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GUIA 1833 밀론가 베르데. 알라로보 네그로와 라파초 로사도, 자칸라다 리프 노트로 스모키 우디 향을 표현해 신비로운 밤의 숲길을 연상시킨다. 100ml, 60만4천원.
FUEGUIA 1833 밀론가 베르데. 알라로보 네그로와 라파초 로사도, 자칸라다 리프 노트로 스모키 우디 향을 표현해 신비로운 밤의 숲길을 연상시킨다. 100ml, 60만4천원.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를 고르는 일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시향은 습관이 되었고, 결국 구매로 이어지며 ‘여행 컬렉션’이라 불러도 될 만큼 쌓였다. 최근 다녀온 오스트리아 여행에서는 푸에기아 1833의 밀론가 베르데와 함께했다. 그리너리한 인상을 지닌 이 향수는 뿌린 직후의 첫 향이 매우 독특한데, 어디선가 맡아본 듯하면서도 쉽게 특정할 수 없는 기억을 건드린다. 그 감각은 여행 이튿날, 슈테판 대성당에 들어섰을 때 또렷해졌다. 오래된 성당의 벽, 녹아내린 촛농의 냄새와 함께 차분하고 고요한 인센스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이후 수도 빈을 떠나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 이 향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 속 그리너리한 향은 더욱 선명해졌고, 외곽에 있는 볼프강 호수에 다다랐을 때는 특유의 물 냄새가 극대화되었다. 공간에 따라 향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신비로움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도 출근 전 이 향수를 뿌리면 오스트리아의 겨울 풍경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한동안 이 향과 함께 여행의 기억을 조금 더 선명히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