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적 미감과 메이크업 트렌드는
지금 획일화된 기준으로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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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만들어낸 ‘정돈된 얼굴’, ‘깨끗한 피부’, ‘균일한 인상’은 다양성을 확장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미의 표준을 더 좁히고 있는가.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돈된 얼굴’이나 ‘깨끗한 피부’는 개성을 지우는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분위기와 내면을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꾸밈에 가깝다고 느낀다. 미니멀한 메이크업을 하면 오히려 각자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도 하니까. 애굣살이나 중안부를 짧아 보이게 하는 메이크업처럼, 겉보기에는 ‘균일한 인상’으로 읽힐 수 있는 트렌드도 단순한 획일화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유행을 따라 여러 방식을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되고, 그 경험이 결국 개인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K-뷰티 트렌드는 다양성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각자의 얼굴을 발견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활동이 늘어날수록, ‘한국적인 미감’이 희석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희석과 보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외 활동이 늘어날수록 한국적인 미감이 자연스럽게 희석되는 순간이 있는 동시에, 그것을 붙잡으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부터 몸애 밴 한국적 감각과 파리에서 쌓은 경험이 동시에 축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두 감각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서로를 보완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었다. 나의 작업은 하나의 강렬한 색감,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힘을 중시하는 포인트 메이크업이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는 파리에서 배운 대담함과 구조적 사고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메이크업에는 여백이 있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믿는다.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얼굴이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태도는 한국적인 미감에서 비롯된 부분이다. 그래서 항상 마지막 단계에서는 더하기보다 비워내고, 한 발 떨어져 시간을 두고 바라본다. 그 거리감 속에서 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품 출시가 가속화 되는 환경 속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역할은 트렌드의 창조자인가, 해석자인가.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충분히 소화되기도 전에 또 다른 흐름이 생성되는 구조다. 유행은 순환하기보다 중첩되고, 소멸하기보다 다음 트렌드의 재료가 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미 형성된 트렌드를 빠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인 동시에, 그 위에서 다른 방향을 제안하며 또 다른 결을 만들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요즘은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튜토리얼을 보고 따라 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일 수 있는 시대다. 정보의 속도와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도 점점 흐려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단순한 선도자도, 단순한 해석자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것 같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흐름을 읽고 반응해야 한다. 받아들이면서도 다시 변주하고, 확장하면서 다음 흐름의 씨앗을 심는 역할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메이크업 현장에서 ‘이 얼굴을 특정 미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 작동한 순간이 있었는가. 얼굴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그날의 컨셉트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셔터가 눌린 순간의 이미지가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을 때 ‘방향성을 잘못 잡았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은 있다. 하지만 그 개선의 대상은 얼굴이 아니라 메이크업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위험한 순간은 얼굴을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다. 그 기준이 작동하는 순간, 메이크업은 표현이 아니라 수정이 되어버린다. 그런 부분을 의식하며 가능한 한 얼굴을 바꾸기보다 그 얼굴이 가진 리듬과 구조를 읽고 그것을 강조하는 쪽을 택한다.
<민킴 메이크업 아티스트>
화제의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 우승자.
국내와 파리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19년 차 베테랑 아티스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