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무너지지 않는 상태’로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이 불확실한 세상을 버텨내기 위한 생존 방식 중 하나로 바이오 해킹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열심히’보다는 ‘정확하게’
인간이 지능적인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때때로 ‘이런 것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싶은 순간이 있다. 몸의 리듬과 집중력, 수면의 질은 물론이고 감정과 에너지의 흐름까지 수치화해 관리하려는 태도 말이다. 나노 단위로 시스템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금 세대는 필요에 의한 소비에 더 적극적이다. 웰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웰니스가 휴식과 안정, 치유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신체 에너지를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려 삶 전체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GWI(Global Wellness Institut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6조8천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7.9% 증가한 수치다. 해당 업계는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9조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영양제 시장이다. 예전에는 몸에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해 비타민을 먹었다면, 이제 사람들은 더 구체적인 목적으로 영양제를 찾는다. 잠을 잘 자기 위해 마그네슘을 먹고,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아슈와간다를 찾고, 아침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L-테아닌을 챙긴다. 영양제가 단순한 건강 보조 식품이 아니라, 컨디션을 설계하는 도구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 영역에 머물던 영양 성분에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 역시 명확하다. 각자의 수면, 집중력, 스트레스, 회복 상태에 맞춰 보다 정교하게 신체 에너지를 조율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호르몬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
예전에는 쉽게 피로하거나 이유 없이 예민해지는 상태를 단순히 ‘컨디션 난조’ 정도로 넘겼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훨씬 구체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유독 불안한 날에는 코르티솔 수치를 의심하고, 유난히 무기력하고 컨디션 회복이 느린 날에는 테스토스테론 저하를 이야기한다. 생리 주기에 따라 피부 상태와 감정 기복이 달라지는 이유 역시 에스트라디올 같은 여성호르몬의 변화와 연결해 이해하려 한다. 호르몬을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상 직후 10분 정도 햇빛을 쬐는 행위는 아침의 코르티솔 리듬을 안정적으로 깨워 밤의 멜라토닌 분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루틴으로 여겨진다. 공복 상태에서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 역시 과도한 코르티솔 분비를 막기 위한 선택이다.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은 하체 위주의 고강도 근력 운동이나 충분한 수면, 지방 섭취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최근 남성 웰니스 시장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운동 시간과 식단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에스트라디올 변화에 따라 운동 강도나 식단을 조절하는 ‘사이클 싱킹(cycle syncing)’이 화두로 떠올랐다. 에너지 레벨이 높아지는 배란기에는 비교적 강도 높은 운동을,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생리 기간에는 회복 중심 루틴을 선택하는 식이다.

일상 속 바이오 해킹
이런 흐름은 하루의 루틴 자체를 바꾸고 있다. 호르몬의 움직임에 맞춰 하루의 리듬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예는 카페인 섭취 시간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기상 직후 곧바로 커피를 마시면 몸이 급격하게 각성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일어난 지 1~2시간 뒤에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여러 수면 의학 연구에서는 아침에 햇볕을 쬐는 것이 멜라토닌 분비와 코르티솔 리듬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 또한 이 연구 결과를 접한 후, 기상 직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고 햇빛을 보는 행위를 몇 달째 지속하고 있다. 마치 메가도스 요법을 한 것처럼 몸속에서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집중해야 할 일을 좀 더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 변화만은 확실하게 체감하는 중이다. 운동 루틴도 이에 적용할 수 있다. 지방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복 상태에서 저강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 테스토스테론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오후 시간대에 근력 운동을 하는 방식도 바이오 해킹 루틴으로 볼 수 있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취침 전 조명을 낮추고, 마그네슘이나 글리신 같은 성분을 활용해 몸의 긴장을 낮추는 식이다. 최근 여성 웰니스 시장에서는 생리 주기에 따라 프로게스테론 변화가 수면과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하며, 주기별로 운동 강도나 휴식 리듬을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루틴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막연한 감각으로 넘기지 않는다. 언제 피곤해지는지, 왜 특정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어떤 행동 이후 몸 상태가 달라지는지 세세히 관찰하며 자신의 리듬을 조율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공통의 열망으로
왜 이토록 고효율 웰니스를 갈망하게 되었는지 그 해답은 어쩌면 단순하다. 아름답고 건강한 상태에 더 빠르게 도달하고 싶은 마음. 가쁜 호흡 속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현대인에게 고효율 바이오 해킹은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생존 방식으로 여겨진다. 동시에 이는 미묘한 강박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 역시 품고 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진 교수는 바이오 해킹의 이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전에는 몸이 아프면 치료하고, 피곤하면 쉬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현대인은 단순히 건강한 상태를 넘어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감정이나 컨디션의 흔들림조차 경쟁력 저하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몸을 하나의 생체 시스템처럼 분석하고 운영하려는 태도가 등장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건강해지기 위해 시작한 바이오 해킹이 점점 ‘수치가 떨어지면 안 된다’, ‘컨디션이 흔들리면 실패한 것 같다’는 식의 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 항상 경계해야 해요.” 결국 나를 돌보는 행위가, 어느 순간 스스로를 감시하는 행위로 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기 돌봄은 회복을 가능하게 하지만, 자기 감시는 끝없는 긴장 상태를 만든다. 그러므로 바이오 해킹 역시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 몸의 리듬과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길라잡이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본질은 끝없이 스스로를 최적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적절히 이해하고 균형을 찾는 일에 가까울 테니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무너지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불확실한 세상을 버텨내기 위한 생존 방식 중 하나로 바이오 해킹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