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성장 속, K-뷰티는 고유한 태도를 지킬 수 있는가.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인디’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핵심은 의사 결정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있다. 마켓 리서치의 데이터에서 출발하는지, 아니면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가’라는 집요한 취향에서 시작하는지의 차이다. 브랜드가 성장하면 유통과 조직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그러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우선순위다. 창작의 기준이 매출로 이동하는 순간 브랜드는 빠르게 평범해진다. 글로벌 성공은 단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다는 의미일 뿐, 창작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그 세계관을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가 넓어졌다는 데 가깝다. 결국 인디 브랜드의 본질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태도에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디 브랜드가 오히려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이다. 인디 브랜드는 설득하는 브랜드라기보다 선택받는 브랜드에 가깝다. 특징을 조금씩 희석해 더 많은 사람에게 맞추기 시작하면 결국 누구에게도 강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핵심은 더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얼마나 선명하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K-뷰티 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 한 가지와 가장 기대해도 좋을 가능성 한 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속도의 중독이다. K-뷰티는 빠른 실행과 출시, 새로운 원료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따라붙는 민첩함, 그리고 높은 가성비로 세계시장을 놀라게 해왔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빨리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왜 만드는가여야 한다. 빠른 신제품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브랜드는 결국 존재 이유로 기억된다. 동시에 가장 기대되는 가능성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창작자의 시대, 특히 인디 브랜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과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관과 미학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독보적인 취향을 지닌 브랜드들이 각자의 분명한 세계관을 구축해간다면, K-뷰티는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임호준 본투스탠드아웃 대표>
전통적인 공식을 거부한 독창적 향으로 론칭 2년 만에 전 세계 60개국 럭셔리 유통망에 안착했다. 최근 로레알 그룹 산하 벤처 펀드 ‘BOLD’의 투자를 유치하며 K-퍼퓸의 글로벌 가능성을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