럭셔리는 최고급 원료의 사용, 조향사에게 창작의 자유를 100% 부여하는 태도, 향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혁신적인 패키징 기술, 그리고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함이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협업한 저스틴 와일러의 작품은 원래 존재하던 피스임에도 엑스니힐로가 지향해온 프렌치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 건축적 미학과 자연스럽게 통했습니다. 그의 작품 속 유리, 빛, 안료의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다층적 공간감은 블루 탈리스만의 다층적 향 구조와 깊이 맞닿아 있죠. 엑스니힐로는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마케팅 기반의 협업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 진정으로 맞닿는 파트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협업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컨템퍼러리 럭셔리’를 더욱 견고하게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저스틴 와일러의 설치 작품 ‘Projection’.
엑스니힐로 창립자 실비 로데이와 올리비에 로이예르, 그리고 조향사 조르디 페르난데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엑스니힐로 부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