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를 고르는 일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시향은 습관이 되었고, 결국 구매로 이어지며 ‘여행 컬렉션’이라 불러도 될 만큼 쌓였다. 최근 다녀온 오스트리아 여행에서는 푸에기아 1833의 밀론가 베르데와 함께했다. 그리너리한 인상을 지닌 이 향수는 뿌린 직후의 첫 향이 매우 독특한데, 어디선가 맡아본 듯하면서도 쉽게 특정할 수 없는 기억을 건드린다. 그 감각은 여행 이튿날, 슈테판 대성당에 들어섰을 때 또렷해졌다. 오래된 성당의 벽, 녹아내린 촛농의 냄새와 함께 차분하고 고요한 인센스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이후 수도 빈을 떠나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 이 향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 속 그리너리한 향은 더욱 선명해졌고, 외곽에 있는 볼프강 호수에 다다랐을 때는 특유의 물 냄새가 극대화되었다. 공간에 따라 향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신비로움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도 출근 전 이 향수를 뿌리면 오스트리아의 겨울 풍경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한동안 이 향과 함께 여행의 기억을 조금 더 선명히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